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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저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출판사 서평
현대 소설의 패러다임을 창조한 ‘천재’ 보르헤스의 경이로운 미학 세계
현실을 전복하는 초현실과 실재에 침투하는 허구
20세기 문학의 명제를 예지한 거장이 창조한 정교한 이야기의 미궁
▶ 보르헤스의 문장을 읽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생각한 모든 사상의 지평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 미셸 푸코
▶ 나는 내일이면 죽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다가올 세대들에게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다. - 보르헤스
기호학, 해체주의, 후기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주요 현대 사상을 견인한 선구자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 지식인과 작가 들의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대표작 『픽션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75)으로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출간은 국내 중남미 문학의 권위자 송병선 교수의 번역으로, 허구적 이야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추고 비감정적이고 건조한 작가의 문체적 특성을 되살려, 보다 현재적이고 새로운 ‘오늘의 보르헤스’와 만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작품집은 1941년 발표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과 1944년 발표한 「기교들」에 수록된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으로, 일생 동안 단 한 편의 장편 소설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단편 전문 작가 보르헤스의 문학적 정수를 보여 준다.
각 작품 모두 20세기 주요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 선구적인 소설집은 교묘한 서스펜스와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이야기 장치를 통해 기억과 환상,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허구’를 다룬 ‘허구’로서 신선한 충격과 사고의 전환을 맛보게 한다.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움베르트 에코 등 현대 지성사의 핵심적 인물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상의 디자이너’ 보르헤스. 그의 작품은 오늘도 여전히 처음 책을 연 독자들에게 ‘무한히 갈라지는 의미의 길’을 열어 보이며 이제까지 만나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놓을 것이다.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확고한 것으로 믿었던 시공간이 순식간에 전복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특히 허구를 주제로 한 이 소설집에 실린 열일곱 편의 단편들은 가상과 실재를 유리시켜, 무수한 가설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며 생경하고 낯선 풍경을 보여 준다.
■ 시간을 낯설게 하는 영원함과 공간을 낯설게 하는 무한함
보르헤스에게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의 변주일 뿐이다. 그가 만들어 낸 이 정교한 미궁에는 완전히 처음 보는 이야기도, 완전히 알고 있던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할 만큼 생경한 이야기.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소설이 문학적 상상력의 극단에서 하나의 확신 대신 무수한 가설을 늘어놓으며 놀랍도록 풍요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사실이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돌연 영원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고, 친숙한 세계의 이야기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주는 짜릿한 일탈의 정서가 발생한다. 이처럼 익숙한 것이 생경해지는 순간 허구의 매력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삶을 닮아 있고 또한 삶을 반영하는 허구적 이야기의 현실적 본질에 접근하는 한편, 이야기만이 전할 수 있는, 삶 속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포착한 보르헤스의 전복적인 소설집 『픽션들』은 상상의 스펙트럼이 펼칠 수 있는 가장 다채로운 색채를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 현실의 허구성, 허구의 현실성, 이야기 가운데 숨어 있는 치명적인 미로
보르헤스의 ‘허구’는 실재 위에 쌓아올린 거대한 가상의 미로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작가와 작품, 지명, 역사적 사실들에는 우리가 잘 아는 현실과 우리가 아는 것과 닮은 허구가 일정한 비율로 뒤섞여 있으며,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 나가는 사이 친숙한 세계에서 길을 잃고 미로 같은 숲 속을 헤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목차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서문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원형의 폐허들
바빌로니아의 복권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바벨의 도서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기교들
서문
1956년의 후기
기억의 천재 푸네스
칼의 형상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죽음과 나침반
비밀의 기적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끝
불사조 교파
남부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첫 번째 수록작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에서는 절대적인 사실을 확증하는 백과사전이라는 매체에 완벽하게 가공된 허구가 침투하면서 사람들의 믿음에 따라 존재한 적 없던 하나의 행성이 태어난다.
이 이야기는 한 백과사전 항목에서 시작되어 가상의 세계인 틀뢴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틀뢴의 철학적 체계와 문학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보르헤스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과 허구가 현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그는 우리의 인식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어 체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는 관념, 시간, 인류의 지식 체계, 그리고 진리 등에 대해 탐구한다. 이를 통해 보르헤스는 인간의 인식이 언어와 문화적 틀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고 제한되는지를 보여준다.
보르헤스가 우연히 발견한 '우크바르에 대해 추적하고 그 실체를 찾아내는 이야기.
틀론은 왕국의 이름이고, 우크바르는 이슬람어로 가장 위대한'이라는 뜻.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는 '세번 째 세계라는 뜻으로 태양계 세번째 행성인 지구를 뜻할 수도 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제3세계일 수도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듯.
1.
