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billiards)는 일정한 규격의 직사각형 테이블 위에서 큐(cue)라는 작대기를 가지고 일정한 수의 볼을 컨트롤하여 득점을 노리는 게임의 총체를 일컬으며, 큐 스포츠라고 한다.
캐럼 당구와 포켓 당구 그리고 스누커(snooker)가 당구의 3대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당구연맹(UMB)의 산하 단체인 대한당구연맹(KBF)에서는 캐롬 경기, 포켓 경기, 스누커, 그리고 잉글리쉬 빌리아드 등 4개의 종목을 관할하고 있다.
오늘은 당구 게임 중 인기가 있는 캐롬당구와 포켓 당구를 중심으로 하고, 스누커에 대해서는 간단히 알아보고자 한다.
당구 테이블은 그 특징에 따라 캐럼당구와 포켓 당구로 나눈다. 우리는 보통 당구를 4구나 3구 등 캐럼 당구를 의미하지만, 서양사람들은 오히려 포켓 당구를 의미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포켓 당구를 통상적으로 풀(pool)이라고도 한다.
캐럼 당구는 테이블에 구멍(포켓)이 없으며 우리가 익숙한 테이블에서 진행된다. 미국사람들은 "프랑스식 당구"라고 한다. 스트레이트 레일, 보크라인, 1쿠션 캐럼, 3쿠션 빌리어드, 그리고 4구 등이 포함된다. 우리가 익숙한 형태의 게임이다.
캐롬 당구는 주로 프랑스와 스페인, 터키 등 유럽국가들에서 즐겨치며(터키는 지리적으로 아시아 국가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대중성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도 많이 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4구를 많이 쳐 왔지만, 작금의 대세는 3구라고 할 수 있다.
포켓 당구는 레일에 모두 6개의 구멍(pocket)이 있는 테이블에서 진행된다. 각각의 볼에는 숫자가 적혀 있으며, 일정한 순서에 따라 공을 포켓시켜 승패를 겨눈다. 에잇볼, 나인볼, 텐 볼 등 적구의 숫자에 따라 경기규칙이 조금씩 다르다.
포켓 당구는 가장 널리 퍼진 당구의 종류이다. 우리나라나 일본 그리고 유럽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포켓당구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포켓 당구게임은 주로 미주대륙을 비롯해서 필리핀 등 서구의 영향을 받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동호인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숫자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PBA에서 활약중인 김가영과 차유람 등 여자 선수들 중에는 포켓 당구에서 전향한 선수가 적지 않다.
스누커(snooker)도 일종의 포켓 당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스타라이커를 포함해 모두 22개의 유색 공을 번갈아가면서 점수를 쌓아가는 경기이다. 주로 영국과 영연방 국가 그리고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아시아권 국가에서 성행한다.
<캐롬 당구>
우리가 친숙한 당구이다. 보통 내경이 1.4x2.8미터(대대)의 테이블에서 경기를 하며, 테이블에는 포켓이 없다. 흰색공 2개와 빨간색 공 1개 등 3개의 공으로 경기를 하는데, 하나의 흰색공에는 스폿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빨간점이 하나있다. 지금은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하얀색의 점박이 공이 대세이다. PBA에서는 UMB와의 차별화를 위해 스트라이프가 박힌 공으로 경기를 한다.
3개의 공중 두개의 흰색공(현실적으로 흰 공과 노란 공)이 각각 다른 선수의 큐볼이 되며, 빨간공을 포함하여 수구가 아닌 다른 2개이 목적구가 된다.
참고로, 대한당구연맹(KBF) 규정에 나와 있는 볼은 흰색, 노란색, 빨간색 등 모두 3개지만, 세계당구연맹(UMB) 규정에는 어디에도 노란공 개념이 없다. 선수의 공(큐가 부딪히는 공, 큐볼)인 흰색공이 2개이고 빨간색이 하나이다. 하나의 흰색공에는 구분을 위해 점이 새겨져 있다.
