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글을 쓰는 것도 관성이 있어 머리는 가만히 있는데 손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꼭 써야 할 이야기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없이 칸을 메우며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울컥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열정도 별로 없는 사람이다. 못 겪어서일 수도 있고 못 느껴서일 수도 있겠다. 감정이 무딘 만큼 타격은 적게 받는다. 적당히 감정을 추스르며 잘 포장하는 재주도 있다. 살기에는 편하지만 글을 쓰면서는 늘 아쉬운 점이다. 글을 쓸 때에는 나의 공감이나 동조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유행가를 좋아한다.
유행가의 노랫말이 주는 그 노골적인 표현들이 좋아서 가끔 듣게 된다. 나는 쉽게 하지 못했던 아프다, 기쁘다 좋다. 밉다. 얼른 와라, 가지 마라 등 느끼는 순간을 다 말해준다. 아프다고 말 하니 네가 많이 아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한다고 말하니 사랑받고 있구나 생각한다. 어렵지 않다. 감정 소모도 적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바로알 수 있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해서 부르는 노래는 많지 않다. 가사를 다 외우는 노래가 거의 없기도 하지만 약간의 음치, 박치인 나는 노 래의 곡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노랫 말은 여러 번 들으면서 상당히 열심히 외우고서야 남은 것이다
임재범의 <비상>에서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라는 대목을 들었을 무렵의 나는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 '나'를 찾고 싶을 즈음이었다. 나의 제자리가 어딘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되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생각도 하곤 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의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라는 가사는 같이 아린 시절을 보낸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다른 기억들을 가졌구나 했던 생각이 들게 했다. 친구들과도 남편과도 서로 어긋난 기억들을 맞추던 일도 떠오르면서 뭔가 마음에 와닿아 몇 번을 다시 듣고 또 들어 외웠다.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라는 송대관의 <유행가> 가사처럼 신나는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본다. 넘치는 감정으로 부른다는 유행가 같은 글을 써보고 싶다. 가슴을 치며, 치받는 감정을 막지 못해 가슴을 부여잡으며 따라 부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내 가슴은 끓지 않는다. 아직 덜 끓은 것인지 이미 식은 것인지.. .
김명희
<The 수필> 빛나는 수필가 60 선정
jnijuya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