나와 카사레스(실존 인물로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의 대
가)는 별장에서 거울을 발견한다.
우리는 거울이 기괴하다고 느꼈는데, 카사레스는 <영미
백과사전>의 '우크바르'항목에서 본 내용을 말한다.
어느 이교도 지도자가 거울과 성교는 사람들의 수를 늘
리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별장에 비치되어 있는 사전을 찾아
보았는데, 그 내용은 물론이고 아예 '우크바르' 항목이
없었다.
다음 날 카사레스는 그 문장이 적힌 백과사전을 찾아온다.
별장에 비치된 것과 같은 사전이었으나 페이지 수가 더
많았고, 추가된 페이지에 '우크바르'항목이 적혀 있다
우크바르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로는 마법사 스메르디스가 언급되어 있고, 언어와 문학 항목에는 믈레흐나스와 틀뢴이라는 지역이 언급되어 있었다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국립도서관과 서점을 다 뒤졌으나, 우크바르와 관련된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2.
남부철도회사 기술자 허버트 애시는 나의 아버지와 우
정을 나누는 사이였다.그는 죽기 며칠 전 브라질에서 온 우편물을 받았는데 우크바르, 틀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적힌 책이 들어 있었다.
그의 사후에 나는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알려지
지 않은 행성의 역사를 다룬 자료의 일부였다.
책에 의하면 틀뢴의 언어는 관념적이고, 고전문화는 심
리학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그 외의 학문은 심리학의
하위에 속해 있다.
우주를 공간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정
신적 과정으로 이해하며, 지식의 주체는 하나이며 영원
하다는 주장을 한다.
수세기에 걸친 관념론은 현실에도 영향을 미쳐서 잃어
버린물건의 복제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연필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첫번째 사람이 연필을 발견한 후에도 두번째 사람의 기
대치에 부응하는 두번째 연필이 발견된다.
관념이 현실을 지배하기 때문에 사람의 기대에 따라 연
필이라는 물질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제2의 물체를 '흐뢰니르'라고 부른다
이후 허버트 애시가 소장했던 책에서 군나르 에르프요
르트가 쓴 편지 한통이 발견되었는데 틀론의 신비를 밝
히는 내용이었다.
편지에 의하면 17세기 초에 국가를 창설하기 위한 비밀
결사가 만들어졌다.
비밀결사는 몇년 간의 회합 끝에 한 세대로는 나라를 만
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단체에 소속된 대가들에
게 장기적 작업을 이어갈 제자를 뽑게 한다.
2세기 후에 비밀결사 회원 에즈라 버클리는 그들의 계
획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백과사전을 펴낼 것을 제안
하였고, 주인공이 보았던 책이 그 백과사전 중 한권이었다.
이후 틀론이라는 환상적인 세계가 실제 세계에 침범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포시니 뤼생주 공작부인이 국제 우
편으로 받은 물건 중에 틀론의 알파벳이 적힌 나침반이
발견되었다.
두번째 침투는 아모림과 내가 머물렀던 쿠치야 네그린
의 잡화점에서 일어난다.
한 사내가 가지고 있던 원추형 물체가 그것이다.
매우 작았지만 엄청나게 무거워서 성인남자가 간신히 들어올릴 수 있었고, 틀뢴의 종교적 형상이 새겨져 있었
다.
현실세계에서 틀론의 물건이 발견된 것은 틀뢴이라는
관념적 세계가 실제 세계와 호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학교에는 틀뢴의 언어가 침투했으며, 틀뢴의 역사
를 가르치는 수업은 인간의 역사를 지워버렸다
세계 곳곳에서 은둔자들이 만든 틀론의 왕조가 세상의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그들의 작업이 계속되면 언어도
사라질 것이다.
세계는 틀뢴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스페인어로 쓰여진 내 원고를
계속 손보고 있다
<알모타심으로의 접근>
가상의 추리소설에 대해 줄거리를 소개하고 비평하는 내용.
봄베이 출신의 변호사 미르 바하두르 알리의 소설 <알모타심으로의 접근>에 대해 비평가들은 신비주의적 속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법대생은 부모들이 신봉하는 이슬람
교를 부정한다.어느 날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인 간의 분쟁에 휩쓸려 살인을 저지르고 변두리에 있는 탑에 숨는다.거기서 탑에 버려지는 시체의 금니를 훔치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팔란푸르의 어느 도적을 저주하고 있는데 주인공은 이 여자를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경험하면서 가장 천한
계급의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삶에 적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자들과의 대화 중에 갑자기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자가 대화에 끼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 천한 자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았다.
법대생은 이 '깨달은 자'를 찾기로 한다.
오랜 여정 끝에 깨달은 자, 알모타심이 있는 곳을 찾아
냈고 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며 소설은 끝난다.
