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4회를 맞이한 US오픈(6월11~15)과 69회를 맞이한 US여자오픈(19~22일)이 2주 연속으로 같은 코스(파인허스트 2번)에서 열렸다. ‘USGA 더블헤더’라고 불리면서 대회 전부터 언론과 골프 팬 그리고 선수들에게 큰 이슈가 된 사상 첫 시도였다.
표면적으로 USGA가 더블헤더의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것은 첫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다’는 점이었다. 다른 코스에서 남녀 대회가 각각 열릴 때와는 달리, 대규모 관중석과 미디어 텐트 등 대회 준비를 위한 시설물을 이중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점은 갤러리의 편의다. 경기를 관전하는 갤러리들 또한 US오픈 관전 직후 별도의 이동 없이 2주 연속 남녀 메이저 대회를 같은 호텔에 묵고 또 같은 셔틀을 타고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운영은 골퍼들에겐 생소할지 모르지만 US오픈 테니스 대회와 같다.
결과적으로 USGA의 더블헤더 정책은 분명 남녀 US오픈 모두에게 상승효과를 가져다 준 부분이 있다. 주최 측인 USGA와 중계 방송사 그리고 갤러리까지. 이들 모두에게는 매우 ‘경제적’인 대회였다.
경제성, 그 뒤에 숨겨진 LPGA 선수들의 고민
그러나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느껴지게 되는 USGA의 이번 선택에 평소보다 긴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LPGA 사무국과 그 투어 선수들이다.
여기서 먼저 전제할 것이 있다. 첫 번째는 미PGA투어와 LPGA투어 선수들의 실력 격차. 두 번째는 남자에 비해 기술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LPGA투어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 물론 다른 스포츠 종목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PGA투어와 LPGA투어가 열리는 코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 실제 격차는 그렇게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남녀 US오픈에서 양 투어간의 직접적인 실력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LPGA 사무국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이 부분에서 대회 전 부터 꽤 부담을 느꼈다.
대회 전, 미쉘 위는 더골프채널(The Golf Channel)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자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본 갤러리들 앞에서 바로 다음 주에 같은 코스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쩌면, 남자 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수 많은 스폰서사 텐트의 철수를 지켜봐야 할 지도 모른다”라고 그 우려를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그래서 이번 US여자 오픈에서 미쉘 위는 각별한 주목과 기대를 받았었다.
미쉘 위 우승이 필요충분조건인 이유
현재 미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 굳이 PGA투어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기술 골프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몇 안 된다. 스테이시 루이스, 미쉘 위, 캐리 웹 정도를 손 꼽을 수 있고 그 중 대표적인 선수는 단연 미쉘 위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 미쉘 위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심지어 대회 흥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쉘 위 혹은 스테이시 루이스가 우승을 해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우승을 해야만 경기 결과를 넘어,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바로 한 주 전에 열린 US오픈 대회에 버금가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남자 대회의 7562야드에서 6649야드로 거의 1000야드 정도 짧아진 코스 세팅자체만으로도 남자 대회를 관전했었던 갤러리들에게 재미를 반감 시킬 수 밖에 없었던 터라, LPGA 사무국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골프는 클럽으로 볼을 쳐서 똑바로만 보내는 스포츠가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가까운 상태에서 플레이가 되는 골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매우 다양한 상황에 마주치게 되고 매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서 스코어를 내는 것이 골프의 본질이자 묘미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남녀 투어의 가장 큰 차이이자 LPGA투어가 PGA투어에 비해서 흥행 요소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매 대회 우승자는 배출되지만, 스타는 배출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LPGA 투어의 근본 문제라는 것이다.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볼을 똑바로 보내는 지루한 경기만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라이나 어려운 핀 위치 그리고 거친 자연 환경에서 얼마나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샷 구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구경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선수들이 똑바로 볼을 치는 것은 차라리 연습장에서 구경하는 편이 더 낫다. 아래의 표 1을 살펴보자
(표 1) 2014년 6월 10일 기준 위 통계는 2014년 US오픈 직전 대회까지의 통계이다. 맨위 도표는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 아래는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 통계 자료이다. 기록으로 본 LPGA투어의 한계 남자보다 여자의 통계가 훨씬 뛰어나다. 위 표는 상위 10명의 통계인데, 드라이버 정확도의 경우 남자 10위에 해당하는 빌리 헐리3세(Billy Hurley III)의 69.18%의 기록은 거의 여자의 100위에 가까운 기록이다. 또한 그린 안착률의 경우에도 남자 10위에 해당하는 존 메릭(John Merrick)의 68.72%는 여자 기록에서는 75위권에 해당한다. 두 기록은 샷 정확도를 산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통계 자료인데, 상위권 선수들뿐만 아니라 투어 전반적으로 여자 선수들이 월등한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기록만 놓고 보면 여자의 기량이 남자보다 월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LPGA투어의 전장은 남자에 비해 거의 1000야드 가량 짧게 플레이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홀 당 50야드 정도 여자 선수들이 짧게 플레이를 한다고 봐야 한다. 만약, PGA투어의 코스가 지금보다 홀당 3~40야드 정도만 짧아지게 되면 현재의 LPGA투어 선수들보다 훨씬 높은 페어웨이 적중률과 그린 적중률을 기록한다고 봐야 한다. 또한 남자의 경우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세컨 샷이 편한 지점을 공략하기 위한 샷 메이킹을 하기 때문에 기록된 통계가 샷 정확도를 100% 반영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선수들의 샷 정확도는 남자 선수들에 비해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표 2)
LPGA투어 기록에 숨겨진 허수 문제는, 이런 샷 정확도만 가지고는 선수들의 플레이 능력을 판가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위의 샷 정확도는 항상 100%를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골프는 볼을 똑바로 치는 스포츠가 아니라 스코어를 내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표 2>를 살펴보면, 샌드 세이브율과 스코어링 평균 기록이 나와 있다. 샌드 세이브율이란, 샷이 벙커에 들어갔을 때, 파 세이브로 이어지는 확률을 말하고 스코어링 평균이란 말 그대로 각 라운드 당 평균 스코어를 의미한다. 실제 스코어에 직결되는 통계에서는 남자가 월등히 앞선다는 것이다. 결국, 여자 선수들은 정확한 샷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간혹 샷이 빗나갔을 때, 스코어를 지키는 비율이 떨어지고 또 높은 샷 정확도 자체가 스코어로 이어지는 확률 또한 남자들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또 한 가지 <표 2>에서 눈여겨볼 것은 랭킹 1위에서 멀어질수록 여자의 기록 격차가 남자에 비해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LPGA 샌드 세이브율 10위의 마틴 모(Martin Mo)선수의 56.1%는 PGA의 35위 정도에 해당한다. 또한 50% 샌드 세이브율은 여자는 30위권, 남자는 90위 권 밖에 기록이다. 스코어링 평균을 보면, 10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소연의 70.310타는 남자 선수의 35위권 기록이다.
