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이야기 – 2-1
이번엔 먹고 마시는 이야기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인 나로서는 먹는 이야기에는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럼 이번엔 이런 명제(命題)를 꺼내볼까?
사람은 과연 육식 동물일까? 아니면 초식동물일까?
물론 육식도 하고 초식도 하는 잡식동물인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면 다시 사람은 육식을 더 좋아할까, 초식을 더 좋아할까?
답; 채소보다는 고기가 더 맛있다.(대부분의 경우)
이런 맹탕 같은 답을 얻으려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물어야겠다.
육식과 채식 중 오래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단연코 채소나 곡물 등 식물성 식료(食料)다. 물론 에스키모나 몽골인, 아랍 유목민등 동물성 식료를 더 많이 섭취하는 부류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료는 식물성이다.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성서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우유나 꿀이나 다 좋은 음식이지만 상식(常食)할 수 있는 식품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우유는 한잔도 마시지 못한다. 시원하고 고소한 우유를 벌컥 벌컥 마시고는 싶지만 불과 한 시간도 못가서 반드시 ‘똥질’을 하는 위급한 사태를 맞이한다.
치즈나 버터의 경우도 정도는 다르나 결과는 같다.
이를 유당불내성(乳糖不耐性 lactose intolerance)라 하는데, 장내에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고, 특히 동양인에게 많다. 이 경우에는 산양유를 마셔보면 대부분 괜찮다. 아마도 소 보다는 양의 단백질 구조가 사람과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반복하거니와, 사람은 채소와 곡류는 오래먹을 수 있지만, 육류는 상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이빨의 구조를 보아도 고기를 물어뜯는 동물이 아니라, 곡류를 씹어 먹는 채식성의 동물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섭취하는 단백질은 소화 흡수과정에서 펩타이드로 나뉘어지고 이는 다시 아미노산으로 변환되어 흡수된다.
그런데 아미노산 중에는 필수 아미노산이라는 것이 있으니, 인체자체 합성이 되지 않아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으니, 로이신, 이소로이신, 발린, 트레오닌, 페닐알라닌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가 병에 걸려 식사를 잘 못할 때 병원에 가서 맞는 수액 주사약의 주성분이 이런 것들이다. 인간이 동식물성 재료를 다 섭취해야 하는 이유도 이 필수아미노산 때문이다.
인류가 농경을 하지 못하고 채집을 해서 먹던 시절에도 수렵으로 동물을 잡아먹고 강이나 바다에서 어류를 잡은 이유도 인체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고자 하는 자연적인 니드(need)였던 것이다.
마치 철분이 필요한 임신부가 피순대가 당기듯, 산에 사는 멧돼지가 소금에 끌려 바닷가로 나오듯 생명체는 필요한 것을 갈구하는 자연적인 니드가 생기는 것이다.
필수아미노산이라는 말을 몰랐을 것임에도 영양소의 균형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 다시 다른 문제를 풀어보세요.
5대 영양소가 뭔지요?
1~2분 쉬었다가 읽어요.
답을 바로 드릴 수 밖에 없네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섬유질 그리고 미네랄을 들 수 있지요.
비타민은 왜 거기에 속하지 않나? 하겠지만, 비타민은 대부분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오기 때문에 이를 5대영양소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배추, 상추 쌈 싸 먹고
시레기 장국 먹으면, 비타민C는 물론이요 엽산을 비롯한 비타민 B류에 콩에서 유래된 단백질 까지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의 5대 영양소 가운데서 뭐가 제일 맛이 있을까요?
탄수화물? 물론 이것도 오래 씹으면 아밀라제 등의 효소반응에 의해서 당화현상이 일어나서 단맛을 느낄 수 있지요.
그러나 쌀, 보리나 밀에서 보듯 정제(精製)한 것이 아니면 거칠어서 맛이 없다.
그럼, 단백질? 단백(蛋白)담백(淡白)한 것이다. 기름기 없는 소고기 돼지고기는 퍽퍽하고 맛이 없다.
염분이 없는 두부는 맹탕이다.
식이섬유나 미네랄은 맛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지방(脂肪;기름기-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이 가장 맛있는 것이 된다. 위의 퍽퍽한 소고기에 지방으로 마블링이 그림처럼 박혀있다든가, 돼지고기에도 비계기름이 더해지면 맛이 엄청 업그레이드 된다. 식물성 지방인 참기름, 들기름 등은 아무데나 섞어놓아도 맛이 월등해진다. 두부도 기름을 만나면 고소해진다.
그러니 결론은 맛을 추구하는 것은 지방을 탐구하는 것과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에게도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세계 도처에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소위 ‘잘먹고 잘사는’ 나라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배부른’것을 탐내지 않는다.
이미 ‘맛있는’ 것은 탐한 지 오래다.
호주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단체 여행의 경우 매일 소고기 바비큐가 주어진다. 두툼한 등심 안심 덩어리다. 그러나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에 딱 알맞다. 질기고 맛이 별로다. 오히려 주어지는 소스맛에 의존해서 먹게 된다. 소스가 없으면 먹기 힘들다.
이는, 호주소는 방목을 하여 키웠기에 질기고 기름기가 없기 때문이다. 즉 마블링이 되어있지 않기에 맛이 없다.
우리 기준으로.
그래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소고기는 마지막 3개월여를 우리에 가두고 알곡을 섞어 먹여서 마블링을 도모한단다.
그래도 횡성 한우만큼 맛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지의 수입육은 도축하여 냉장으로 수출되고 검역을 통과하여 우리 식탁에 오르기 까지 최소 보름은 걸린다. 그리하여 그 동안 상당한 기간의 저온숙성 기간을 거치고 나면, 스테이크를 하든 구워먹든 한우보다 부드럽고 탄력있는 맛을 낸다.
코엑스 같은데서 사면 한우보다 월등히 싸다.
한우는 느끼하다.
이 느끼함은 소량을 먹으면 고소한 맛이 되고 특수부위를 먹게 되면 연하고 맛있다.
한우사육 농가를 가보시라.
풀을 먹여도 예전에 우리가 알던 ‘꼴’을 배서 먹이는 곳은 없고, 건초라 해도 호밀이나 귀리처럼 영양가 많은 풀을 ‘경작해서’ 먹이고, 옥수수, 콩, 보리 등의 ‘작물’을 펠렛 형태로 만들어서 먹인다.
자, 이젠 우리가 마블링이 잘된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 우리의 농지가 사료용 초지가 되고, 알곡 생산을 위해서 먹거리용 경작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고, 여기까지 소고기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음으론 돼지고기로 넘어간다.
辛丑 寒露지나고
豊江
첫댓글 최고로 맛있는 소고기 이야기를 하니
침넘어 가네!
소고기!
일년에 두번 맛볼까 말까했는데
이제 조금 살기 좋아졌다고 느끼하다는 말은 차마 할수없다.
다음 돼지고기 이야기!
기대되네~~
초등학생 강의하듯 또박또박 써내려가서 죄송합니다.
그게 또 이해를 쉽게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