알모타심의 어원은 '도움을 구하는 자'이다.
이는 알모타심을 찾는 순례의 대상이 바로 주인공 자신
임을 의미한다.즉 주인공은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길을 걷는 것이다.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반복하는 것처럼 모든 책은 이전에 쓰인 책의 영향을 받는다
이 작품 또한 선조의 영혼이 불행한 사람의 영혼에 들어가 위로한다는 카발라 신비주의자 이삭 루리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피에르 메나르는 가상의 20세기 작가로, 17세기에 쓰인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똑같이 다시 쓴다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는 피에르 메나르의 작품이 세르반테스의 작품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독자라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더라도 독자가 없다면 그 의미는 사라지며,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가치들은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세르반테스조차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 작품의 해석과 가치가 독자와 시대적 맥락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새롭게 쓴 가상의 저자에 대한 논의 및 평가.
앙리 바슐리에 부인은 피에르 메나르의 저작 목록에 부적절한 삭제와 첨가 행위를 했다.
이에 대해 메나르의 친구들은 슬퍼하고 있으며 나는 이
를 바로 잡기 위해 펜을 든다.
메나르의 작품 중 <돈키호테>는 가장 의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글자는 같지만 그의 <돈키
호테>에서는 다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세르반테스는 역사가 진리를 밝혀준다고 생각하지만
메나르는 역사를 현실에 대한 탐구가 아닌 현실의 기원
으로 본다.
즉 역사적 진실은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일어났다고 생
각하는 행위인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주목한다면 메나
르는 일어난 사건에 대한 평가, 판단을 중시한다.
그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책을 다른 언어로 다시 쓰기
위해 끝없이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하고 찢어버렸다.
창을 들고 달려나가는 돈키호테처럼 메나르는 펜을 들
고 달려나가서 허무, 공허함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쓴다.
메나르의 새로운 기법은 독서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원형의 폐허>
꿈과 실재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며 자신이라는 주체마저 허구가 된다.
한 마법사가 꿈속에서 인간을 창조하려 하다가, 자신 또한 누군가의 꿈속 창조물임을 깨닫는 이야기다.
장자, 호접지몽?
한 사람이 폐허가 된 원형의 신전에 도착했다.
그는 한 명의 사람을 만드는 완벽한 꿈을 꾸어 현실을
기만하고 싶었다.
학생들의 무리가 그에게 와서 진리를 구했다
그는 가르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학생들
에게 실망했고 학생들은 떠나갔다
다시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한다.
심장의 꿈을 꾸고, 생명을 부여하고 한명의 소년을 꿈꾸
며 키워갔으나, 서투르고 조잡한 모습이었다
그는 자기의 작품을 부수어 버렸다
그날 밤 그는 여러가지 형상을 한 신째의 꿈을 꾼다
신은 새로 창조된 인간에게 제의를 가르쳐 자신을 찬양
하도록 하라고 명령한다.
이 명령에 그의 꿈 속에서 꿈꾸어진 소년이 잠을 깼다
그는 소년에게 우주의 신비를 가르쳤고 현실에 익숙해
지도록 교육했다.
아이가 스스로를 환영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던 몇년 간의 기억을 지우고 세상으로 보낸다
그 후 그에게 마지막 순간이 온다.
명상이 끝나고 불길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았다
불길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 자기 역시 그를 꿈꾸고 있
던 다른 사람의 환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빌로니아의 복권>
바빌로니아라는 현실적 공간에 운명을 관장하는 복권이라는 허황된 가상을 덧입혀 운명의 기원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이처럼 정교한 허구가 현실에 침투하며 증식하는 모습을 통해, ‘허구의 허구성’이라는 복잡한 실체에 본질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바빌로니아의 초창기 복권은 은동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행운의 숫자 뿐 아니라 벌금을 무는 불행의 숫자를 넣은 복권이 인기를 끌었다.
성직자 계층이 복권의 판돈을 늘리고 공포와 희망을 즐
기자 하층계급이 반발했다.
서민이건 부자건 평등하게 복권놀이에 참여하게 해달
라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후에 돈이 아닌 운명을 결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권이 등장했다
60일 주기로 추첨되는 복권에서 행운의 패를 뽑으면 적
을 감옥에 넣을 수 있는 위원이 될 수 있다.
반면 불운의 패를 뽑으면 팔,다리가 잘리거나 죽을 수
도 있다.
