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모르는 제 딸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졌나 봐요^^ㅎ
월초에 백내장수술을 했습니다 6년쯤 전에 서울 큰 안과병원 젊은 의사샘이 이런 눈은 우리도 수술 안 해줍니다~라고 이해 팍팍 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준 덕에 제 상태에 대한 생각정리 마음정리가 수월허니 됐었던 것 같습니다 구질한 희망고문 없이 대충 막 잘 살았던거 같아요ㅋ
제 원 수정체는 빼내고 인공수정체는 삽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넣지를 못 해서 현재 무수정체안인 상태입니다 수정체가 없는데도 이렇게 잘 보인다는 게 이해는 좀 안 됩니다만 뭐 어쨌거나 베리땡큐라서~.~ㅋ(수정체도 쓸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거였나 봅니다ㅋㅋ)
적출한 제 수정체입니다 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죠 못 보고 있었다는 게 맞겠지만요ㅎㅎ
보는삶을 꽤 길게 살다가 맹인모드로 들어간 건데도
다시 보는일상이 주어지니 적응하는 게 만만치가 않네요..
눈으로 제대로 보지 않고 촉각과 머릿속 정보들만을 통해 계산/상상하여 구축해놓은 세계와 개안이 돼서 마주한 실제세계 사이의 괴리가 꽤 큽니다.. 맹인모드일 때 쌓아올려놓은 세계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시간이 필요하네요..
선천성 맹인이 개안수술 후에 멘붕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지 너무너무 이해가 됩니다.. 자신의 온 우주를 부정해야만 했을 테지요..
수정체 제거로 인한 청색시 현상인 건지 아니면 검은 세상에서 갑자기 밝고 컬러풀한 세상으로 급전환 되는 바람에 겪게 되는 과정으로 생기는 증상인지는 모르겠는데 색감이 예전에 보던거랑 아주 미미하게 달라요.. 파란색이 유독 과장되고 도드라져 보인다거나 파란색이 섞여 있을 물체(식물, 연두색 접시 등)의 색감이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거나 하는 등등..
뭐가 진짜 색깔인지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짜일까? 진짜가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계속계속 올라옵니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의 색깔과 타인이 보고 있는 세상의 색깔이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색깔의 '이름'만 같으면 함께 소통하고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뭐가 진짜지? 진짜란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수술하고 눈이 밝아지니 '이쁠 것이다'고 상상하고 있었던 많은 제 물건들이 사실은 낡고 못나고 형편없는 게 많더라구요ㅋㅋ
10년쯤 전에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림의 500피스짜리 퍼즐 맞춘 걸 액자에 넣어놓은 게 있었는데.. 저는 그게 참 멋진 줄 알았는데 눈 뜨고 제대로 보니 표백제에 담갔다 꺼낸 것처럼 빛이 바랠대로 바래져서 허연 거예요~.~ 그게 너무 꼴뵈기가 싫어서 그거 대신 넣어놓을 빨강머리앤 500피스 퍼즐을 주문을 했지요.. 수술한지 5일 정도밖에 안 돼서 절대 무리하면 안 되는 상태였는데... 늘 무모했던 년이라 여전히 무모한 짓을 해버렸지요ㅋ(눈만 뜨게 해주신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멋진 인간이 되겠노라 했었는데 개뿔~)
퍼즐 받자마자 뜯어서는 내리 5~6시간을 보이지도 않는 작은 조각들 상대로 눈에 힘 빡 주고 용을 써재꼈더니 결국은 두통이@.@ 그만해야 하는데를 연발하면서도 그만두지를 못하는 이 자폐성향을 어찌할까요~ㅎㅎ
만약에 하느님이 저 눈 뜨는 데 직접 개입을 하셨다면 '아니 이 년이, 내가 니 퍼즐 맞추기 따위나 하라고 눈 띄워준 줄 아냐!!!' 하셨을 것 같아요ㅋㅋㅋ 사람은 늘 이렇게 하느님 뒷통수를 때리는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전 열 받아서라도 하느님은 못 해먹을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