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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할 것만 같지만 알게 모르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1929년 처음 문을 열은 후 전쟁을 통해 파괴된 역을 1961년에 복원하였고,
1988년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장항선에 남아있는 거의 모든 역사가 1980년대 이후에 지어졌기 때문에,
청소역의 아담한 모습은 가히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작은 역은 죽고 큰 역만 살아남는 뼈아픈 현실 속에서,
작은 역 청소역은 아직까지 버젓하게 열차가 잠시 머물러간다.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가 하루 네 편, 익산으로 내려가는 열차가 하루 네 편.
이런 역에서는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이 곳의 역무원 분들은 역을 종종 놀러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과 얘기들을 나누시다가도
열차가 오면 금세 맡은 업무를 해낸다.
그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락하다가도 열차가 오면 금세 손짓을 하신다.
쉼없이 달려가는 무궁화호. 저 안의 사람들은 이 역을 보면서 어떤 생각에 잠길까...
갈아끼운지 수 십년은 되었을 법한 낡은 자갈과 침목, 그리고 철길...
그 옆으로 자라난 무성한 풀들...
간이역의 매력은 세월과 함께 추풍낙엽처럼 쌓여간다.
사람 두세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이 좁은 승강장에,
깔끔하게 도색한 큼직한 역명판이 부조화를 이룬다.
이런 역에서는 좀 더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역명판이 어울리는데...
끝없이 이어진 승차위치 안내판.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이어진 안내판처럼, 곧게 뻗은 철길도 어딘가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내가 보는 철길의 끝은 어디인지, 어린 시절 조금씩 생각해보곤 했었다.
훌쩍 커버린 지금까지도 철도에 대한 신비감, 여행에 대한 신비감이 드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디론가 이어지는 철길의 한가운데에 청소역이 자리잡고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 너머로도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훤히 뚫린 여유로운 경치만 눈에 들어올뿐.
그래서 청소역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건가보다.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없으니, 굉장히 조그맣지만 눈에 확 들어온다.
눈에 확 들어오는 만큼 특유의 소소(炤炤)한 분위기도 더해간다.
장항선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의 건물인지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중이다.
게다가 개량되지 않는 구간인 신성~주포에 속해있어 이 모습이 오랫동안 꾸준히 유지될 것이다.
그렇기에 간이역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청소역에서 절정을 이룬다.
위의 설명에서도 나와있듯, 1995년 이래로 청소역에서는 화물영업을 중지했다.
벌써 횟수로만 14년째,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승강장은 각종 잡풀들로 덮혀있고, 쓰지 않는 철길은 뻘겋게 녹이 슬었다.
비에 추적추적 젖은 모습이 더욱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이 곳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 때의 전성기를 갈망하듯,
청소역을 빠르게 통과하는 화물열차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큰 역들의 틈바구니 속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간이역,
멀쩡히 살아는 있지만 언제나 불안에 떨고 있는 청소역이다.
하지만 역할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한 때의 영화를 갈망하는 그리움은 더 커지는 법.
존재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함축하는 청소역은,
설령 없어진다 할 지라도 '아름다운 간이역이었다'라는 추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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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언제한번 시간을 내서 찾아봐야겠네요
낭만이 있는 역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