복권의 추첨방식을 결정하는 '회사'는 전권을 쥐고 있
었고, 사람들의 희망과 공포를 알기 위해 점쟁이들과 첩
자를 이용했다.회사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에 대해 회사는 '복권이란 세계의 질서 속에 우연을 삽입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이에 사람들은 회사의 설명대로라면 복권은우주에 주기적으로 카오스를 불어넣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단 하나의 단계가 아닌 추첨의 모든 단계에 우연을 개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지시할 때 죽음의 모든 상황 즉, 죽
음의 공개 여부, 처형시간, 처형자 등을 뽑는 모든 추첨
단계 또한 우연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라 추첨의 횟수는 무한해졌고 그 어던 결정
도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한 채 무한 추첨이 이루어지
게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우연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포도주 항아리에 뱀이 들어있다 해도 놀라지 않는다.
우연이 아니라 내게 닥칠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회사'의 비밀 결
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회사'에 대해 영속할 체제라고 하는 주장도 있으
며, 아예 없는 것이라 하기도 한다.
어차피 모든 것이 '우연들의 끝없는 놀이'이기 때문에
회사'의 존재를 긍정하건 부정하건 차이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허버트 체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가상의 작가, 허버트 퀘인의 사후 그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
그는 좋은 문학은 흔하다고 주장하며, 미학적 행위에는
놀라움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샴쌍둥이의 수수께끼>는 명민한 독자요구하는장
황한 소설이다.
놀이의 특징을 활용했다고 밝힌 <에이프릴 마치>는 역
행적이고 중첩적인 시간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프로이드적 희극이라는 소문으로 명성을 얻은 <비밀의
거울>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펼쳐진다
<성명서>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대중'이라는 '불완전한 작가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좌절된 이야기를 제시한다.
<바벨의 도서관>
우주와 인간, 사유를 도서관에 비유하는데, 아주 찰떡임 .
존재의 의미와 영원, 진리를 찾아헤매는 지성의 여행과 갈
망을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헤매는 것에 비유.
글로 쓰여졌음에도 눈 앞에 광대하고 기묘한 바벨의 도서관이 보일 정도로 묘사가 압권임.
바벨의 도서관은 육각형 진열실들로 이루어진 질서정
연하고 광대한 공간이다.
나는 젊은 시절 한권의 책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내가 태어난 육각형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도서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도서관은 태곳적부터 존재하며 영원히 존재할 것
이고, 인간은 사서의 역할을 한다
둘째, 철자는 25개다.
22개의 알파벳, 마침표와 쉼표, 글자 사이의 여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철자로 이루어진 방대한 자료가 도서관에 있다.
도서관이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행복해했다.
어느 날 개인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책
인 '변론서'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찾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육각형 진열
실을 버리고 다른 진열실로 마구 달려들었다
다투고 죽이고 미쳐버리기도 했다.
한편 도서관과 시간의 기원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검찰관'이라는 공식적인 수색자도 있었으나 관련된 책
을 찾지 못했다
이에 진리의 책을 만들어내자는 종파가 등장하기도 했
고, 불필요한 책들을 없앰으로써 진리의 책에 도달하자
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책의 사람'에 관한 믿음도 등장한다
모든 책을 해석할 수 있는 완벽한 개론서가 있는데, 그
책을 본 한 사서가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있다는 비밀의 육각형 진열실을 찾을 수 없
었다.
완벽한 책과 그 책을 읽어본 사람을 찾으려는 모험을 하
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진리를 찾다가 죽어갔지만 도서관은
존속한다.
영원한 순례자들은 도서관에서 동일한 책들을 발견하
게 될 것이다(삶에서 원리도, 원칙도 찾을 수 없는 것 갈지
만 매 세대마다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이를 여러 순례자들이 결국 같은 책을 발견하는 것으로 묘사함)
진리를 찾으려는 순례자들의 끝없는 노력은 고독한 나
에게 아름다운 희망이 된다.
무한한 방과 서가로 이루어진 도서관에서 모든 책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의 글자로 채워져 있다는 설정이다. 무한한 정보와 지식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과 그 한계를 상징한다.
