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소석문-동봉-서봉-덕룡봉-작천소령-흔들바위(동구리)-수양관광농원
조약도 삼문산에서 보이는 주작, 덕룡 줄기
덕룡산 대석문을 지나 소석문에 이르면 굽이치는 하천을 품에 안고 기암괴석으로 산세가 험난하게 시작 되는 경이로운 산이 바로 덕룡산이다. 높이 433m의 날카로운 암봉들의 연속으로 만덕산에서 시작 된 돌 병풍이 덕룡산과 주작산을 거쳐 두륜산,달마산을 지나 송지 해수욕장이 있는 땅끝까지 이른다. 해남군 북일면 쇄노재에서부터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주작산과 덕룡산에 이르는 곳은 카메라의 좁은 셔터로 여러장의 사진을 이어야 하겠지만 그렇게라도 이어 보고픈 욕망이 들 게 하는 맥의 중간이 바로 덕룡산과 주작산이다.
덕룡산 산행은 소석문 협곡을 시작으로 하여 주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간 다음 다시 세 번째와 네 번째 봉우리 사이의 안쪽으로 되돌아와 규사 채취 현장인 만덕광업 (참고로 이곳 바위재질의 대부분이 유리의 원료인 규사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서 채취 되어 육운과 해운을 통해 군산 인천등 각지의 유리공장에 원료로 공급 되고 있다) 쪽으로 내려 가거나 정상에서 동쪽 사면의 잡목숲을 헤치고 수양리로 내려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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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그림 무박산행 오소재에서 주작산 능선길의 운해
뒤는 두륜산
덕룡의 꿈틀거림
오늘 내 가는 길은 내 귀에 걸친 흐릿한 안경알 너머 오리무중 세상 불확실성의 시대에 얹혀 사는 우리들의 미래처럼......
모든 것이 술 몇 잔에 거나해진 비틀거림일지라도 내 의식만은 시퍼렇게 살아서 미끄러운 바윗길에서 면도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안경알이 혼탁할지라도... 내 의지가 날을 세우며 안개비 속을 걷고 있었다.
희망을 안고 봉황천의 작은다리를 건너 산문을 연다.
건너 편 석문봉을 바라볼 때만해도 그럭저럭이었지.
첫 번째 밧줄구간 비가 내려 미끄러우니 조심들 하셔야겠다.
산양이 되어 미끄러운 바위 벼랑끝을 돌아가고
버스로 돌아 들어올 때 보이던 도암초등학교도 내려다 보이고
등로에서 슬쩍 삐져 나간 걸음 봉황지도 내려다보고 이 지점에서는 월출산이 보이는 지점이지만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두 번째 봉우리 삽시에 묻혀버린 오리무중 속을 헤쳐나가고
가까운 그림도 난시로 보는 그림이 된다.
슬쩍 비켜서게 만드는 우람한 바위가 정중앙에 서있다.
동봉
곳곳마다 ㄷ자 꺽쇠에다 튼튼한 밧줄까지 그러나 스텐으로 된 꺽쇠는 물기가 있으면 아주 미끄러워 각별히 신경 써야한다. 안전한 구조물이라 여기고 해이한 마음을 가지면 도리어 사고율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바로 눈 앞의 사물이 안보이는 지경을 뚫고 간다
혼불! 몇 달만의 공백은 건각이라도 어찌할 수 없나보다 혼신을 다해 오르고, 내리고, 사람의 몸은 참 쉽게 무너진다. 지금껏 쌓아왔다 그렇게 자부하던 것은 모래성이었다.
이제 다시 시작을 해야 한다. 새로 쌓는 성은 더욱 견고하게 혼신의 힘을 다하는 혼불 회장 파이팅!!
지면을 채운 것은 혼탁한 안개, 그리고 안개가 담아 온 비 그것은 아주 잘디잔 가루비였다. 바위를 끌어안은 손은 젖어오고, 가루비에 젖고 입김에 흐릿해진 안경은 자칫 비틀거리는 주정꾼 걸음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오름은 쉬운데 내림길은 아주 조심을 하여야했다. 발 디딜 곳이 흔들리니...
오리나무
송악
붉게 타오르다
눈에 보이는 것 없으니 지난 마음을 끌어당겨 옛 그림을 회상하며 걸어야했다. 그렇게 화려하던 그 모든 것들이 다 타 버린 검불이 되어 발밑에서 밟히며 숨죽이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론 지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천국을 만들 수는 없었다.
낯익은 풍경도 안개속에 묻혀가고
하늘 향해 내지르는 주먹 하나가 불끈 힘을 솟게한다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등을 어루만지 듯.
마른풀잎들은 비에 젖어 붉어지는 몸을 흔들며 울고 있었고 저 둔덕 너머 흐릿한 저 세상에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소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삼월의 노루귀를 더듬고 있었다.
