러시아가 뛰어난 우주항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상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해상발사 플랫폼' 재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항구도시 롱비치에서 운영됐던 다국적 해상발사 플랫폼 '시런치(Sea Launch, Морской старт)'를 블라디보스토크 남쪽의 슬로뱐카 항구로 옮겨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런치'의 지휘함은 지난달 28일 미국 롱비치 항구를 떠나 17일 슬로뱐카항에 도착했다. 지휘함과 발사대로 구성된 '시런치'는 발사대를 실은 홍콩 선적의 화물선이 이달 말께 슬로뱐카항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플랫폼 개보수 과정을 거친 뒤 실제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당초 '시런치'는 1995년 러시아의 로켓발사 기업인 에네르기아와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 우크라이나의 설계 전문 기업 유즈노예, 노르웨이의 조선사 크바에르네르가 합작한 '컨소시엄 기업'으로 출범했다. 위도가 낮은 적도 해상에 로켓발사 플랫폼을 설치한 뒤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쏘아올리면,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데 착안한 것. 위도가 낮을 수록, 로켓 발사에 소요되는 연료가 적게 들고, 탑재 중량을 늘릴 수 있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시런치'의 운영은 성공적이었다. 2014년 운영을 중단할 때까지 무려 36번이나 위성 발사가 이뤄졌다. 인공위성 운반체인 로켓(미사일)은 러-우크라이나 합작 '제니트-3SL'이 사용됐다. '제니트' 로켓은 러시아의 연방우주청 '로스코스모스'가 부품의 80%를 책임지고, 나머지는 우크라이나 측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2006년 8월엔 우리의 통신위성 '무궁화 5호'도 '시런치'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시런치' 운영에 문제가 생긴 것은 2014년 중순. 그해 3월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우크라이나가 협력을 거부한 것이다. 그해 발사된 36번째 로켓이 마지막으로 기록됐다.
운영이 중단된 '시런치'에 눈독을 들인 기업은 러시아 '제3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본거지를 둔 시베리아항공(S7)의 모기업인 'S7그룹'이다. 'S7그룹'은 우주항공 자회사인 'S7스페이스'를 내세워 2016년 '시런치'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런치' 재개에 필요한 '제니트 로켓' 제작에 우크라이나측이 끝끝내 협조를 거부했다. '제니트 로켓' 발사에 맞춰져 있는 '시런치'에 다른 러시아산 로켓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2년 가까이 고민한 S7은 미국 롱비치에 설치된 위성발사를 위한 지상및 해상 플랫폼 전체를 뜯어 러시아로 옮기기로 했다. 철수 비용까지 포함해 경비가 총 1억5천만 달러에 달했지만, S7스페이스는 2018년 4월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S7스페이스는 '시런치'를 러시아 로켓 소유즈-5 장착대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이 작업에 '로스코스모스'의 참여도 확실시된다. 로스코스모스의 드리트리 로고진 대표는 엠게우(모스크바국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시런치'의 소유즈-5 장착과 적도 해상으로의 이동 등에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런치' 리모델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S7스페이스는 앞으로 15년간 70여차례 위성 발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의 위성발사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S7그룹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