■ ‘무한한 세계를 담은 절대적인 한 권의 책’을 꿈꾸며 도서관에서 살아온 ‘20세기의 도서관’ 보르헤스
그 세계에서 우주는 순식간에 한계를 아무도 알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으로 화하고(「바벨의 도서관」)
만일 이 우주가 ‘모든 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도서관이라면?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우주에 대한 작품인 「바벨의 도서관」은 무한수의 육각형 진열실로 이루어진, 무한하기 때문에 모든 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도서관을 가정한다. 그 도서관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풀이하는 단 한 권의 절대적 책에 대한 전설이 떠돌고, 마치 우주를 해설하는 ‘최종 이론’을 찾듯 사람들은 그 책을 찾아 도서관을 방황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서가이자, 또한 너무 많은 책을 탐독하여 눈이 먼, 아이러니한 숙명을 타고난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는 할아버지의 도서관에서 태어나 서른여덟 살에 처음 도서관 사서가 된 이래 생애 대부분을 도서관의 사서로 살았으며 이미 시력 약화로 인해 글을 읽을 수 없게 된 쉰다섯 살에는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으로 임명되었다. 또한 그는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국계 할머니로부터 배운 영어를 여섯 살 때부터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고교 시절 익혀 다섯 가지 언어에 능통한 언어의 천재였다. 보르헤스는 이렇듯 평생에 걸쳐 탐독해 온 무수한 텍스트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픽션들』에서 허구의 본질을 누구보다 깊고 날카로운 관점에서 관통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당시의 또 다른 미신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책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어느 육각형 진열실의 어느 책장에는 ‘나머지 모든 책’의 암호 해독서이면서 완벽한 개론서가 존재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주장했다. 한 사서가 틀림없이 그 책을 살펴보았으며, 그래서 그 사서는 신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바벨의 도서관」 105~106쪽에서
평생 도서관에서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어 온,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낸 ‘책의 사람’ 보르헤스. 그의 작품은 모든 이야기에 안도 없고 밖도 없다는 해체 사상이 의미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원주의 시대의 소설을 새롭게 규정했다. 유전적 요인에 더하여 지나치게 많은 책을 읽은 탓으로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시력을 잃어, 인생 후반부를 암흑 속에서 지낸 그에게 가시적 세계의 상실은 비가시적-상상의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었다. 독자는 그의 시각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또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다른 시각에서 조망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성스러운, 또는 정형화된 작품으로부터 신성함을 제거한 그의 작품들은 문학을 인문학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한 영원히 독자의 세계 속에 꿈처럼 존재할
것이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무한히 순환하는 미로를 만들어 낸 중국의 한 성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젠가 추이펀 선생은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은퇴해서 책을 쓰겠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은퇴해서 미로를 만들겠다.” 모든 사람들은 두 개의 작품을 상상했습니다. 아무도 책과 미로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청고루는 정원 한가운데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그 정원은 얽히고설켜 있을 겁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물리적인 미로를 연상하게 했을 테지요. 추이펀 선생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그의 드넓은 영지에서 미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혼란스러운 그의 소설이 바로 미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 120~121쪽에서
성주가 꿈꾼 이야기의 미로는 바로 보르헤스의 소설에 연결된다. 그의 소설은 자주 미로에 비유된다. 사고 실험에 가까운 이 책의 작품들은 길을 잃고 헤매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의심하게 한다. 현실의 작가가 쓴 가상의 원고, 현실의 사건에 감추어진 가상의 비밀, 현실의 공간에 숨어든 가상의 사물. 그리고 허구와 현실이 뒤섞여 무엇이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이 미로의 중심에 다다르는 순간, 우리는 보르헤스가 꿈꾼, 이야기가 가진 가능성의 우주를 만나게 될 것이다.
독일 스파이로 활약한 중국인 이야기.
유춘은 독일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을 좋아하거나 영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황인종
을 우습게 여기는 독일군 대장에게 황인종 한명이 그의
군대를 구원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유춘은 자신을 추격해오는 영국 대위를 피해 급히 도망
가면서 전화번호부에서 한 인물의 이름을 확인하고 애
시 그로브행 열차에 몸을 심는다.
애시 그로브에 도착하여 중국학 연구자이자 선교사인
스티브 앨버트 박사를 찾아간다
그는 유춘의 증조부인 추이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권의 책과 하나의 미로를 만들기 위해 쾌락을 끊고 삼
십년 간 은거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 <두 갈래로 갈라지
는 오솔길들의 정원>은 분산되고 수렴되는 병렬적인 시
간의 그물망을 얘기한다.
유춘은 여러 시간의 차원들 속에서 앨버트와 자신이 환
상처럼 보이는 경험을 한다
그 순간, 자신을 쫓아온 리처든 매든 대위를 발견하고
는 총을 들어 앨버트 박사를 살해한다
그는 체포되어 교수형을 선고받는데, 중국학 학자 스티
븐 앨버트가 유춘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 기사를 통해 독일은 영국 앨버트에 포병 부대가 주둔
해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공격을 감행한다
유춘은 폭격 대상지인 '앨버트'를 알리기 위해 전화번
호부에서 '앨버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어
살해함으로써 독일에 정보를 알린 것이다.
추이펀의 미로를 통해 일반적.선형적 시간이 아닌 분산되고 중첩되는 시간의 그물망을 펼쳐보이고, 인간의 의지와 기억에 의해 선택되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건 매우 인상적이다.
지명을 알리기 위해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살해하여 신문에 실리고, 그 기사를 본 독일이 그의 살인행위를 해독하여 포병부대 주둔지를 유추하고 공격한다니..매우 억지스러움 하긴 보르헤스는 구성과 이야기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철학을 얘기하고자 픽션을 이용하는 느낌.
