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의 법칙
serendipity [sèrǝndípiti(ː)] n.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 귀한 것을 잘 찾아냄, 행운을 불러오는 힘.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이 옛 페르시아 우화 《세렌딥의 세 왕자들Three Princes of Serendip》을 읽고, 책 속의 주인공들이 그 능력을 가진 데서 착안해 만든 단어. (1754년) [pl.] 운 좋은 뜻밖의 발견(물)
우연을 붙잡아 행운으로 바꾸는 힘
영어사전에는 serendipity를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연을 붙잡아 행운으로 바꾸는 힘’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심리학자 융이 말한 synchronicity(의미 있는 우연, 동시성)와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serendipity는 능력이며, 누구나 노력하면 몸에 익힐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은 감성에 호소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일본의 도쿄대학 기술경영대학원 교수이며 과학계와 비즈니스 업계를 두루 거친 저자는 각 분야에 존재하는 세렌디피티의 사례를 종합, 분석하여 이 책을 썼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3M 사의 포스트잇을 개발한 연구원,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방식을 혁신한 오노 다이이치 전 부사장,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와 같은 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 씨 등의 위대한 발견의 계기가 된 우연한 행운을 예로 들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무엇’이 행복한 우연을 이끌어냈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제치고 ‘모기 침보다 가는 주사바늘’을 만든 장인의 이야기, 예상외의 시장을 발견해 성공을 거둔 IBM의 사례를 비롯해 일본 고속철 신칸센에서 도시락과 음료를 파는 장사꾼의 놀라운 상술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렌디피티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준비와 기초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시야와 전문가적 발상에 구속받지 않는 유연한 태도, 자신이 속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관심,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 노력,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실행할 때 비로소 우연한 행운은 찾아오는 법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기적처럼 느껴지는 ‘우연한 행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력에 대한 결과요, 대가인 셈이다. 그야말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말이다.
‘포스트잇 개발’에 작용한 세렌디피티의 법칙
“잘 떼어지는 접착제는 쓸모없는 실패작인가, 대단한 발견인가”
지금은 ‘잘 떼어지는 접착제’의 보통명사가 된 포스트잇은 3M 사 중앙연구소의 실패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스펜서 실버라는 연구원이 개발한 접착제는 ‘잘 달라붙지만 떼면 금방 떼어지는’ 이상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보통 연구자들은 연구가 실패하면 그 사실을 공표하길 꺼려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오히려 이 연구 성과를 뭔가 획기적인 상품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기는커녕 사내의 기술 세미나에서 당당히 발표했다. 포스트잇의 개발이라는 세렌디피티를 불러온 첫 번째 요인은 스펜서 실버의 ‘잘 떼어지는 접착제는 대단한 발견’이라는 믿음이었다.
스펜서 실버가 사내 세미나에서 실패한 연구에 대해 발표한 지 1년 후, 같은 회사의 테이프 사업부에서 일하는 아서 프라이라는 연구원이 1974년 12월의 어느 일요일에 교회에서 한 가지 체험을 했다. 그는 교회의 성가대원으로, 바로 다음에 부를 찬송가를 표시하기 위해 악보에 ‘책갈피’를 끼워 놨는데, 악보를 넘기다가 책갈피가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스펜서 실버의 실험 실패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이용해서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책갈피’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아서 프라이의 정보 활용력이 세렌디피티를 불러온 두 번째 요인이었다.
아서 프라이는 그 이튿날부터 이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책갈피’를 개발하기 위해 사내 동료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3M 사가 제조하는 스카치테이프는 롤 모양이며 한쪽 면 전체에 접착제가 붙어 있는데 비해, 접착 가능한 책갈피는 평평한 종이에 그것도 일부에만 접착제를 발라야 했기 때문이다. 평평한 종이의 일부에만 접착제를 발라도 울퉁불퉁해지는 일이 없도록 접착제를 바르는 곳만 종이를 얇게 깎아내 전체의 두께를 똑같이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서 프라이는 이런 사내의 차가운 반응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세렌디피티를 실현하려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의 실행력도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세렌디피티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이 상품이 처음에 계획했던 ‘접착 가능한 책갈피’라는 기능 외에도 새로운 ‘의사 전달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성공을 확신했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붙여 놓는 메모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내에서는 협력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제조장치를 설계해 자택의 지하실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아서 프라이는 2년에 걸친 고독한 노력 끝에 마침내 제조장치를 완성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조장치는 만들었지만 시험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내 마케팅부라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시장 조사를 했지만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직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비쌌다. 이래서는 회사에서 시장의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서 프라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사내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나눠줬다. 비서들이 제품을 써보고 그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깨닫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사내에 그 편리함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이렇게 해서 결국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시험 판매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자 개발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아서 프라이는 직속상관을 거치지 않고 담당 부사장에게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을 직소했다. 그러던 차에 행운의 여신이 나타났다. 3M 사의 회장 비서 이름으로 포춘 500대 기업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포스트잇은 1980년에 미국에서 그리고 이듬해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제품을 시장에서 성공시키려면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라 개발자 본인의 강한 의지와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마케팅 부문의 조사 결과가 좋지 않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떤 조사를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사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아서 프라이는 ‘초보자’의 유연한 발상력과 ‘전문가’의 실행력으로 마케팅 전문가와 판매 전문가들의 벽을 뛰어넘었다. 이것이 세렌디피티를 불러온 최후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지은이|미야나가 히로시(宮永博史)---------------------------------------------------------------
도쿄대학 공학부와 MIT 대학원을 졸업하고 NTT전기통신연구소와 AT&T벨연구소 책임연구원,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사 마케팅 디렉터를 역임했다. 그 후 컨설팅 업계로 진출, 스탠포드 리서치에서 근무하다 2000년에 딜로이트 투시 토머츠 컨설팅(현 에이빔 컨설팅) 총괄 파트너로 취임했다. 2002년에 이 회사 대표이사가 되었고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2004년부터 도쿄이과대학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BtoB 마케팅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김정환-------------------------------------------------------------------------------------
건국대학교 토목과 졸업하고 현재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준비된 자만이 정상에 오른다》, 《미국 대통령의 거짓말》, 《컬러 마케팅》 《머리 좋은 사람들의 9가지 습관》, 《주말의 달인》, 《10세부터 배우는 상대성 이론》, 《중국비즈니스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라》, 《CEO의 메모: 시간과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대박장사, 손님의 마음을 뒤흔드는 마술》, 《시간활용 기술》 등이 있다.
첫댓글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 우연을 붙잡아으로 바꾸는 힘....참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