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新쇼핑 성지”… 구찌가 한남동을 찍었다‘MZ세대의 거리’ 떠올라…
청담동 이어 23년만에 구찌 단독매장 변희원 기자 입력 2021.05.20 20:29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목 앞에 있는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꼼데가르송(왼쪽)과 향수 전문
조말론 매장. 최근 한남동은 MZ세대가 좋아하는 패션 편집 매장과 카페, 식당뿐만 아니라 명품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장련성 기자
오는 29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국내 두 번째 단독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연다.
1998년 서울 청담동에 첫 단독 매장을 연 지 23년 만이다. 새 매장의 위치는 제일기획 맞은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옆.
이 지점에서 출발해 한강진역까지 걷다보면 MZ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 매장부터 남성복, 해외 명품,
니치 향수(소량 생산되는 고급 향수) 매장들, 카페와 식당, 갤러리와 미술관이 줄줄이 들어선 풍경을 만난다.
맞은편 거리도 마찬가지다. 대로변 안 골목골목 식당에는 주말이면 대기줄이 한두 시간씩 늘어선다.
한남동이 청담동과 명동을 대신하는 신(新) 쇼핑 성지로 변모했다. 한남동은 지난 5년간 미술이나 공연 같은 문화계와 요식
업계, 패션·뷰티 브랜드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이다. 대사관과 고급 주택만 있어 조용하던 부촌에 문화 시설을 시작으로, 식당·
카페들이 들어서자 사람이 몰리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명품 패션·뷰티 브랜드들도 한남동을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의식주 트렌드+문화=한남동
한남동이 쇼핑 성지로 떠오른 것은 이 동네가 의식주 트렌드는 물론 문화까지 주도하고 있어 젊고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2004년 미술관 리움에 이어 2011년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가 생겼다.
전시과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생기자 골목마다 카페가 생겨나 ‘한남동 카페 거리’가 형성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리움을
중심으로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가 들어서고, 갤러리 수 한남, 갤러리 조은 등 국내 유명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현대 카드가 공연과 전시 등을 위해 만든 현대카드 스토리지도 여기에 생겼다.
한남동 인근에 대규모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선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남더힐이나 나인원한남, 한남사운즈 등이 생겨나면서 고소득자들이 유입됐고, 이를 중심으로 한강진역부터
한남순천향병원까지 거대한 ‘한남문화권’이 생겨났다. 이 부근에도 디뮤지엄과 같은 미술관이 들어섰고 세계 3대 경매사
필립스와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의 분점이 생겨났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빵집 타르틴이 3년 전 한국에 진출했을
때 가장 먼저 찍은 곳도 한남동이었다.
◇청담동과 달리 MZ세대 공략
명품과 패션 브랜드, 맛집 등이 들어서긴 했지만 한남동은 청담동 명품 거리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공연과 전시 공간이 있기 때문에 소비만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 몰리지 않고, 연령대도 20~30대가 많다. 한강진역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권모(42)씨는 “이곳은 예술이나 패션 업계 종사자가 많은 편이고, 30대 초반 고객이 가장 많다”고 했다.
브랜드나 식당의 성격도 청담동과는 구별된다. 예를 들어 이 거리에 있는 편집 매장 ‘비이커’는 수입 브랜드와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모두 갖추고 있다. 수입 브랜드도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전통적인 명품이 아니라 아미나 메종키츠네처럼
MZ 세대가 좋아할 만한 신명품으로 구성됐다. 일본 디자이너의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유일한 국내 단독 매장과 니치
향수인 ‘르 라보’나 ‘조 말론’의 단독 매장이 여기에 있는 것도 다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에서는 구찌의 한남동 진출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1997년 프라다에 이어 1998년 구찌가 청담동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청담 시대’가 열렸고 구찌는 청담 명품 거리를 상징하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구찌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한남동 매장을 열었을 것”이라며 “구찌가
들어서면서 한남동 패션거리의 지형이 또 바뀔 것이고 더 많은 명품 매장 오픈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