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을 위한 과학기술 개혁방안
Ⅰ. 序 – 과학기술의 중요성
역사적으로 보아도 과학기술은 단지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을 이끌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밑바탕이 되어왔다. 과학기술 하면, 곧 문명의 수준을 의미한다. 그 나라의 국민 의식 수준을 차치하고 나라의 강대함과 부유함에 직결되는 것이 현대 문명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에 의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에서 선도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저해 요인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는 인력유출과 부족한 처우들을 톺아보고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려 한다.
Ⅱ. 돌아오지 않는 인재들
○ 사례 1.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생이별해야 할 판입니다. 대학엔 자리가 없고 기업 연구소는 다 지방에 있는데 어떻게 돌아갑니까. 차라리 미국 방산업체에 취직해서 시민권이라도 따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다고 하지만 이등 시민이면 어떻습니까." 삼성장학금, 국비유학생 등 화려한 스펙으로 미국 S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딴 A씨(40)는 결국 귀국을 포기했다. 서울 시내 교수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마저도 뒷구멍으로 기부금을 요구했다.
○ 사례 2.
대기업 IT 연구원으로 5년간 근무한 박창효 씨(가명·45)는 3년 전 고심 끝에 미국 대형 연구소로 이직했다. 서울대 공대와 대학원을 나온 박씨는 이직 이유에 대해 "국내 대학이나 대기업 연구실은 윗선에서 정한 기한이나 목표를 맞추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쫓기듯 일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창의적인 연구는 꿈도 못 꾼 채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한국에는 연구가 없고 개발만 있을 뿐"이라고 한탄한 그는 "연봉도 2억원 수준인 데다 자녀 교육여건도 좋아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귀띔했다.
○ 사례 3.
세계적인 나노과학 전문가인 서울대 공대 현택환 중견석좌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최근 연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창 왕성하게 연구할 나이인 30대(代) 박사 졸업생들이 '박사후(後) 연구원'을 하기 위해 대부분 미국·유럽 등 외국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빈자리를 아시아 출신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채워 왔는데 올해부터는 뽑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에 오는 아시아권 박사후 연구원들의 실력이 떨어져 연구 성과가 낮다는 것이다. 우수한 아시아권 인재는 한국 박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유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균일한 나노 입자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성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서울대 최초의 중견석좌교수 직위를 받았다. 한국인 최초로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의 부편집장을 맡았고,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도 맡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학자인데도 인재 공동화(空洞化)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그는 "선진국 출신 박사후 연구원이 우리가 미처 생각 못 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와야 연구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개발도상국 유학생들이 거꾸로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러 오는 상황이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1. 인재유출의 현 상황
미국과학재단(NSF)의 '2016년 과학엔지니어링 지표'에 의하면, 2010~2013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이공계 전공자 4683명 가운데 국내로 '유턴'하겠다는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체류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65.1%에 달했다. 계열별로 보면 생물학 전공자의 86.2%가 '미국에 남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물리학(69.6%), 수학(68.2%) 등 기초학문 전공자의 잔류비율도 평균치를 넘었다.
위 사진을 보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5년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취업으로 한국을 떠난 이공계 인력은 2003년 1만2312명에서 2013년 1만8360명으로 50% 급증했다. 특히 한국을 떠난 박사학위자 비율은 같은 기간 3302명에서 8931명으로 1.7배나 늘었다.
