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완충지대(수필)
수암 박경열
시골 사는 친구는 곁 부부(수십 년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해마다 농사에 일손이 부족하지 않아서 다행 이다
정년을 마치고 농사 시작한 나는 귀촌하여 혼자서 1,000평 농사를 짓는데 그에 비하면 3,000평 넘게 농사짓는 친구는 친환경 농법으로
판로도 비교적 보장이 되어있다.
친구 와이프는 늦게 결혼하여 애들
키우느라 순천에서 생활하고 친구는
소까지 키우면서 출퇴근하듯 잠은
와이프와 함께하고 다시 아침에 여수 소재 시골 일터로 온다
요즘은 친구 와이프도 애들 크고 하여 시골 일을 돕고 있다
마늘밭 매는데 곁 부부처럼 일하시던 아주머니와 일 관계로 부부싸움을 하듯
심하게 다투는 광경을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친구 와이프는 싸움을 말리고 있고 나는 웃느라 정신이 없다
정작 부부 관계는 아니지만 수십 년 같이 일을 하다 보니 부부보다 더 부부 같은 일상이 되는 듯했다
정작 와이프와 다툴 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와 사사건건 다툼을 하는 것이다
와이프와는 너무 사이가 좋은데 그 이유는 곁 부부 같은 아주머니께서 완충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와이프와 다툴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으하하!
또 다른 이웃 1년 선배는 형님이 작고하시고 근처에 사는 형수님 일을 거들고 있다
그들은 일할 때마다 형수님이 일방적
으로 몰아치는 경향이 보인다
이들은 부부처럼 일은 하지만 부부는
아니니 상하 관계가 작용하는 듯하다
일이 잘못되면 형수의 큰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
가끔 이웃사촌끼리 일곱 가구가 한집에
모여 식사하고 식사가 끝나면 맨 화투
를 치는데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1년 선배와 형수님 또한 수십 년 농사를
같이 지어온 사이이니 마치 부부처럼
많이 다투는데 형수님의 일방적 승리로
끝이 난다
하여 1년 선배는 특단의 조치로 화투
판을 엎어 버리고 항명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웃들의 중재로 두 분은 화해하고
마무리되었지만, 골이 깊어 오래가리
란 짐작만 한다
1년 선배 형님이 작고하시지 않았으면
세 사람이 농사를 지으므로 두 부부가
다툴 일이 많아 1년 선배는 지금과 다르게 형수와 사이가 좋았으리라
이들에게는 돌아가신 형님으로 인하여
완충지대가 사라진 이유로 부부는 아니
지만 일방적이 부부 싸움으로 상처를
입는 쪽은 1년 선배이다
귀촌한 지 2년 정도 되는데 시골 우리
마을은 다른 동네에 비하여 단결과
결속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덕분에 봄가을에 국내 여행을 다니고
있고 육순 칠순 팔순 잔치를 챙겨주고
밴드를 불러 쌓인 피로를 풀며 회포를
달래기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건강보험 공단에서 보내
주신 요가 선생님 지도아래 요가를 배우고 있으며 청일점인 나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작 본인의 와이프는 순천에 살고 있고
나는 시골 생활을 하며 가끔 순천에 가기도 하고 와이프가 반찬 등을 싸 들고 시골로 와서 하루 이틀 자고 가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완충지대가 필요 없는 셈이다
지금도 참깨가 쏟아지는 냄새가
시골 마을에 풍기니 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부부로 농사 짓다 보면 하루에 서너 번
안 싸우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시골의 부부라는 울타리는 너무도 견고하다
옛날에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하였
지만 지금은 칼로 두부 자르기다
시내 사는 사람들이여
부부싸움은 자제하시라
시골은 아직도 칼로 물 베기이지만
완충지대가 없는 시내 분들은
부부싸움 잦으면 남이 될 확률이
커진다는 걸 시골 촌부가 매의 눈으로
읽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편하신 밤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