겨우 눈을 뜨고 있던 지난 삼월의 그 눈부심을 기대했으나...
빛을 받아내지 못한 봉오리는 비에 젖어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2009년 사진)
덕룡봉까지의 길이 이렇게 지루한 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오늘에사 그 길이 참 지루한 길임을 알게된다. 주작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흔들바위가 있다. 오늘은 주작 주봉을 버리고 흔들바위를 찾아봐야겠다. 덕룡봉에 근접할 즈음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듯 하늘을 울고 등짐 속에 묻어 두었던 우산을 꺼내어 썼다. 덕룡봉에 있는 주작산 정상석을 담는데 캄캄해서 그냥 돌비석 하나 담은 것 같았다.
제대로 눈을 뜬 노루귀도 못 찾고 눈앞은 더 캄캄해오고 모든 걸 접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주작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니 짓눌렸던 사물들이 슬며시 눈을 뜬다
왼쪽으로 흔들바위 올라가는 길이다 0.4키로 망설임 없다. 엉성하게 놓여진 돌을 밟고 올라서면 길은 슬며시 옆으로 눕는다 느긋하게 오르는 길이 이어지고 멀리서 보던 흔들바위가 머리 위에 있다
흔들바위(동구리바위)
흔들바위는 직경 3.5 미터에 70톤이고 흔들바위를 괴고 있는 돌은 50cm의 작은돌이다 작은 공깃돌같은 걸 의지하고 있는 동구리바위 대단하다 모양도 묘하다 마치 뚜껑을 덮은 듯한......
주작을 응시하고 있는 동구리바위
동구리 옆에서 바라보는 주작산릉
동구리바위 건너(옆)에 있는 암릉
주작산 휴양림 조성하느라 곳곳에 굉음
흔들바위에서 바로 오르는 길은 없어 다시 되돌아 내려와 희미한 흔적을 보고 올라간다
발 아래 수양관광농원과 봉양제 너머 수양리 마을이 들어오고
돌우물과 소솔 한그루
건너편 바위봉우리
수양제에서 오르는 능선상의 암릉을 당겨서
주작산 4컷 파노라마 이어서 (고도의 차이가 많아 세로로 찍다)
석부작
다시 되내려와 환하게 핀 진달래 한 그루 만나다
홀로 불 밝히다 비에 스러진 참꽃
산은 낮지만 넓은 두륜산의 품에서 나와 길게 이어가는 주작과 덕룡 가슴 언저리에서 풀어낸 물들이 봉양제로 향하기 위해 봄물에 뛰어드는 작은 소폭들의 노래가 우렁차다
쟁반물에 비친 나목의 반영이 마음을 끌어들이고
이슬에 젖은 이끼가 함초롬히 봄을 끌어낸다 작은 이끼들의 기지개에 흐릿한 마음을 털어낸다 푸른 희망을 품은 투명한 이슬방울은 보석이 되어 앙증맞은 몸짓으로 아양을 떨고 나는 웃었다. 작은 이끼들의 봄노래 소리에 마음이 맑아지며 투명한 웃음을 얻었다.
별 일 없이 기껏해야 20년 정도 살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남은 세월도 잘 다스려야 몇 년 정도 산에 들 수 있을 것인데 산에 드는 일도 드물게 생겼다.
지금 애씀이 남은 여생을 위함인데...
복잡한 생각에 빠지지 않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되도록 마음을 가볍게 가지자. 남을 미워하는 시간보다 사랑하려고 하는 일에 더 마음을 쓰고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슬픔은 되도록 빨리 떠 내려 보내고, 마음 먹은 것에 대한 실천을 속히 하고 남은 시간을 아끼며 착하고, 아름답게 살자. 흠, 인생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내게 주어진 책임이다.
2007년 3월 그림 이 날도 안개가 지면을 덮었지만 산행 도중 안개 커텐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숨어 버린 꿈의 길은 마음으로 느끼며 걸었다
칼바위 부근
봉양제를 내려다 보고 선 암봉(2007년 3월) 언젠가는 저 봉우리에 올라가 봐야지
같은 해 4월
작천소령 내려서기 전 바라보는 봉황의 몸부림
2007년 4월
2007년 4월 덕룡의 날개
주작산에서 바라보는 덕룡 석문 만덕(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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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유구무언~!!
신기한 구경거리 천지.... 덕룡이니 주작이니 달마 두륜, 이 치들은 월출같은 준수한 명칭을 못얻고
뒤늦게 관심받았다고 꽤나 성질 부리듯 사나운 봉우리 능선을 과시합니다. 게다가 괴이한 흔들바위
하고는..... 젖은 날 미끄러움..... 어지간히 익숙하지 않으면 덜덜덜입니다요.^^
돌담에서 보았던 그것이 송악이었군요..... 반짝!하고 알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