공간을 벗어나 시간의 그물망을 휘젖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양자역학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기교들
여기까지 온 자, 복이 있을 지어다. 이제부터는 꽤 소설같은 이야기들. 알아들을 수 있음
<기억의 천재 푸네스>
우리들은 한눈에 탁자 위에 있는 세 개의 컵을 감지하지만, 푸네스는 포도덩굴에 있는 모든 싹과 가지와 과일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1882년 4월 30일 동틀 무렵 남쪽 하늘의 구름 모양을 알고 있었으며, 기억 속의 구름과 단 한번만 보았던 어느 책의 가죽 장정 줄무늬, 혹은 케브라초 전투의 전야의 네그로 강에서 어떤 노가 일으킨 물결 모양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런 기억들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각각의 시각적 이미지는 근육이나 체온 등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꿈이나 선잠을 자면서 본 모든 것들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두세 번에 걸쳐 그는 하루 전체를 완전히 재구성했다. 전혀 머뭇거림이 없었고, 이런 재구성은 꼬박 하루 종일이 걸리곤 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혼자 지니고 있는 기억이 이 세상이 생긴 이래 모든 인간이 가졌을지도 모르는 기억보다 더 많을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 꿈은 당신들이 깨어 있는 상태와 같지요.” 또한 새벽이 가까워올 무렵에는 “내 기억은 쓰레기 더미와도 같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억의 천재, 푸네스」 143~144쪽에서
만일 우리가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인식 체계가 선택한 ‘문학적 배제’의 구조를 밝힌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보르헤스는 눈앞을 스쳐 간 모든 것을 그대로 기억하는 푸네스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다. 몇 년 전 본 구름의 모양, 오래전 읽은 책의 모든 구절을 외우고 되살릴 수 있는 자아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무한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속(屬)’이라는 개념이 없는 푸네스는 세계의 모든 것에 고유한 언어를 붙일 수 있는 존재다.
(이 이야기는 말에서 떨어진 채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것이다. 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물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지만, 일상의 언어로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푸네스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체계를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는 세계의 엄청난 다양성과 복잡성 앞에서 우리의 인상과 언어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보잘것없는지를 드러낸다. 푸네스의 경험은 인간의 인식과 표현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보여한다.)
불의의 사고로 뛰어난 기억력과 감각을 가지게 된 청년의 이야기.
1884년 아버지와 나, 사촌 베르나르도 아에도는 프라
이 벤토스로 휴가를 떠난다.
나와 사촌은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레네오 푸네스를 만나는데, 그는 시계처럼 정확하게 시간을 인지하는
기괴한 청년이다
1887년, 프라이 벤토스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의 안부를 물으니 낙마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고 한다.
이레네오오는 나에게 사전과 라틴어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어려운 라틴어를 배우는데 사전만 필요하다니 의아했으나 사촌들은 이레네오라면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후 책을 돌려받으러 이레네오를 방문했는데 그는
라틴어와 스페인어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19년 동안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꿈꾸는 듯한 상태로 살았는데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통
해 기억이 선명하게 살아났으며 풍요롭고 선명한 상태
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방대한 분량의 일을 모두 기억했으며, 정밀하고 순
간적인 형태도 감지하고 기억했다.
그가 내 말 한마디, 몸짓 하나까지 다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19살에 다시 태어난 이레네오는 오래된 동상처럼 근엄
해 보였다.
그는 1889년에 폐울혈로 세상을 떠났다.
<칼의 형상>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들의 배신과 반전의 이야기.
'라 콜로나다의 영국인'이라 불리우는 남자의 얼굴에
는 커다란 흉터가 있다.
나는 여행 중 강이 불어나 어쩔 수 없이 라 콜로라다에
머무르게 되었다.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영국을 칭찬했는데 그는 자신이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밝힌다.
나는 술에 취해 무심코 흉터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의외로 선선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했던 그는 공산주의자 존 빈센트
문과 함께 있다가 갑작스러운 총격을 받게 된다.
공포에 질려 꼼짝도 못하는 문을 억지로 끌고 버클리 장군의 별장으로 도망간다.
그는 부상입은 문을 별장에 눕혀놓고 돌봐주었다
적을 공격하고 돌아온 어느 날, 문이 통화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는다
자신의 구명을 조건으로 나를 팔아넘기려 한 것이다.
나를 보고 도망가는 그를 쫓아가서 장군이 수집해놓은
무기 중 신월도를 뽑아 그의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도망친 문은 영국군에게 은화를 받고 브라질로 간다.
나는 그후 문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문이라고 밝힌다.
