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책 「'나'라는 착각 (흐름출판)」중에서~
자아(自我)는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편집하고 맥락을 이어붙인 기억의 집합입니다. 즉, 내가 나와 세상에 들려주는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 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아를 빚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아가 생성되는 뇌의 매커니즘을 알면 '내가 원하는 나' 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래고리 번스가 쓴 책 「'나'라는 착각(흐름출판)」 중에서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를 소개합니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뇌과학으로 미래의 바람직한 자기 모습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나'라는 전체성을 만들어 내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신경 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그래고리 번스는 20여년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을 활용해 뇌의 의사결정 매커니즘과 보상 반응을 연구하였습니다. 특히 도박, 사랑, 권력과 같은 보장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으로 추적한 과학자로 유명합니다. 에모리대학교 뇌과학연구소와 뇌 정책센터를 이끌며 최첨단 뇌 이미지 데이터 분석 도구 및 소프크웨어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뇌과학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연구 기준을 세우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2007년 미국 신경과학회 젊은 과학자 상을 2014년에는 미국 심리학회 탁월한 과학 공상을 수상했습니다. 과학 공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가진 학자들로 선출된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시나무라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가사 중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처럼 저자는 우리 안에 세 가지 다른 버전의 자아가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자아, 현재의 자아, 미래의 자아, 이렇게 세 가지 버전에 내가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몸이라는 실체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자아는 매우 불안정하며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보통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같은 과거의 자아를 내세울 때가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속의 경험을 기억하며 이야기로 내고 지난 일들을 평가해 미래를 예측합니다. 저자는 결국 자아라는 것은 기억의 집합이라고 말합니다.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이며,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아를 가진 채 살아간다고 주장합니다.
신경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오가며 자아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실은 뇌가 만들어 낸 허구임을 밝혔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자아가 허구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합니다. 자아가 생성되는 뇌 매커니즘을 알면 내가 원하는 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가 우리의 삶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 서사가 어떻게 우리의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지 알려줍니다.
◈ 머릿말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망상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가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름부터 댑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지요. 하지만 이름은 단지 라벨, 타인이 붙인 꼬리표일 뿐입니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는 좀 더 복잡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것, 또는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컴퓨터에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고 요청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라도 이 질문에 답하려면 복잡한 계산 과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습니까? 이 경우에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 안에 탑재된 뇌가 대답하게 됩니다. 이때 슈레딩거의 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사고로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누구를 단수로 이해하겠지만 신경과학자인 내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세 가지 다른 버전의 자신을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은 현재의 당신으로 가장 익숙하게 나라고 받아들이는 존재입니다. 현재의 당신이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습니다. 현재의 당신은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무게 때문에 앉아있는 의자 쿠션이 압축되고 팽창하면서 몸을 바쳐주는 느낌에 대해 인식합니다. 만약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다면, 낭독자의 목소리 음색을 인식하는 존재가 바로 현재의 당신입니다.
자아라는 망상, 그러나 앞으로 살펴 보겠지만 현재의 당신은 그저 망상일 뿐입니다. 현재의 당신은 찰라의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왜 그럴까요?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 의자에 앉아있는 것과 같은 감각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밀리세컨드 동안에도 현재의 상태는 이미 과거로 미끄러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의 당신은 이미 과거의 당신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자기개발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과거에 갖혀 삽니다. 과거의 당신이 당신의 두 번째 버전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 당신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주로 어떻게 답하시나요? 내가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과거의 자아를 내세울 때가 많을 것입니다. 과거의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속 깊숙히 뻗은 나무 뿌리처럼 당신의 계보이자 정체성이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따라서 당신은 직업이나 가족에서 맡은 역할과 같은 전통적인 이름표로 자신을 정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라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해답은 그 어떤 이름보다 더 깊은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은 다큐멘터리의 기록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누구도 기억을 있었던 그대로 재생할 수 없습니다. 기억의 작은 조각들을 재생할 있지만 그 기억들은 단지 수많은 순간들의 파편일 뿐입니다.