게임의 목표는 큐볼을 쳐서 2개의 목적구를 순차적으로 맞추는 것이며, 성공하면 캐럼(혹은 빌리어드)이 되어 1점을 획득한다. PBA에서는 뱅크샷은 2점임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캐럼경기에는 4볼(4구), 1쿠션, 3쿠션, 보크라인 등 다양한 게임이 있다. 4구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경기이며 지금도 3구와 대등한 수준의 인기도를 보이고 있다. 요즘은 추세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당구입문자는 일단 4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만큼 대중적 게임이다. 아마 초보보자 가장 쉽게 득점할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4구라고 하지만, 원래는 straight rail이라고 하며 "곧 바로" 치는 게임이라는 뜻이며 "아무거나 맞춘다"는 의미에서 자유경기(free game)이라고도 한다. 당구는 각자가 수구를 갖는 4구로 시작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각자의 수구와 목적구 1개를 갖는 3구 게임이 통상적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말하는 4구와 3구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4구경기의 가장 큰 문제는 만년구와 세리(serie)라고 할 수 있다. 만년구는 두개의 공을 코너에 붙여놓고 계속 치는 게임이다. 영어로는 코로칭(crotching)이라고 한다. 4구 플레이어의 목표는 세리라고 할 수 있다. 세리는 모아치기라고도 하는데, series(시리즈)의 프랑스어 표기로 연속치기라 할 수 있다. 영어로는 너싱(nursing)이라고 한다. 세리에 이르는 길은 험하지만, 일단 세리에 능숙하면, "혼자 치는" 게임에 가깝고 결국 게임이 지루해지기 슆다.
많은 당구 동호인들은 <2017 코리아 당구왕 왕중왕 4구부문> 결승에서 521점을 기록한 이기범 선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초구에 그런 점수를 냈으니 결국 4구 대회는 세리 기술로 판가름나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이정도이니 프로라면 어떨까? 지금은 고인이 된 양귀문 선생도 세리로 테이블을 2바퀴 돌리면서 20,000점(2천번 성공)을 기록한 적이 있다고 하니,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4구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1쿠션과 보크라인 등이 있다. 1쿠션은 말 그대로 수구가 1번이상 쿠션에 맞힌후 2목적구를 맞춰야 득점되는 게임다. 보크라인은 영국에서 많이 치는데, 세리를 방지하기 위해 테이블 위에 일정한 구역을 설정하여 그 구역 내에서는 이루어지는 득점을 일정 수로 제한하는 것이다.
보크라인 테이블
3쿠션(three-chshion billiard)의 경우, 큐볼이 쿠션에 3번 이상 터치를 해야 점수를 낼 수 있다. 점수가 나면 계속 슈팅을 할 수 있고, 놓치면 다른 선수에게 순서가 넘어간다.
<포켓 당구>
포켓 빌리어드는 6개의 포켓(구멍)이 있는 테이블에서 목적구를 구멍(pocket)에 집어넣는 (포켓팅) 게임이다. 포켓 빌리어드는 목적구의 수에 따라 에잇볼, 나이볼, 텐볼이 주를 이루며, 각각의 경우 룰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흔한 종류는 에잇볼이며, 프로 경기에서는 나인볼을 주로 친다.
포켓볼은 보통 가로세로 1.4x2.7미터7(레일 포함)의 테이블에서 진행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1.1x2.1미터의 테이블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포켓 빌리어드 테이블의 내경은 캐롬 빌리어드(대대)보다 작으며, 우리나라의 중대보다 조금 크다. 즉, 내경이 1.27x2.54m이다.
사이즈 순서로 보면, 스누커/잉글리시 빌리어드(1.778x3.569)가 가장 크고, 다음은 캘롬 테이블(1.42x2.84)이고, 포켓볼이 가장 작다.
포켓볼의 크기는 지름이 3.715mm로 캐롬볼 61mm의 절반 남짓하며, 무게도 156~170g으로 캐롬볼 205~220g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참고로 스누커볼과 잉글리시빌리아드에는 볼의 무게규정이 없다.
포켓당구에서는 15개의 숫자가 적인 목적구와 하나의 흰공을 사용한다(8볼). 목적구는 1에서 8까지 숫자가 적힌 솔리드볼과 9에서 15까지 숫자가 적인 스트라이프볼이다. 6번과 9번은 구분을 위해 번호 밑에 줄이 그어져 있다. 게임 시작시에는 15개의 목적구가 테이블 반대편(풋 스트링)에 볼링핀처럼 삼각형 형태로 래크(rack)된다. 이때 쓰는 목재 혹은 플라스틱 삼각형 도구를 "래크"라고 한다.
캐롬 경기에서도 뱅킹으로 순서를 정하듯이 포켓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캐롬 경기에서는 초구 결정방법을 추첨(drawing) 혹은 뱅킹(banking)이라고 하지만, 포켓 경기에서는 래깅(lagging)이라고 달리 부른다.
