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김마리아
우리,
우리는 무슨 사이지?
우리는 좋은 사이다
우리는 잘 아는 사이다
우리는 친한 사이다
친해서 붙어 다니니까 잘 싸우는 사이다
싸워도 금방 풀어지는 사이다
풀어져서 헤헤 웃는 사이다
잘못도 덮어주고 위로하는 사이다
비밀은 끝까지 지켜주는 사이다
우리 사이는
나와 너 사이는 사이다 친구
사이다처럼 싸아, 톡, 깔끔하고 시원한 사이다
-『웃음이 사는 곳』 (2024 고래책빵)
힘센 바람
김미영
산들산들~
산을 업고 온다.
들을 업고 온다.
힘센
산들바람
-『웃는 발』 (2024 가문비어린이)
블랙홀에게
김바다
몰래몰래
별을 훔쳐 먹다
딱 걸렸어
시커먼 입 꾹 다물고
시치미 떼고 있어도 다 알아
헌 별 먹고 새 별 만들고 있다는 거
네 꽁무니에서
새 별 기다릴게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마!
-『별을 훔치다!』 (2024 단비어린이)
용기
박선미
벚꽃이 피었다.
봄에 피었던 벚꽃이
가을에 또 피었다.
제 계절도 모른다고
흉보는 사람들에게
누구 탓이겠냐고
온몸으로
묻고 있다.
-『잃어버린 코』 (2023 청개구리)
장난감 물려 줬어요
박예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우리 동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아요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
장난감 자동차, 인형, 아가 그림책
옆집에 사는
스리랑카 아가에게 물려 줬어요
나보다 더 어린 아가랑,
아가 엄마
고맙다고
자꾸자꾸 인사해요
꾸벅꾸벅…….
-『아빠 구두 속에 아가 신발』 (2024 리잼)
방아깨비
백민주
방아깨비 학교 간다.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간다.
학교 가서 공부하기 싫으면
집에서 방아나 찧으라는
어머니 말씀 때문에
그런데
학교에서 방아 찧는다.
국어 시간에도
수학 시간에도
책상에 머리로
꾸벅꾸벅
방아 찧는다.
-『동심으로 동시쓰기』 (2023 브로콜리숲)
미안, 미안
서재환
지네랑 귀뚜라미랑
장독 밑에 모여 사는데,
무심코 장독을 옮겼다,
옮긴 순간 허둥지둥
온 가족
난리가 났다,
홀랑 집이 날아갔다고.
-《동시 먹는 달팽이》 (2023 겨울호)
빙하였다면
정광덕
펼친 신문지 위에
북극곰 두 마리가 올라서요.
반 접은 신문지 위에
한 북극곰이 다른 북극곰을 업어요.
또 반 접은 신문지 위에
한 북극곰이 다른 북극곰을 업은 채 한 발로 서요.
한 북극곰이 다른 북극곰을 업은 채 한 발로 서서 발뒤꿈치를 들고 겨우겨우 버티다가
그만 신문지 밖으로 나동그라져요.
후유, 신문지 접기 놀이니까 망정이지 빙하였다면 어쩔 뻔했어요.
-《동시 먹는 달팽이》 (2024년 봄호)
이 빠진 컵
한은선
헹구다 놓쳐
테두리가 깨지는 순간,
크르르르르르
매끈한 잇몸 속에 숨겨둔
날카로운 이가 드러났다
이가 빠지고 나서야
컵에도 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동시발전소》 ( 2024 봄호)
공
현경미
“탕!”
소리치며
튀어 오를 수 있는 용기
박수를 보낼게
-《동시발전소》 ( 2023 겨울호)
출처: 한국동시문학회공식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묘신
첫댓글 5월 <이달의 좋은 동시>에 선정되신 박선미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5월 <이달의 좋은 동시>에 선정되신 박선미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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