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4.01.24 03:04
1세기 토기 첫 발굴… 海洋 교역 증명, 고려청자·조선 石丸 500점도 나와
물살 빨라 침몰 사고 잦은 곳 "옛 선박 船體 건져낼 가능성도"
전남 진도와 육지 사이 '울둘목' 바다 인근 해역에서 고려청자 265점 등 유물 500여점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지난해 4~11월 전남 진도군 군내면 명량대첩로(오류리) 앞바다〈지도〉에서 진행한 제2차 수중발굴조사 결과를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표했다. 연구소는 "삼국시대 초기의 토기, 고려시대 청자류와 청동 거울, 임진왜란 때의 돌 포탄 등 시대를 망라하는 유물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가장 오래된 해저유물 나와"
이번 발굴에선 삼국시대의 토기가 나온 것이 가장 주목된다. 거의 완전한 상태로 나온 서기 1세기 무렵의 경질무문토기(硬質無文土器) 2점으로, 우리나라 수중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신종국 학예연구관은 "바다에서 삼국시대 토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해상 활동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까지 올라가게 된 셈이다.
-
-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남 진도 오류리 해역의 제2차 수중 발굴 조사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나선화(마이크 잡은 이) 문화재청장이 삼국시대 토기와 고려청자 등 발굴 유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발굴된 고려청자 중에는 참외 모양 병인 청자과형병(靑磁瓜形甁)과 기와·향로·베개·요고(腰鼓) 등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다. 과형병은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작품처럼 긴 타원형이 아니라 짧고 둥근 곡선을 이룬 독특한 모습이다. 향로는 화로형의 몸통 4점과 기린·오리·원앙 모양의 뚜껑 4점이 나왔다.
청자 베개(청자침·靑磁枕)는 별다른 장식 없는 기둥을 세우고 상판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굽게 만들어 머리를 편안하게 떠받칠 수 있는 실용적인 구조다. 청자 기와에는 모란·당초·연화 무늬가 사실적으로 새겨졌고, 일부 수키와에는 그 기와가 지붕의 어느 부위에 위치할 것인지 표시한 '누서면남(樓西面南)' '서루(西樓)' 등의 명문이 확인됐다. 제작 단계서부터 치밀한 계획에 의해 생산됐다는 것이다.
-
- (사진 오른쪽)삼국시대 초기인 1세기의 경질무문토기.
도자사 전공인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고려청자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강진청자와 부안 유천리 청자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아름다운 청자가 많이 나왔다"며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이 아니라 고려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썼던 일상용품이라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옛 선박 선체 건질 가능성도"
임진왜란 때의 유물도 발굴됐다. 돌을 둥글게 다듬은 석환(石丸) 4점은 지름 8.4~9.9㎝ 크기로, 조선군이 총통에 넣어 포탄으로 사용했던 무기다. 지난 2012년 이 지역의 1차 발굴조사 때는 임진왜란 4년 전인 1588년 제작된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이 나오기도 했다.
또 ▲쌍룡운문대경·조화문경 등 고려시대 청동 거울 ▲원풍통보·가태통보 등 11~13세기 중국 송(宋)나라 동전도 함께 발굴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곳에서 옛 선박의 선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오는 5월부터 3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곳은 남부 지방의 세곡(稅穀·세금으로 내는 곡식)을 배에 싣고 개경(개성)이나 한양(서울)으로 운반하던 주요 항로였다. 배가 많이 지나다니던 길목인데다 물살도 빨라, 침몰 사고가 많았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전지였다.
장구 원형 '요고'도 발굴
-
- 전남 오류리 해역에서 발굴된 청자 요고(오른쪽)와 이 유물을 바탕으로 한 복원품. /문화재청 제공
이번 진도 오류리 해역에서 나온 청자 265점 중 가장 특이한 유물은 전통 악기 장구의 원형인 '요고(腰鼓·허리가 잘록한 장구)' 2점이다. 청자로 만든 요고는 이번에 처음 발굴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당초 이 유물을 용도를 알 수 없는 '이형(異形) 도기'로 분류했다. 악기장(樂器匠) 이복수(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12호)씨가 유물을 보고서야 "대칭으로 보이는 좌우의 울림통 크기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고, 울림통 끝에 소리의 공명을 위한 울림테가 있다"며 악기로 판단했다. 이씨는 "청자 요고는 '악학궤범'(1493) 같은 문헌에만 나오던 것이었는데 이제 실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연구가 더 진행되면 고대 악기 발달사의 일부가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