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영성체 예식
(1) 주님의 기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 자신의 기도로써, 그리스도인 기도의 모델이 됩니다.
주님의 기도는 영성체를 준비하는 최상의 기도로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미사 중에 바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기도로서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알려주기 때문이며, 하느님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기 때문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주님의 기도를 보물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가 된 기쁜 마음을 가지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여 주님의 기도를 천천히 바쳐야 하며, 그럼으로써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하여 그분께서 우리 안에서 영광받으시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 평화 예식
평화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은 성체를 통해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와 신자들의 대화입니다. 평화 예식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평화를 위한 사제의 기도, 둘째는 사제와 신자들 간의 인사 교환과 응답, 셋째는 모인 신자들의 상호 인사와 표시입니다.
평화의 인사는 미사 시작 때의 참회 예식을 상기시켜 줍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눔으로써 우리 모두는 참 평화를 전하는 사도가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은 서로 절하면서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때 악수나 포옹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 치릴로는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인사로 대신합니다.
평화의 인사는 영성체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의 인사를 나눔으로써 그리스도처럼 온 세상의 평화와 구원을 위하여 희생제사를 거행하겠다는 표시를 합니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온 인류의 일치와 평화를 위하여 일할 자세가 되어 있음을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분명히 표현하는 것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진정한 의도인 것입니다.
(3) 빵 나눔
예수님 시대의 빵은 2-3cm 두께의 납작한 케잌 형태의 빵이었기 때문에, 영성체를 위해서는 빵을 쪼개야만 했습니다. 그러므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빵 나눔’이 곧 영성체 예식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한 빵을 나누는 것은 우리 모두가 영성체로써 생명의 빵, 살아있는 빵이신 그리스도를 나누어 받아 모심으로써 한 몸을 이룬다는 사실을 표시합니다(1코린 10,17 참조).
(4) 성체 조각을 성혈에 섞음
사제가 나눠진 빵 조각을 성혈에 섞는 것은 4세기 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따로 축성하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하는데, 반면에 영성체로서 받게 되는 빵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하므로, 부활하여 예수님의 몸과 피가 재결합된 것을 상징하기 위하여 분리된 성체와 성혈을 재결합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예식은 주교님과 지역 교회와의 일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5)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기도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께 자비와 평화를 청합니다. 세 번 자비를 비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자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표시이며 강조인 것입니다.
(6) 사제들의 영성체
사제는 영성체하기 전에 속으로 ‘모든 죄와 온갖 악에서 저를 구하시고, 제 영혼과 육신을 자비로이 낫게 하시며 지켜 주소서’라고 기도합니다.
(7) 신자들의 영성체
신자들은 영성체 전에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이는 우리가 백인대장(마태 8,8 참조)과 같은 믿음과 겸손으로, 우리 영혼의 모든 병을 치유해 주실 수 있는 주님께, 우리를 낫게 하시는 말씀을 해주시도록 요청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성체를 통하여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를 존경과 사랑으로 맞이하고 나 자신과 모든 것을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맡기며 비천한 나에게까지 내려오셨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영성체를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합당히 해야 합니다(내적인 준비 : 성찰 또는 고해성사, 외적인 준비 : 공심재). 영성체는 미사의 완성이며, 공동체적 성사이기 때문입니다.
(8) 영성체송
영성체송은 그날 미사와 성체의 신비를 표현합니다. 영성체송은 그리스도의 성찬에 초대받았음을 기뻐하며 감사하는 노래로써, 신자들이 영성체하는 동안에 부르던 노래입니다.
(9) 영성체 후 기도
영성체 후 기도를 하기전에 주님과의 일치를 돕기 위하여 얼마 동안 침묵을 지킵니다. 이 침묵은 충만한 침묵, 말씀을 듣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침묵이어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는 그날의 구원신비가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기원하는 기도이며,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에페 5,20)”하는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