우리의 엉망이고 복잡하고 모순된 과거의 자아들을 하이라이트 릴로 선별되어 뇌에 저장됩니다. 하이라이트 릴은 스포크나 엔터테인먼트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편집한 비디오를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이 조각들의 의미를 부여해 현재의 자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한 서사 구조를 만듭니다. 이 서사 구조가 우리를 세 번째 자아로 이끕니다. 바로 미래의 당신입니다.
미래의 당신은 희미한 존재이지만 그 기능은 무척이나 실용적이며 열망을 대변합니다. 우리의 몸이 현재에 머물러 있을 때도 우리의 뇌는 지난 일들을 평가하여 미래를 예측합니다.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쇼파에서 일어나든 분비는 거리를 거닐든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당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뇌는 예측을 통해 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도록 돕습니다. 뇌는 생존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정리하자면 자아는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편집하고 맥락을 이어붙인 기억의 집합입니다. 즉, 내가 나와 세상에 들려주는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이며,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아를 가진 채 살아갑니다.
우리 안에는 세 명의 내가 삽니다. 일반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는 하나의 존재로 매끄럽게 결합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단일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앞으로 알아보겠지만 이것 또한 망상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매일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유용한 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제의 당신은 오늘의 당신, 내일의 당신과 아주 비슷해서 오랜 시간이 자나야만 새 자아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앨범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10년 전 사진을 찾아서 보세요. 10년 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일어나는 변화들은 매우 심화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지어 세포 수준에서도 과거의 당신과 현재의 당신은 꽤 다른 존재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가?" 나에게 묻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라고 답하겠습니다.
앞으로 이 책에서 알아가겠지만 자아 정체성이라는 질문은 결국 자기 인식에 관한 탐구로 연결됩니다. 즉,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 관한 여정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인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성별이 떠오릅니다. 성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체성에 고정된 객관적인 특징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주장은 이렇습니다.
당신은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몸의 형태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식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당신의 성적 정체성은 타고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이제 자신이 느끼는 성 정체성이 자기 성의 물리적 표현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인식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과정은 뇌에서 일어납니다.
인지 신경과학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발전하였습니다. 뇌 영상기술의 발전은 인지(認知)가 과거의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걸러진 물리적 현실의 혼합물임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인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감각은 세계를 제한된 범위에서 느낍니다. 그래서 매 순간 뇌는 감각 입력의 근원에 대해 최선의 추측을 합니다. 어떤 물체가 당신의 망막에 닿는 광자를 방출하고 있나요? 어떤 동물이나 기계가 당신의 고막을 진동시키는 음파를 만들고 있나요?
보통은 그 답이 확실하지 않아서 우리의 뇌는 보거나 듣는 것을 해석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참고합니다. 여기에 더해 뇌는 저장 용량이 제한된 컴퓨터와 같아서 우리의 기억을 저해상도 비디오와 같은 형태로 압축해 저장합니다. 그래서 다시 기억을 떠올릴 때면 오류와 재해석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들은 부정확한 과거의 기억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 시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의 저자인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아가 필연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가진 기억의 혼합물'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과와 정신과 의사로 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계산 신경과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계산신경과학이란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알아보는 것을 고상하게 표현한 단어입니다. 뇌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컴퓨터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종의 컴퓨터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약 8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있으며, 이들 각각의 세포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 세포로부터 입력값을 받아 그 정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수천 개의 다른 신경 세포에 보내는 일을 합니다.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뇌가 계산을 통해 산출된 값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 골퍼가 골프공을 300야드 정도 중앙 페어웨이로 치기 위한 운동신경과 근육 사이의 조화로운 협력은 뇌의 계산이며, 그 결과 에너지가 몸에서 클럽으로 클럽에서 공으로 전달됩니다. 우리가 사랑, 증오, 부끄러움, 기쁨 같은 감정이라고 부르는 느낌도 뇌에서 일어나는 계산의 결과물입니다.
