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구원의 날을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 2023/7/23/연중 제16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대서 ⠀ 마태오 복음 13장 24-43절 ⠀ 기다림에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7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는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습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기다리는 일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약속을 어기는 친구였다면 30분 넘게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허투루 약속을 어길 친구가 아닙니다. 그 친구에 대해서는 그런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는 것입니다. 기다림에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다림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쉬운 일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한 달 동안 매일 8시간씩 성경을 필사하는 일과 소식 없는 친구를 기다리는 일 중에서 더 쉬운 일은 무엇일까요? 필사입니까 기다림입니까? 얼핏 보면 기다림이 훨씬 쉬워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기다림은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 혹은 며칠로 끝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수확은 종말의 때를 가리킵니다. 그날은 심판의 날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날입니다. 그날이 오면 나는 원수가 덧뿌리고 간 가난과 질병, 외로움과 차별, 폭력과 불평등에서 벗어나 풍요롭고 건강하게,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갈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입니까?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1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고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날은 올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기다림에는 믿음이 필요하고 믿음에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 김효준 레오 신부(의정부교구) 생활성서 2023년 7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