이런 인력유출의 결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전 세계 61개국을 대상으로 두뇌유출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3.98로 42위를 차지했다. IMD가 고안한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는 인재가 많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중 두뇌유출이 가장 적은 나라는 노르웨이(8.27)였고, 미국(6.82) 일본(4.49) 중국(4.07) 등 주요국들은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2. 인재유출의 원인
우수한 두뇌들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는 이유로는 연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여건이 지목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이공계 박사 1005명을 대상으로 '두뇌유출이 심화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국내 일자리 부족(41%), 선진국보다 열악한 처우(33%), 연구비 부족(17%)에 대한 지적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외 대학의 조교수로 임명되면 적게는 8만~9만달러(약 9000만~1억원)를 초임 연봉으로 받을 수 있고,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방향을 돌리면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 교수는 1년 차 연봉이 국립대의 경우 약 4000만원(수당 별도), 사립대는 6000만원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조사한 이공계 처우조사에서도 이공계 박사의 연간소득은 평균 7854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직장인 평균연봉(3198만원)보다는 높지만 유학비용과 늦은 취업연령을 고려하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 한 공대 교수는 "보통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한국에 오는 시점이 30대 중·후반인데, 몇 년만 지나 40대가 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살인적인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면서 "대다수 해외 박사들은 모아 둔 돈도 없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행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 小考 (소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우수 인재 확보는 필수요건이다. 인공지능 '알파고' 시대를 맞아 우수한 이공계 인력 유치는 국가발전의 토대다. 하지만 이공계 인력 국내 유치를 위한 전략 부재, 투자 부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로 인해 '두뇌유출(Brain Drain)'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연일 이공계 인력 우대와 창의성을 외치지만 말의 성찬뿐이다.
Ⅲ. 기술직에 대한 천시
1. 기술직에 대한 처우
정부에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53년 ‘고등고시 기술과’가 시행되면서부터다. 2003년에는 행정고시와 통합됐다. 올해 5급 공채(행정)에서는 선발예정인원 346명 중 84명(24%)이 기술직이다.
과거 기술직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으로 관련 일선 부서에 주로 배치됐다. 기획·인사·예산 등 이른바 핵심 부서에서 근무할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해조정이나 인력관리 등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받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기술고시 출신은 행정직 위주 공무원사회에서 또 다른 ‘비주류’다. 같은 고시 출신임에도 행정직에 비해 보직·승진 등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다.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직에 대한 대우가 좋다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기술직은 주로 산업·에너지분야에만 배치됐다. 국장 승진 비율도 행정직에 비해 훨씬 낮았다. 한 산업부 관료는 “1990년대 후반엔 좌절을 느낀 많은 기술직 공무원이 대거 사표를 던지고 민간으로 떠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 기술직의 현 상황
기술직에 대한 차별은 200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잦아들었다. 정부의 ‘이공계 살리기 정책’으로 기술직에 대한 각종 인사상 제한규정 등도 철폐됐다.
2012년 산업부에서 기술직 출신으로는 처음 총무과장을 맡았던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기시 26회)은 “이후 장관 비서관 등 핵심 보직에도 기술직이 진출하면서 차별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 임용된 기술직 사무관도 무역·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 고루 배치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산업부 1급 이상 공무원 11명 중 기술직 출신은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유일하다.
한 기술직 사무관은 “산업부에서 기술직 출신이 갈 수 있는 1급 자리가 사실상 표준원장으로 국한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3. 小考 (소고)
과학기술의 속성상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입안되는 단계에서부터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기에, 세계 기술개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수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기술직 공무원들이 정책적 업무보다는 일선 집행업무 부서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는 게 애석할 뿐이다.
Ⅳ. 所見 (소견)
중국은 두뇌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예로, 이미 2008년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해외에 있는 과학과 공학 분야 우수인재를 국내로 재영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재영입은 못 하더라도 최소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단순히 애국심만 강요할게 아니라 연구여건과 처우개선, 경력계발에서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 교수직 같은 경우는, 연령대별 할당제를 도입함으로써 신규 진입을 용이하게 하며, 기존 교수들은 안식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교육, 경쟁, 플래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전체 공무원의 3분의 2 정도가 기술 전문직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구성비로 가야 한다.
현재 5급 공채 2차 시험에 있어서 기술직은 행정직보다 적은 과목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행정․정책업무와 관련 된 과목을 추가함으로써 행정직 사무관에 위축되지 않는 정책적 업무를 배양해야 한다.
그리고, 특채, 개방형, 계약직 등 다양한 채용방식을 활성화하여 이미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공직에 임용해야 한다. 기술사나 관련분야의 석·박사 등 필요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공개경쟁을 통해 대폭 채용함으로써 신규 채용의 형식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