물론 일부 과학자들은 뇌의 계산만으로는 주관적인 경험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뇌의 활동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는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좀 더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한 인류의 능력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계산신경과학의 도움으로 머지않아 신경활동의 조화가 어떻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 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도 만들어 내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런 혁명적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뇌 영상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인류에게 뇌가 수행하는 계산을 관찰할 수 있는 전례없는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이루어지는 계산들이 관찰될 수 있는 행동, 그리고 인간의 내적 경험과 어떻게 관련되는 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둘째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이 신경과학에 적극적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뇌 특정 기능을 찾는 것에서 기계 학습이 결합된 데이터 과학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뇌 복잡성 때문에 신경과학 실험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자아 정체성은 우리의 뇌가 수행하는 계산의 결과물입니다. 이 계산들은 뇌 자체를 향하고 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도전 과제는 이러한 계산을 해독하는 데에 있습니다.
자아 정체성이 의식의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신이 의식을 잃으면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그 어떤 것도 사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있으면 자신이 감각을 가진 객체임을 인식할 있습니다. 이러한 의식의 형태는 현재의 당신에 해당합니다. 이 순간적인 의식의 형태를 과거와 미래에 연결하는 것이 당신에게 독특한 정체성을 선사합니다. 따라서 자아 정체성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 뇌가 어떻게 현재의 당신을 과거 미래의 당신과 연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야기하는 인간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를 연결하기 위한 독특한 인지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야기 하기는 인간의 본능이여 우리는 이를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발전시켜 왔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이뤄냈습니다. 우리 종은 이야기하는 능력을 활용해 DNA를 발견하고 우주로 사람을 보냈으며, 초월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관계를 맺고 서로를 이해하고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일련의 사건을 표현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압축된 형태로 간추린 현실에 엄선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이야기는 관련없는 정보는 버려지고 중요한 부분만 남습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바꿔 말하면 좋은 이야기는 전혀 거짓이 없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매우 적은 단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다고 잘못 알려진 다음의 문장은 그런 점에서 훌륭한 예시입니다.
「팝니다. 아기 신발, 한번도 안 신음」 이 문장은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윌리엄 r 이 쓴 것의 변형으로 원문은 훨씬 더 짧았습니다. 작은 「신발 한 번도 안 신음」이 그것입니다. 단지 네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지만 여기에 담긴 정보의 양은 놀랍도록 많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연속된 사건을 단순히 열거하는 이상의 일을 합니다.
특히 서사 구조를 가진 이야기는 그 사건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사용하여 우리 주변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온갖 복잡한 사건들을 뇌에 저장합니다. 또한 저장한 정보를 회상하고 타인에게 이를 전달하며 우주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고 삶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이야기에는 하나의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이야기는 삶이 무작위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너무 무서워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진실입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버라 캠퍼스의 영문학 교수 H 포터 에보트는 이야기가 우리 종이 시간에 대한 이해를 조직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자아 정체성은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가 한데 엮인 한편의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서사는 당신이 항상 같은 사람이라는 필요한 망상을 유지하게 합니다. 신경 과학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서사는 뇌가 수행하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이미지의 일치만을 요구하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과 달리 서사는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주제로 사건들을 순서대로 배열합니다.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사건들을 고려하면 무한 한 수의 서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뇌는 이러한 연속된 사건을 특정한 소수의 서사 구조로 분류하도록 진화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정신과 의사였을 때 만난 한 환자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서사의 특정 측면이 매우 괴로워서 도움을 청해온 이들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도구가 부족했습니다. 약물은 불안과 우울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개인적인 서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약물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환각제가 더 널리 처방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약물을 쓴다 해도 자신의 서사를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서사는 거대해서 높은 운동량을 가진 초대형 유조선과 같습니다.
