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람여행 채비2
올해 자람여행은 자전거를 타고 춘천까지 갔다 오는 자전거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자람여행은 주로 걷기 여행을 많이 갔는데 이번에 자전거 여행을 기획한 까닭은 자전거가 아주 매력있는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자전거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이라고 했다 하더라고요. 저는 자전거 타기를 참 좋아합니다. 자전거는 걷거나 뛰는 것에 견주면 탄소발생이 많기는 하지만 사람과 고도로 발달한 기계 사이의 적정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2017년 상주에서 부산까지 약 290km를 자전거 타기로 자람여행을 갔던 졸업생이 학교에서 했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로 지리산 종주와 자전거 자람여행을 꼽기도 했어요. 또 여행을 가는데 집에서부터 내 힘으로 나갔다고 돌아올 때까지 내 힘으로 모든 곳을 가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입니다.
학교에서 춘천까지 자전거로 달리면 120km쯤 됩니다. 가고 오면 240km쯤 되겠지요. 자람여행을 나흘로 잡으면 하루에 60km쯤을 달려야 합니다. 자전거를 가끔 타는 분들에게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나름 도전이 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람여행에 앞서 그동안 가던 곳보다 조금 더 먼 곳을 가봐야 합니다. 그래서 자람여행 채비 첫 번째로는 뚝섬한강공원까지 가 보기로 했어요.
어린이들이 넷이지만 자전거 특성이 있어 도움선생님이 있어야 했어요. 봄부터 자전거 타기에 재미를 붙이신 준희 아버지에게 선생님으로 오셔달라는 부탁을 드렸더니 아주 흔쾌히 허락래주셨어요.
8시 50분 학교에 모여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자전거 점검을 해요. 타이어에 공기압이 모자란 자전거가 두 대, 펑크 난 자전거가 한 대 있어요. 공기압이 모자란 자전거에는 바람을 넣고, 펑크난 자전거는 급한 대로 준희 자전거를 빌려 와서 탑니다.
햇볕이 따갑기는 하지만 자전거가 달리면 바람이 시원한 날씨입니다. 가을 하늘이 참 고와서 어린이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날 자전거를 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김대현 선생님이 가장 앞장서시고 어린이들이 차례로 서고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달리기로 했어요. 봄에 자전거 타고 한강 나들이를 갔을 때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까지 한 번에 갔기에 이번에는 잠실까지 한 번에 가도록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드렸어요.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 바로 잡아주어야 할 것들이 있더라고요. 안장 높이를 낮게 맞추어서 무릎이 충분히 펴지지 못하는 어린이, 무릎과 무릎이 11자가 되게 하여 힘이 그대로 페달에 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무릎이 벌어지는 어린이, 발목이 뒤로 꺽이는 어린이...
과천과 서울 경계쯤을 지나 우면동 교총 건물이 있는 곳을 달릴 때였는데 제 앞에서 달리던 이석이가 “선생님 처음 떠날 때는 가기 싫었는데 나오니까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아요. 기분이 엄청 좋아요.”하더라고요. “그래? 잘 됐다. 역시 자연에 가까이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 같아.”라고 대답했지만 ‘그래 이석아. 지금 충분히 즐겨. 이따가 여기쯤 와서는 힘들다고 투덜댈 테니까. ㅎㅎㅎ’했지요.
힘이 조금 약한 지수가 걱정이었어요. 지수는 준희 아버지 바로 뒤에서 달렸는데 잘 달리길래 새 자전거가 좋긴 좋네 생각했지요. 그런데 영동3교(타워팰리스 앞 다리)를 지나고 영동 4교쯤에서 준희 아버지가 자전거를 세우시면서 “물만 한 모금 마시고 가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목이 좀 마르신가 했지요. 물을 마시고 다시 달립니다. 지수가 힘들어서 제 앞에서 달리기로 하고 다른 어린이들은 준희 아버지를 잘 따라서 달립니다. 떠날 때 가장 뒤에 서는 것이 싫어서 심통을 부렸던 이석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달립니다. 어느새 준희 아버지와 채원, 도윤, 이석이는 저만치 앞서 가고 저와 지수가 뒤에 쳐지게 됐어요. 지수는 “잠실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잠실에 가면 좀 쉬었다 가는 거죠?”합니다. “그럼 동무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열심히 달려보자. 걷는 것처럼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해. 2단에 5단을 놓고 줄곧 밟아. 그래 그렇게. 잘 하고 있어. 지수 힘내라. 지수 잘한다. 지수 힘내라. 지수 잘한다.” 어느덧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곳을 지나 올림픽대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수야 이제 한강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내 보자.” 그렇게 열심히 페달을 밟다보니 잠실 선착장에 닿았습니다. 동무들을 만나 잠시 쉽니다.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고. 학교에 남아있어 챙겨갔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주니 잘 먹습니다. 딸기맛을 싫어하는 도윤이는 조금 먹다가 저를 줍니다. 덕분에 저도 맛있게 먹습니다.
