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56F923C532CE43D01)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던 오스트리아 빈의 밤. 수많은 젊은이들을 설레게 했던 [비포 선라이즈]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 덧 18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40대에 접어들었고,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진 영화는 무대를 옮겨가며 아름다운 잔상을 남기고 있다. 그곳을 찾는 발걸음이 지금도 이어질 만큼.
배낭여행을 꿈꾸던 대학 시절, 언제나 1순위에 올라있던 여행지는 남미 대륙이었다. 그곳에 가면 돈 주고도 한다는 ‘젊어서 고생’을 할 수 있으리라는 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때문이었다. 영화의 명대사나 전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도, 화면 전체에 흐르던 아름다운 남미의 풍경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던 탓이다. 이렇게 영화의 무대를 그저 배경일 뿐인 ‘어떤 지역’이 아니라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탈바꿈시키는 영화가 있다. 파리 뒷골목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랬고, 런던의 상점가를 필수 여행코스로 만든 [노팅힐]이 그랬다. 그리고, 이 흐름에 정점을 찍은 영화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시리즈’다.
비포 선라이즈는 마드리드까지 와서 실연을 당한 미국 청년 제시와 개강을 맞아 파리의 학교로 돌아가는 프랑스 여대생 셀린느가 유럽 횡단 열차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후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파리, 그리스의 카르다밀리로 무대를 옮겨가며 사랑과 이별, 결혼과 중년의 삶에 이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로맨틱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각각의 도시와 기막히게 어울리며 관객을 여행자로 변모시키기에 이른다.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비포 선라이즈]가 촬영된 빈은 특히 그렇다. 석양이 지던 무렵 두 사람이 애틋한 키스를 나누었던 프래터 놀이공원의 관람차는 빈을 찾는 여행자들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되었다. 빈의 모습이 한 눈에 담기는 관람차 안에서 “다뉴브 강이 다 보인다”던 제시의 대사를 떠올리면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아득한 미래를 꿈꾸며 집시 여인에게 손금을 보던 작은 카페 클라이네스와, 이별 해야 하는 새벽을 함께 맞았던 알베르티나 미술관도 비포 시리즈의 팬이라면 지나치지 못하는 장소다.
9년 후,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두 번째 영화 [비포 선셋]의 시작이다. 그들이 우연히 마주친 곳은 세느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1919년 문을 연 이 오래된 서점에는 빽빽한 책과 높은 선반을 위한 사다리 사이를 헤집으며 영화의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붉게 저무는 노을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그동안 쌓였던 대화를 나누는 세느강의 유람선과 제시가 “왜 뉴욕에는 이런 좋은 카페가 없는 걸까”라는 푸념을 했던 ‘르퓨어카페’,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걸었던 산책로 프롬나드 플랑테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오래된 영화와 무대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5월 말,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인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한 것. 40대 중반에 접어든 제시와 셀린느가 휴가로 찾은 남부 그리스의 작은 마을, 카르다밀리가 이번 영화의 무대다. 한때, 촬영지만을 여행하는 상품이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비포 시리즈가 담아낸 지중해의 해변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두 사람이 걷는 오솔길과 올리브 나무 가득한 바닷가 언덕, 아름다운 일몰이 담긴 스크린에 반해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날지 또 모를 일이다.
카르마딜리
그리스 남부, 마니 반도에 위치한 해변의 작은 마을.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이 마을을 포함하는 여행 상품은 전무하다. 하지만 카르마딜리의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지역 숙박과 교통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맑고 푸른 지중해 바다와, 지중해의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홈페이지 www.kardamili-gree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