서사의 방향을 바꾸려면 사전 계획과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화물이 가득 실린 유조선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선장은 자신의 앞길에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충분한 경고가 있다면 그는 폭풍을 피해 운행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사전 시간이나 연료가 없다면 기적을 바라며 허리캐인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서사가 미리 정해진 길로 흘러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서사를 바꿀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서사에는 최근에 만들어진 것보다 바꾸기가 더 어렵습니다. 또한 독단적이고 규칙애 얽매인 사람들은 인지적으로 유연하고 새로운 경험에 열린 사람들보다 서사를 바꾸기가 더 어렵습니다.
인간의 인지적 완고함의 일부는 우리가 어릴 때 듣게 되는 최초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가령 당신이 접한 최초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항상 옳바른 일을 하는 도덕주의적 줄거리를 따른다면 이 모형이 인생에 무시할 수 없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뇌 유연성이 떨어져 개인적 서사를 바꾸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위험 회피적이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한 사람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개인적인 서사를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쓰기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켜 삶의 행로를 바꾸고 싶다면 바로 그 첫 걸음이 이러한 서사가 어떻게 만들어 지고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지 배우는 것입니다.
「뇌를 알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삶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구성하며 그 서사가 어떻게 우리의 자아 정체성을 발명하는지 밝힙니다. 이 과정은 꽤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서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듣거나 배운 모든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경험하고 듣고 배운 것들이 당신의 뇌속에 있다면 그것들이 어떻게 들어왔든지 간에 이미 당신의 일부분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몸이라고 부르는 끊임없이 변하는 물리적 기반이 전달하는 감각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복잡한 과정이 됩니다.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에서 나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아줄 다섯 가지 주제에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 인식하는 뇌, 인식론
인식론은 우리가 지식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애 관한 철학의 한 분야입니다. 비인식론자에게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로 들릴 수 있지만 인식의 문제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탐구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나를 의사이자 신경 과학자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이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합리적인 줄임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이 나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가 그렇다고 말했기 때문일까요? 이것이 이 책에서 계속 다룰 질문입니다.
◈ 축약하는 뇌, 압축
앞서 언급하였듯이 뇌는 완벽한 기록 장치가 아닙니다. 뇌는 스트리밍 오디오와 비디오에 사용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억을 압축합니다. 이렇게 압축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기억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모형이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획득하는 대부분의 경험적 기억은 최초의 경험의 편차로 저장됩니다. 당신의 기억이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지에 기초 자료이기 때문에 압축 재구성 과정을 알게 되면 자아 정체성이 얼마나 가변적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예측하는 뇌, 예측
압축이 과거의 당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예측은 뇌가 당신의 미래의 당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경 과학연구는 뇌가 예측 엔진으로서 작동하는 수많은 매커니즘을 찾아냈습니다. 예측은 모든 동물의 뇌에 깊이 각인되어 있어 포식자가 먹이를 잡거나 먹잇감이 잡히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에게 예측은 기본적인 생존 기능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가는 원동력이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추리 능력입니다. 예측은 정체성의 미래 지향적 측면을 담당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의 원천이 됩니다. 우리는 예측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 가능성을 가늠합니다.
◈ 분열하는 뇌, 해리(解離)
자아 분열을 뜻하는 해리는 정신과적 문제에 부정적인 함의를 내포하는 표현 같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때때로 해리합니다. 해리는 정신과적 증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인지 과정입니다. 과거와 미래의 자아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현재로부터 해리하여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내 입장이 돼 보아야 합니다.