'라 콜로나다의 영국인'은 자신을 보호해주었던 사람을 밀고한 존 빈센트 문이었던 것이다.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아일랜드 독립의 전설적 영웅, 킬 패트릭 암살 사건의 진상 파헤치기.
킬 패트릭은 암살로 생을 마감한 아일랜드 독립의 영웅
이다.
손자인 라이언은 암살자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건들이 반복되거나
결합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을 경고하는 쪽지를 읽지 못
한 것처럼 킬 패트릭의 살해현장에서도 읽지 못한 밀봉
된 편지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가 사망하던 날, 거지와 나누었던 이야기는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묘사되어 있는 내용과 같았다
라이언은 역사가 역사를 그대로 복사하는 듯한 느낌에
전율한다.
킬 패트릭은 죽기 며칠 전, 조직을 배신한 자의 사형선
고에 서명했는데 그의 자비로운 성격을 생각할 때 사형
선고까지 내린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서류에 배신자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실상은 이러했다.
배신자는 바로 킬 패트릭이었다
조직에서는 그의 배신 행위가 봉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을 우려해서 처단을 하되 익명의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
한 것처럼 조작하여 봉기가 가속화되도록 한 것이다.
이 복잡한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아일랜드의 적인 영국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와 <율리우스 카이사르>
의 장면들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죽음과 나침반>
우연과 계산이 뒤죽박죽되어 숙명을 자아낸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두뇌 게임.
탈무드 총회에 참석한 마르셀로 야르몰린스키 박사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트레비라누스 경찰국장은 단순 강도사건으로 보았지만 에릭 뢴로트는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
한다.
살인현장에서는 "'이름'의 첫번째 글자가 쓰였다"라는
쪽지가 발견되었다
얼마 후 두번 째 범죄가 일어난다
경찰 끄나풀인 다니엘 시몬 아세베도가 사망한 채 발견
되었고 ""이름'의 두번째 글자가 쓰였다"는 쪽지가 발견
되었다.
세번째 희생자는 이전의 두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
겠다던 그리피우스 긴스버그였다.
누군가 술취한 그를 부축하는 척 끌고가 납치했는데 그
들이 떠난 자리에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쓰였다"는 문
장이 발견되었다.
첫번째 희생자 야르몰린스키 박사의 방에서 발견한 책
들과 기타 증거들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한 뢴로트는
그들이 네번째 범죄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남부
의 버려진 별장으로향한다.
그 지역에는 총잡이들이 득실거렸는데 두번째 희생자
인 아세베도는 가장 유명한 총잡이인 레드 샤를라흐 일
당 중하나였다.
트리스트 르 로이 별장에 도착한 뢴로트를 사내들이 덮
친다.
이윽고 그 앞에 레드 샤를라흐가 나타나고 그에게서 사
건의 전모를 듣는다
샤를라흐는 동생을 감옥에 넣고 자신에게는 총상을 입
힌 뢴로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실행 전에 동료인 아세베도가 돌발행동을 하여
야르몰린스키 박사의 사파이어를 훔치려다 그를 죽이
게 된 것인데 마침 박사는 '하느님의 이름'에 대한 글을
쓰던 중이라 "이름'의 첫번째 글자가 쓰였다"는 메모가
살인현장에 남게 된 것이었다
샤를라흐는 이 쪽지를 힌트로 이후 사건을 계획한 것이
다.
욕심으로 일을 그르칠 뻔한 아세베도를 두번째 희생자
로 삼았고, 마지막 희생자는 그리피우스로 위장한 레를
라흐 자신이었다
탁월한 추리력을 가진 에릭 륀로트에게 단서를 흘려서
유인한 것이다.
그리고 단서를 따라 자신을 찾아온 륀로트를 향해 총을
쓴다.
<비밀의 기적>
만일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이 타인이 인식하는 시간과 다른 것이라면? 시간의 상대성을 다룬 「비밀의 기적」에서 보르헤스는 나치 치하 폴란드에서 작가 야로미르 흘라딕의 사형 장면을 그려 낸다. 자신이 쓴 작품의 사상 때문에 처형이 결정된 그는 구류 기간 동안 오직 마지막 희곡을 머릿속에서 완성하는 일에 집중하지만 처형일이 작품의 완성보다 빨리 다가오고, 결국 작가는 신에게 자신이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기도한다. 처형 시각인 9시, 떨어지려던 물방울이 멈추고 신은 흘라딕에게 ‘일할 시간’으로 그만이 인지할 수 있는 일 년이라는 기간을 선물한다.
일분이 일년같고, 일년이 일분 같은 상대성 이론?
야로미르 흘라딕은 어머니가 유대인이고 유대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어느 날, 게슈타포는 그를 체포하여 기소하고 사형선고를 내린다.
처형의 공포 속에 그는 수없이 처형의 순간을 상상해본다.
