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13m 아래 ‘미지의 공간’ 열렸다
‘시티스타몰’과 2호선 선로 사이… 지하 터널 40년만에 처음 공개
높이 다른 시청역-을지로입구역 연결하기 위해 만든 걸로 추정
시민 의견 모아 공간 활용하기로
서울시는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공간을 이달 8∼23일 공개하고 공간 활용을 위한 시민 제안을 받는다. 5일 취재진에게 공개된 지하 공간은 폭 9.5m, 높이 4.5m로 총길이는 335m에 달한다. 전영한 기자
서울광장 13m 아래 숨겨졌던 3182㎡(약 960평) 규모의 비밀 지하 공간이 시민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공간을 이달 8∼23일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5일 언론에 공개된 지하 공간은 전국 첫 지하상가 ‘시티스타몰’과 지하철 2호선 선로 사이에 있다. 규모는 폭 9.5m, 높이 4.5m로 총길이는 335m에 달한다. 일종의 지하 터널인 셈이다.
● 40년 만에 공개된 도심 지하 공간
취재진이 2호선 을지로입구역 서울시 장난감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하상가 아래층에 위치한 지하 공간으로 가는 문이 보였다.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내려가자 어두운 지하터널이 나타났다. 손전등에 의존해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갔다. 지하철 2호선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발밑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날 안내를 맡은 이재원 도시건축정류소 대표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 아래는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간다. 바로 위는 서울광장”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종유석이 곳곳에 보였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배수로에서 물이 떨어지며 종유석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하 공간이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시도 정확하게 모른다고 했다. 높이가 다른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성 경위에 대한 내용은 당시 지하철을 만든 지하철건설본부에서 서울교통공사로 관련 업무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시민 공모로 공간 활용안 마련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지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먼저 시는 지하 공간을 1시간가량 둘러볼 수 있는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를 매주 금, 토요일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 신청은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할 수 있다. 신청 마감이 안 된 경우 현장 신청도 할 수 있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와 제안을 모으는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 공모전’도 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한다. 응모작 중 당선작 35점을 선정하고 향후 공간 활용 단계에서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 원을 주는 등 총 2100만 원의 상금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광장과 지하 공간을 창의적으로 수직 연결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시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 공간을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 시범사업지에 포함시켜 도심 속 명소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이지현 서울시 비전전략 수석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시청역, 그리고 서울광장과 연결될 수 있는 장소인 만큼 서울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며 “시민들이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