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에서 활동 중인 안정환(25·페루자)이 18일 라 치오전 예비멤버에도 못 드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예비멤버에도 들지 못한 것은 지난해 11월27일 볼로냐전 이후 처음.
최근 유벤투스전(1월21일)에서 90분 풀타임을 뛰며 멋진 플레이를 보이는 등 3게임 연속 출전,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표팀 차출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다시 3게임 연속 결장해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안정환은 두바이 4개국 대회 출전에 앞서 “현재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조금씩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부담된다”며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경기도 망치고 소속팀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것이 이제 현실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대표팀 경기에서 리듬감을 상실한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소속팀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만약 안정환이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세리에A 적응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려야 할 것인가.
물론 결과야 고스란히 선수가 떠안게 되지만 거친 이탈리아 무대에서 생존해 보겠다는 선수를 대표팀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작정 차출한 축구협회도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이런 일은 안정환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많이 늘어날 해외파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겨줄 수 있습니다.
일본축구협회의 경우 나카타가 AS로마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일 때 대표팀 차출에 난색을 표명하자 흔쾌히 그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축구협회에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선수들의 해외진출 프로그램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협회가 이런 의무조차 수행하지 못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대표팀이 최우선’이라는 경직된 사고가 한 선수의 축구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