경기는 첫번째 선수가 큐볼로 브레이크를 하며 시작되며(브레이크 샷), 순차적으로 지정된 순서나 방법으로 목적구를 "싱크"시킨다. 실패하면 순서가 바뀐다. 큐볼을 싱크시키면 "스크래칭(scratching)"이라고 하며 파울이다. 공격권을 넘겨줘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를 종료시키기도 한다.
포켓 빌리어드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대한당구연맹은 8볼, 9볼, 10볼 등 3가지 형태의 경기를 주 종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 8볼 경기는 15개의 숫자가 적힌 목적구와 1개의 수구를 가지고 하는 콜샷 경기이다. 15개의 볼 중 한 선수에게는 1~7번 숫자의 볼(솔리드 볼)이 주어지며 다른 선수에게는 9~15 사이의 볼(스트라이프 볼)이 주어진다. 각 선수는 자신에게 할당된 볼을 모두(예를 들어, 9~15번) 싱크 시킨 후 8번공을 싱크시키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각각의 선수는 어느 번호의 볼을 어느 포켓으로 보낼지 콜을 한 후 공격을 실시한다. 경기중 자신의 공이 모두 싱크되기 전에 8번 공이 싱크되면 경기에서 패배한다. 단, 브레이크 중에 8번공이 포켓이 들어가면 재브레이크를 실시한다. 경구 도중에 수구가 포켓에 들어가는 경우는 파울이 되어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겨준다.
포켓 당구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동호인수를 갖고 있다.
-9볼 경기는 1번부터 9번까지의 숫자가 적힌 목적구와 1개의 수구를 가지고 하는 경기이다. 대체로 8볼 경기와 유사하지만, 9볼에서는 낮은 숫자의 번호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9번 볼을 싱크시키면 게임이 끝난다. 8볼에서는 싱크할 볼의 숫자를 사전에 밝히는 콜샷 경기이지만, 9볼에서는 낮은 순서부터 싱크시켜야 하기 때문에 굳이 콜샷을 할 필요가 없다.
일반 동호인 경기에서는 8볼이 대세이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9볼이 대세이다.
- 10볼 경기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10개의 목적구와 1개의 수구를 가지고 경기를 하는 콜샷(call shot) 경기이다. 콜 샷이란 플레이어가 샷을 할 때마다 자신이 넣고자 하는 목적구의 번호를 부르는 것이다. 의도한 목적구(,called ball)가 포켓에 들어가면(포켓팅 되면) 계속 공격권을 갖게 되며, 다른 번호의 볼이 싱크되거나 수구가 싱크되는 등 콜샷이 실패하면 공격권을 잃게 된다. 이런 방식을 계속하여 10번 볼을 싱크시키는 선수가 승리를 하는 게임이다. 8볼경기와 9볼 경기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 풀(연속 풀, 래크 풀)의 경우, 14개의 목적구를 순서에 관계없이 포켓팅시킨다. 그러나 샷을 하기 전에 볼의 숫자와 포켓을 지정해야 하며, 성공하면 1점을 획득한다. 과거 프로게임에서 했으며, 지금은 9볼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포켓 당구를 흔히 "풀"(pool)이라고 하는데 공식 용어는 아니다. 더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영장(swimming pool)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 대중적 용어인 "풀"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당구장의 부정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구장 출입을 사시로 바라봤으며, "건달"의 아지트 정도로 여겨졌던 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마장에서 도박꾼들이 판돈을 거는 방을 "pool house"라고 불렀다. 여기서 pool은 베팅 혹은 "판돈"을 의미한다. 우리가 말하는 "하우스"이다. 그런데 도박꾼들이 막간에 시간을 떼울 수 있도록 방에 당구테이블을 설치했다. 도박꾼들은 점차 당구테이블 자체를 pool이라고 불렀다. 이런 연유로, 대중들은 포켓 당구를 pool이라한다. 그러나 전문가 집단에서는 도박을 연상시키는 pool이라는 명칭대신 빌리어드라는 말을 선호한다.
오늘날에도 미국에서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당구대는 술집에 설치되어 있다. 필리핀이나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에도 술집에 설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당구는 흥을 돋우면서 즐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흥을 "예절"이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대표적으로, 상대편이 득점을 하면 "브라보"를 외치거나 무릎을 두들기라는 것이다. 저는 이런 행위를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술마실 때나 하면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당구의 예절"을 통해 따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밀주, 도박, 매춘 등 "어두운" 영역에서 악명을 높였던 "밤의 제왕" 알카포네(Al Capone)도 당구와 무관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