특히, 보통 하나의 토너먼트는 140명 전후가 참가하는데 그 중 절반 정도가 1,2라운드 경기 후 컷 통과를 해서 주말에 3,4 라운드 경기를 하게 된다. 그럼 70위권 선수들의 평균 타수를 남자와 여자를 비교해 보자. 현재 남자 스코어링 평균 70위를 기록 중인 앤드류 스보보다(Andrew Svoboda, 미국)는 평균 스코어 70.839를 기록 중이고, 여자투어의 제니퍼 커비(Jennifer Kirby, 캐나다)는 평균 스코어 72.129타를 기록 중이다. 거의 한 라운드에 1.5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차이는 결국, 샷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기술과 코스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코어를 만드는 능력은 남자가 뛰어남을 알려주는 것이고, 샷 정확도가 높은 여자는 게임이 잘 풀리지 않게되면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남자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4라운드 내내 언더파는 남자 3명, 여자 1명
이런 기량의 격차는 이번 US오픈과 US여자오픈에서 직접적인 비교가 되면서 고스란히 결과로 보여지고 있다. 우선 우승 스코어는 남자의 경우 독일의 마틴 카이머가 9언더파, 여자는 미쉘 위가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하면서 2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남자는 3명이고 여자는 단 1명뿐이었다.
컷 통과 스코어는 남자는 5오버파, 여자는 9오버파였다. 또한, 공동 10위까지 선수 중에서 4라운드 동안 한 개 이상의 더블 보기를 기록한 선수는 남자는 11명에서 3명이었고, 여자는 12명 중 9명이 더블 보기를 기록 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US여자오픈에서도 여자 선수들은 시즌 평균 수준의 드라이버 정확도와 아이언 정확도는 기록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인허스트 2번 정도 수준의 코스는 샷을 똑바로만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결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는 골프장이 아니다. 다양한 샷 메이킹과 숏 게임 그리고 코스 매니지먼트 등 골프에서 요구하는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골프장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코스 세팅 하에서의 두 대회의 기록은 남녀 세계 최고 선수들의 기량의 격차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US여자오픈 직전 예상 우승자 세 명중 두 명인 미쉘 위와 스테이시 루이스는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많은 갤러리들은 이 두 선수의 플레이에 남자 대회를 보는 것 못지않은 재미와 스릴을 느꼈을 것이다. 미LPGA가 애니카 소렌스탐 은퇴 이후 계속해서 “투어 흥행”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번 US여자오픈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LPGA투어 코스, 지금보다 어렵게 세팅해야
미LPGA는 코스를 지금보다 훨씬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남자 대회 수준은 아니겠지만, 샷만 똑바로 보내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니어야 한다. 현재 미PGA투어 남자 드라이빙 거리 1위의 버버 왓슨 313야드, 100위의 이안 폴터는 287야드를 기록 중이다. 반면 미LPGA 드라이빙 거리 1위는 렉시 톰슨으로 274야드, 100위 서희경은 247야드를 기록 중이다. 모두 약 40야드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남자 선수들은 우드나 아이언 티 샷의 빈도가 여자 선수들에 비해 많기 때문에 실제는 거의 50야드 이상 차이가 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자 선수들로 하여금 훨씬 높은 샷 거리를 요구하는 코스 세팅을 가져가야 한다. 지금 수준의 샷 정확도와 높은 스윙 능력 즉, 스윙 스피드로는 다양한 샷 메이킹과 트러블 샷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골퍼가 거리를 늘린다는 것은 '스윙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뜻이고 결국 러프 탈출이나 다양한 탄도 구사 등의 기술적인 볼거리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물론 당장 코스 전장과 난이도를 높이게 되면, 매 경기마다 극히 일부 선수들의 잔치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기와 과정에 대한 연구는 되어야 하겠지만, 중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코스가 훨씬 어려워져야 한다. 그러면서 투어 수준이 향상되어야 하고, 미LPGA투어 진입 장벽도 훨씬 높아져야 한다. 무조건 정확성 위주의 지루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대거 유입이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미LPGA는 몇 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흥행 문제로 골머리를 썩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US오픈과 US여자오픈을 같은 코스에서 개최된 것, 그리고 미쉘 위와 스테이시 루이스가 보여준 경기력이 미LPGA투어 미래의 하나의 해답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