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코끼리 한 마리
신전 기둥 같은 다리가 무너지고
저무는 초원의 지평선이
마지막 가뿐 숨을 몰아쉴 때
둘러서서 우는 코끼리들의 울음소리
몰려 온 하이에나 떼들조차
조아리며 듣고 있는 그 울음소리가
여권사진 한 번 찍어 본적 없는
이역만리 농사꾼의 가슴을 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건기의 강바닥을 파헤치다 쓰러진 코끼리여
싱싱한 풀과 강물이 넘치던 전답은 사막이 되고
오가는 길목은 철조망에 가로막혔다
초원에 뛰 노는 생명들을 이끌고
장엄한 사바나의 석양을 갈무리하던 너희들
철 따라 모 심고 추수하듯,
수 만년을 그렇게 살아갔을 뿐인데
빛나는 상아, 순하고 거대한 몸이 이제는 죄가 되어
죽어가는 동료를 둘러싸고 우는 너희들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가
아프리카 초원의 울음이 되어,
향유고래의 신음과 북극곰의 울음이 되어,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가는 모든 어미들의 통곡이 되어
까마득한 지구 반대편,
갈라진 논바닥 한 가운데 서있는
농사꾼의 가슴에 휘 몰아친다
(작가 소개)선종구 1967전남보성군벌교읍출생.현대문학가.시인.2016년 <여자만 소식>시집출간 작품활동 시작.2022<창작21>등단.현재 고향 마을에서 25년째 유기농 쌀농사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