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해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이야기하는 뇌, 서사
인식, 축약, 예측, 해리하는 모든 것을 한데 묶어주는 접착제가 바로 서사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한편으로는 청자(聽者)의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에서 나는 뇌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데 서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서사는 구슬, 그림, 기록, 소설이나 영화 등 어떤 형태로 접하든지 관계없이 뇌를 변화시킵니다. 어떤 형태의 이야기라도 당신의 뇌속애 입력되는 순간 이미 당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가 어떻게 머릿속에서 떠돌아 다니는지 이러한 서사들이 기원이 어떻게 서로 버무려지는지 그리고 그렇게 섞인 이야기의 스프가 어떻게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당신이 현재의 자아를 알고 있다고 믿더라도 당신의 서사가 아직 고정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자신의 서사를 바꾸고 싶다면 그럴 힘은 당신 손 안애 있습니다. 당신이 듣는 이야기들이 당신의 서사를 형성함으로 당신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이야기를 바꾸면 자아 또한 바꿀 수 있습니다.
자아를 발명하는 뇌 특성을 알게 되면 도덕적 나침반을 유지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고 우리를 둘러싼 거짓 서사들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가에 대해 더 나은 생각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미래의 당신을 위한 서사를 만드는 방법애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미래의 방정식
먼저 좋은 기억을 선택적으로 회상합니다. 운동이나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비우고 어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 형태로 기록합니다. 이 과정은 미래의 자신들에 대해 만화경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시각적 단편 조각, 즉, 희미한 이미지의 콜라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그 이미지 중 하나를 잡아서 머릿속에 그려 보십시요.
이때 눈에 띄는 것이 무엇인지 주목하세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혼자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인가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이것은 서사 브레인 스토밍입니다. 줄거리를 만드는 대신 이 과정은 선택적인 기억의 회상에 기반하여 미래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충분히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거기애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들은 어쩌면 그 차이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표로 한 미래의 당신을 머릿속에 확정하면 온몸으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때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공포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를 마비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정작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모호성 회피라고 부르는데 인간은 불완전한 정보에 대해 태생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코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인공 지능의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입니다. 즉, 반사실적 후회 최소화가 필요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가능한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모델링하고 후회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행동 방식을 선택합니다.
미래 버전에 대해 생각할 때 두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현재의 삶의 궤도를 유지하거나 상상한 미래의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것, 이를 구체적으로 나누면 의사 결정 행렬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행렬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행동의 선택입니다. 현재의 삶의 궤도를 유지하거나 상상한 것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두 번째 차원은 세상의 상태입니다.
이것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세계가 어떻게 될지를 나타냅니다. 여기에는 무한한 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소행성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습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화하기 위해 나는 A와 B라고 표시한 두 가지 버전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A 버전에서는 현재의 궤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B 버전애서는 바꾸는 것이 더 났습니다. 두 세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같다면 우리는 더 나쁜 가능성만 피하면 됩니다. 만약 당신이 길을 바꾸기로 하고 결국, A 세계에 놓이게 되면 당신은 현재의 길을 유지했던 것보다 나쁜 결과를 얻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당신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세계가 B로 끝나게 되면 이 역시 나쁜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후회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그저 당신의 선택을 후회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들립니다. 나는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자신들의 다중 우주를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방금 설명한 알고리즘은 최악의 결과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그것을 회피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후회에는 행한 것과 행하지 않은 것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나쁜지는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행위의 후회는 즉각적이고 단기적입니다. a 후에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집니다. 나는 의사 결정 수업에서 대학생들에게 후회 최소화 전략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삶의 갈림길에 서 있고 직업 선택에 몰두합니다.
개중에는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무서워 그만 마비된 학생들도 있습니다. 후회 최소화 선택은 이 마비 상태에 대한 치료제를 제공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4년 후에 자신이 지금 순간을 돌아보는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길을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여러가지 버전의 자신이 있고 그들이 항상 거기애 있었다는 것을 설득했기를 바랍니다.
이 문장의 힘을 깨닫게 되면 새로운 서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당신 앞에 열립니다. 당신이 말하는 서사가 곧 당신입니다. 당신이 이야기 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한 당신은 줄거리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오래된 서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과 더 밀접하게 일치하는 다른 서사를 소비함으로써 그것들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 여기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착각속의 나로부터 깨어나서 참나를 만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