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교실에서 공부는 하기 싫지,
놀러는 가고 싶지,
그러다 보니 걷겠다고 말하고 따라왔던 것이다.
이럴 경우 힘들겠지만 걸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나머지 아이들의 에너지마저 뚝뚝 떨어진다.
우선은 걷겠다는 아이들을 분리해 먼저 출발하게 한다.
그리고 둘만 남아 반복된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어쩔 수 없다. 달래 걷기 시작한다.
반복, 지속적으로, 힘들어요! 더워요! 언제까지 걸어요! 더워요! 힘들어요!
처음엔 마음을 받아주다가 나도 힘겨워 나 역시도 앞 서 걷는다.
근력이 좋은 아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걸을 수 있는데
마음이 이미 걷기 싫어!. 걷지 않을거야!를 선택하고 있다.
물론, 덩치가 커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모습에 안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이틀동안 걷겠다고 계획했던 코스를 다 걷지 못했다.
그리고 하루 중 오후를 자유시간으로 보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걸 알았던 것처럼
우리는 여유를 즐기는 자기 방법을 생각하고 준비해 오기로 했었다.
낚시를 하는 아이들과 낮잠을 선택한 녀셕과 나는 그늘에 앉아 모처럼 책을 실컷 봤다.
일정을 마치고
배를 타고 섬에서 나오는데
녀석 몇명은 3층 라운지에서 쉰다.
한 명도 안 남고 에어컨을 찾아 들어갔다면 서운했을 것인데...
먼 바다를 지긋하게 바라보고,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곳을 응시하기도 하며
무심히 서 있는 작은 무인도를 느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 녀석들 역시 조잘대다 가끔 묵묵히 그렇게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고, 고맙다.
마음 속에서 이문재 시인의 밥모심 시가 생각난다.
이문재 시인의 기도 방식이라면
.... 먼 바다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듯,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으로, 포말이 사라지는 파도를 지켜보는 것으로, 섬과 섬을 이어주는 것, 멀리 가리키는 녀석들의 손 끝을 응시하는 것, 옆으로 어선이 지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는 것으로 많은 기도를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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