흘라딕은 하나님에게 자신이 쓰던 희곡을 환성하기 위
해 일년의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그때 잠이 들었고, 클레멘티눔 도서관에 숨어 있는 꿈
을 꾼다
사서는 그가 찾는 하나님은 도서관에 있는 사십만권의
책 중한 페이지에 있다고 말한다
그때 마침 한 열람객이 반납한 지도책을 펼쳤는데 지도
위에 적힌 작은 글자를 만지자 일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는 잠을 깬다
그는 처형장에 선다
군인들이 그 앞에 도열하고 하사관이 마지막 명령을 내
리는 순간, 갑자기 세계가 멈춰버린다
빗방울도, 벌도, 군인도 그대로 멈춰버렸고 잠에 들어
다 깨어난 뒤에도 세상은 멈춰 있었다
세상은 멈추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는 일년이 흐르고
있었다.
멈춰 선 채로 그는 머리 속에서 희곡을 계속 쓰고 고쳤
고, 마침내 마지막 형용사를 생각해내는 순간 멈추었던
빗방울이 그의 뺨에서 흐르기 시작했고 군인들의 사격
에 그는 쓰러진다.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독실한 종교인 루네베리는 유다의 배반은 미리 예정된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예수님의 성육신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인간 또한 똑같은 희생을 치러야 했고, 유다가 바로 그 일을 한 것이다
말씀'이 스스로 낮추어 사람이 되었듯이 '말씀'의 제자인 유다도 스스로 낮추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 속으로 간 것이다.
또한 유다는 육체를 비하하고 고행한 금욕주의자들처
럼 영혼을 비하하며 고행한 것이다.
그는 명예와 천국을 포기하고 자기의 죄를 계획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사람들은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 무시
했다.
루네베리는 이런 무관심이 가공할만한 비밀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한다
<끝>
선술집 주인 레카바렌은 노래시합이 있던 날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다.
어느 날 판초를 입은 이방인, 피에르가 선술집에 온다.
선술집에선 한 흑인이 기타를 치고 있다.
흑인의 형제는 7년 전 피에르와 결투를 했을 때 사망했다.
둘은 평원으로 가 결투를 시작하고 레카바렌은 침대에
누워 이 장면을 본다.
칼과 피가 오가는 가운데 피에르가 쓰러지고 흑인은 마을로 돌아온다.
한 사람을 죽인 그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이
땅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불사조 교파>
불사조 교파'의 교도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정작 그들은 불사조 교파에 대해서는 모르고 자신들은
그저 '비밀의 백성'이라고 할 뿐이다.
불사조 교파'의 교도들은 집시와 같다고 한 사람도 있
지만 집시들과 달리 불사조 교도들은 일반인과 전혀 구
별되지 않으며 도느 단체에 고루 소속되어 있다
이스라엘을 하나로 묶은 성경처럼, 그들을 묶을 경전이
나 기억, 언어도 없이 그들은 지구 상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단 한가지 비밀이 그들을 하나로 만들고 있지만, 불사
조 교파의 교도들은 그것을 잊어버렸고, 지금은 처벌에
관한 희미한 이야기만 남아 있다.
오랜 연구 끝에 알아 낸 불사조 교파 교도들의 유일한
종교행위는 의식을 행하는 것인데 이 의식은 비밀이다
이는 가르쳐서는 안되며 노예, 거지 등이 비법 전수자
의 역할을 담당한다.
나는 많은 불사조 교파 신도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다.
그들에게 '비밀'은 진부하며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생각
되나 사라지지 않았고 신자들 속에서 본능처럼 살아있다.
<남부>
후안 달만은 스페인 코르도바의 시립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스스로를 아르헨티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천하루 밤의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가다가 창문 모서리에 부딪힌다.
이 상처로 인해 고열과 악몽에 시달리다가 병원에 간다.
수술과 치료를 견뎌낸 그에게 의사는 패혈증으로 죽기
직전이었다고 말해준다
그는 퇴원 후 요양을 위해 남부의 농장으로 향한다
기차는 원래 정차 예정이었던 곳보다 조금 앞에 있는 역에 그를 내려 주었다.
역장은 조금 떨어진 가게로 가면 이동수단을 구할 수 있
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가게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데 가게 안에 있던 농장노동자들이 그에게 빵조각을 던
진다.
시비를 건 노동자는 칼을 꺼내며 결투를 신청했고, 그에게 칼을 던져 주었다
그들은 칼을 쥔 채 평원으로 나갔다.
소설은 여기서 끝나며 결투의 결과는 알려주지 않지만 달만으로 상징되는 문명과 야만의 대립구도에서 문명이 패할 것을 암시한다.
페론정권에 맞섰지만 속절없이 추락했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