이제 목적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잠실 선착장 건너편에 뚝섬한강공원이 보입니다. 준희 아버지가 “얘들아 저기까지 갈 건데 얼마 안 남았지? 이렇게 돌아서 가면 돼.”하니까 어린이들이 “그냥 건너 가면 안 돼요? 돌아서 가지 말고요.”합니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헤엄쳐서 건너.”하시니 “좋아요!”한다. 귀여운 어린들입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잠실대교를 지나 잠실철교까지 갑니다. 다리로 올라가는 길은 중간쯤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데 그 뒤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니 한강이 더 잘 보입니다. 중간쯤 가서 사진을 한 장 찍고 다시 달립니다. 지하철 2호선이 오고 가는 모습도 보고, 다리 위에서 한강을 내려다 보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강 건너 쪽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더 재미있지만 더운 날씨에 힘이 빠진 어린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더라고요. 가장 뒤에서 달리다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어린이들 모습을 사진에 남기고 싶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뚝섬에 닿았습니다. 시원한 이온음료를 한 병씩 사주고 마시면서 푹 쉽니다. 뚝섬한강공원에는 애견수영장이 있더라고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을 여러 마리 보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왔던 길을 되짚어 잠실선착장 쪽에서 밥을 먹기로 했으니 다시 돌아갑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던 길을 돌아가려니 한숨이 나옵니다. 지수는 저와 천천히 가기로 하고 이석, 도윤, 채원이는 준희 아버지를 따라 달립니다. 이제는 기어를 변속하는 것을 알려주어야겠더라고요. “지수야 2단에 5단을 기본으로 하고 힘들 때나 내리막에서 기어를 바꿔보자. 자 이제 내리막이다. 지금 힘을 받아야 하니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3단으로 하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딸깍딸깍 두 번 당겨서 7단으로 맞춰.” “이제 내리막이 끝났으니 다시 2단에 5단. 오르막 시작이다.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한 번 딸깍 당겨서 1단으로 맞추고 힘들 때마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으로 한 번씩 딸깍 눌러 가면서 1단에 1단을 맞춰봐.” 지수는 똑똑한 어린이라 제가 말하는 것을 아주 빠르게 이해하고 말하는 대로 기어를 바꾸더라고요. 그래서 잠실철교까지 오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잠실철교에 닿으니 동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같이 강을 건너 잠실철교를 내려 갑니다.
잠심철교에서 잠실선착장은 금방입니다. 점심 먹을 곳이 눈에 보이니 지수도 힘이 납니다. 잠실 선착장에 닿으니 12시 2분. 밑그림을 그린 대로 되었어요. 앞에서 잘 이끌어주신 준희 아버지 덕분이지요. 밥을 먹고, 하나씩 챙겨온 사발면도 먹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힘들어하던 어린이 넷은 쉬기 좋게 만들어 놓은 곳에서 편안히 기대 앉아 새참을 먹으며 웃고 떠듭니다.
다시 돌아오는 길, 가장 더운 시간입니다.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이제는 조금씩 느려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3시 30분까지 중앙공원에 닿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시 30분에 떠나니 여유가 있지요. 떨어진 체력을 생각해서 속도는 줄이고 몇 번 쉬어 갑니다. 아침에 물을 마셨던 영동 4교에서는 어르신들이 우쿨렐레를 연습하고 계십니다. 손뼉을 쳐드리며 “멋져요.”하니 “에고 보는 사람이 있었네. 고마워요.”하시더라고요. 뙤약볕이 내리쬐어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양재천을 따라 쑥쑥 자라는 커다라 나무들이 띄엄띄엄 그늘을 만들어주니 그리 덥지만은 않았어요. 어느새 환경사업소.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닿았고 이석, 도윤, 채원은 힘이 남았습니다. 준희 아버지에게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우리는 중앙공원으로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우리도 잘 아는 길이니 먼저 가서 기다려도 돼요?”하고 도윤이가 묻길래 “그래 그렇게 하자.”하고 지수랑 천천히 갑니다. 과천성당 앞을 지나면서 지수에게 “지수야 못할 거 같았는데 우리 해냈다. 어땠어?” “맞아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못할 거 같았는데, 잘 다녀오니까 좋아요.” “그래, 선생님이 지수가 못할 것 같은 건 하자고 하지 않아. 지수가 지금보다 조금 더 힘을 내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고 하니까 못할까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내서 해보자.” “그래요. 그런데 힘들긴 힘들어요. 히히.”
이렇게 자람여행 자전거 타기 채비를 별탈없이 마쳤어요. 다음에는 아이유고개를 넘어 미사리 공원까지 가기로 했어요. 누리샘 어린이들의 자람여행을 응원해주세요~
첫댓글 사진은 학교생활이야기에 있어요~
와~ 자전거여행! ^^ 누리샘 어린이들 응원합니다~!
자전거 자람여행 정말 좋은거 같아요!! 응원해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사해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