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손은 기도하며 나누는 손”
동장군이 기습으로 온 섬이 속세의 때를 벗은 지난 9일. 제주시 월평동 삼광사(주지 현명 스님) 덕희봉사회(회장 김문자)원들은 직접 가꾼 배추로 김장김치를 만들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주며 세밑을 훈훈하게 달궜다.
삼광사 김장김치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도내 복지시설, 소아암백혈병어린이협회 등 소외된 이웃들을 연말이면 친정집에 찾아오는 딸처럼 따뜻한 구들묵을 내어준다. 그래서 행사명도 올해는 ‘나눔문화 한마당’이다.
우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부터가 다르다. 지난 9월 삼광사 도량 내 배추 3천포기, 무 1500개 씨앗을 뿌려, 매일같이 ‘금이야 옥이야’ 자식들의 내리사랑처럼 지극정성으로 가꿔온 김장재료들이다. 그야말로 매일같이 스님의 목탁소리를 듣고 속이 알차게 여물었다. 4개월여 동안 덕희봉사회원들의 정성을 머금은 배추 2000포기는 덕희봉사회원들의 손길을 거쳐 소외된 이웃들의 밥상으로 회향한 것이다.
덕희봉사회원들은 지난 6일부터 배추를 뽑고, 다음날 소금에 절인다음, 8일 배추를 씻었다. 수능 때면 한파가 몰아치듯 덕희봉사회가 김장을 담그는 기간이면 동장군이 기세를 부린다. 9일도 온 세상이 하얗다. 이 기간만큼은 삼광사를 찾는 이들이 모든 세속의 번뇌를 씻고 청정한 마음이 깃들길 바라는 부처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소임을 다하는 송금순 지도감사는 “속이 꽉 차 잘 여물어준 배추에 감사하다”고 자연에 고마움을 전한 후 “작년에 배추의 소금물을 뺀다고 했지만 물기가 있어 올해는 봉사를 하루 더 늘렸다”며 “정말 내 식구가 먹는 김치보다 더 정성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지난 9일 9회 삼광사덕희봉사회 나눔문화한마당9월 삼광사 도량서 키운 2500포기 배추로 ‘회향’올해도 어김없이 다문화가정 식구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일본․베트남․필리핀 등 12가구에서 4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삼광사의 나눔한마당은 사찰의 축제를 넘어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명 스님은 다문화가정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거워하는 모습에 “다목적 요사채인 향적전이 내년 2월 완공되면 다문화가정이 삼광사를 친정에 온 듯 함께 김장체험도 하며 하룻동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번 자비의 김장김치는 ‘나누는 기쁨 행복한 세상’이란 주제에 맞게 다문화가정에서도 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국제가정문화원을 비롯해 제주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혼자사는 노인, 아라동주민센터에서 추천된 소외된 이웃, 도내 장애인 복지시설인 탐라장애인복지관, 사랑의 집, 제주중증장애요양원 그리고 보육원인 예향원으로 향했다.
이 밖에도 제주시 용담동 작은 예수의 집을 비롯해 삼광사 도량 내에 직접 파종한 콩을 수확, 직접 콩을 쪄 메주를 쑤고 회원들의 땀방울로 만들어진 간장과 된장 일부를 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도지부 등에 전달했고, 일부 수익금으로는 오는 16일 소외된 이웃 15가구에 연탄 2400장을 배달하며 회향한다.
김문자 회장은 “배추 한 포기, 메주 한 덩이 진정 덕희봉사회원들의 정성이 듬뿍 깃들었다”며 “매년 행사 때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이를 피하려 하지 않고 더 열정적으로 일하는 회원을 보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