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작은 만두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 어김없이 방문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십니다.
대개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 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두 노인은 서로를 마주 보며, 가끔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픔에 젖은 듯 눈물이 고이기도 합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아내는 “부부 아닐까요?“라고 답했습니다.
“부부가 왜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겠어요?“라고 나는 의심했습니다.
아내는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죠. 아마도 첫사랑일 수도 있겠네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주위의 반대로 헤어졌고 몇 십 년 후 우연히 만난 것일 수도 있죠.
그러나 각자 가정이 있으니 이렇게 만나는 걸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는 따뜻한 눈빛에서 두 노인이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근데, 저 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신 건 아닐까요? 안색이 지난번보다 많이 나쁘신데요?”
아내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오늘 따라 눈물을 자주 닦고 어깨를 들먹거리며,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감싸 안는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요?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 수도 있겠지요.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으니까요.
“어머, 비가 오네요. 여보, 솥뚜껑 빨리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을 닫는 것보다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시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두 노인은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몹시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은 묵은 사진첩의 낡은 사진처럼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사람인가 봅니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확실히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약간 웃었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라고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 아내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두 분은 사실 부부였지만,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살았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내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며느리들끼리 싸운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큰 며느리가 “나만 부모를 모실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생겼고,
결국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은 매주 한 번씩 서로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다시 천국에서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 글, 인터넷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