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알고 있듯 발제자가 시무했던 향린교회는 홍근수 목사시절부터 지난 25년 동안 국악예배를 드려오고 있다. 이에 관련하여서는 얘기할 게 많지만, 시편에 관련해서 한마디만 하고자 한다. 예배 시에 시편교독문을 읽는데, 본인은 원시편이 노래로 하는 것이기에 이를 국악풍의 짧은 가락으로 인도자와 회중이 교대로 부르는 형식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담당 교인들과의 작업을 통해 만들었다. 이때 만약 문 목사의 공동번역 시편이 없었더라면 많은 부분 생동감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2013년 부산에서 열렸던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에서 “The Korean Traditional Hymn in Connection with Ecumenical Spirituality”란 워크샵을 향린교회 단독으로 주최한 바 있었다. 당시 보통의 워크샵은 많아야 2, 30명인데, 여기에는 200명이 참가 신청을 하고 큰 호응을 얻은 바가 있었다. 예배 전체 틀을 국악으로 바꾸는 일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일단 시편 교독문이라도 국악풍의 가락에 공동번역의 시어를 사용하면 한국교회 개혁에도 상당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목사님의 회고에 따르면 중학생 시절 학교 문예지 편집 일을 맡았던 윤동주가 목사님에게도 시 한편을 써내라고 하여 한편을 보냈더니 ‘이게 어디 시야’하면서 되돌려 받게 되면서 시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성서번역에 참가하면서 시를 쓰게 되는데, 그러면서 상상하기를 만약 동주가 살아 있어 시편 번역을 도와주었더라면 자신은 영영 시를 써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문익환, 『혁명의 해일』 청노루 1988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