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산행 소식을 접하고
크게는 프랑스 외인부대를
작게는 시대에 희생양이 되어버린
소외된 불우 젊은이들의 몸부림이
언뜻언뜻 떠 올라 편치만은 않은
묘한 기분이 일주일 내내 이따금씩 젖었다.
소설을 사나흘 앞둔 주말은 분명
겨울로 가는 마차 위에 올라 앉아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추위에 잔득 겁을 집어 먹고
이른 아침 실미도 산행을 가기위해
집을 나서니 새벽 보름달이 그림처럼
떠 올라 있는 모습이 왜 그리 생뚱맞아
보이면서 반갑게 느껴지던지.
한동안 그와 눈 맞춤하며 추위도
잊은 채 모임 장소인 사당동으로 갔다.
실미도행 산악회 버스 차창 밖에는
동녁 하늘가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른 아침 햇살이 추위로 겁에 질려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위로 해 주었다.
산악회 버스는 영종도 국제 공항 도로를
스치듯 지나갔다.
아직도 주변 환경이 정비가 되지 않아
마치 개발붐이 한창 일던 70년대 초
서울 어느 변두리 지역을 연상하게 만들어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실미도는 무의도 옆에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썰물일때는 바닷길이 생겨 무의도에서
걸어서도 충분히 갈수 있는 무인섬인데
산이라고 이름 붙여일 만한 곳은 눈에
띄질 않는다.
단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불우
젊은이들이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소모품처럼
호된 유격 훈련을 받던 비밀스러운 장소가
내부 갈등(?)으로 만천하에 드러남으로서
이슈가 되었고 특히나 영화 촬영장으로
사용이 되어 더욱 유명해진 자그마한 섬이다.
실미도행 산행였지만 결국은 무의도에 있는
국사봉을 거쳐 호룡곡산을 가기위해
산악행 버스를 탄 채 용유도선착장에서
무의도행 배를 탔다.
아참 바다를 조용히 가르던
배는 뜨는가 싶더니
배 키 한바퀴 휙 돌고는
무의도에 도착했다.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다하여
무의도란 명칭을 얻게 된 섬.
국사봉 산행을 위해 산악회 버스에서 내리자
보라빛 구절초가 가냘픈 몸짓으로 먼 곳에서
온 산행꾼을 반겼다.
찬바람조차 숨 죽어 조용한 국사봉 산행은
나무잎 하나 걸치지 않은 빈 나뭇가지들이
가시마냥 삐쭉삐죽 옷깃을 찌르고 있어
마치 마법의 성으로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법의 성 여행이 을씨년스럽다거나
서글픔으로 물들지 않았던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가슴
가득 설레임으로 여울졌기 때문이리라.
가볍게 한줄기 땀이 등줄기에 차 오를 쯤
국사봉 정상에 오르니 산아래 건너편에는
실미도가 거북이마냥 기다랗게 엎드려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깊은 침묵으로 삼키고 있는듯 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우리는 한 인격을 갖춘
인간이다.
그 인격이 거대한 조직의 강 훈련을 통해
말살되고 규격화 된 자동인간으로
조직이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면
그건 본인 뿐만 아니라 인류의 장래에도
커다란 죄악 일 뿐이다.
뚜렷한 명분없는 욕심의 잉태는
언제나 화를 불러오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먼 발치에서 실미도를 보면서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국사봉을 내려와 철재로 만든 구름다리를
통통거리며 지나 호룡곡산을 향했다.
산 정상에 올라 갈수록 자그마한 잡목들이
빼곡히 들어 차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뽀쪽히
내밀고는 산행꾼의 옷깃을 꼭꼭 찌르며
아는척한다.
섬 산행의 진수는 아무래도 바닷가를
바라보며 산행 할수 있다는 거다.
특히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장이 있는
하나개 해수욕장이 호룡곡산 정상에
올라가는 숲 사이사이로 이따금씩
얼굴을 비쳐 자연스럽게 화제는 최지우와
권상우가 주연으로 나왔던 천국의 계단였다.
개인적으로 천국의 계단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해 구체적은 내용은 알수 없지만
남녀간의 애절하고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인 것만은 틀림없으리라.
사랑....
언제나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고
영원히 풀수 없는 수수께기 게임 인것을....!
호룡곡산 정상에 오르자 하나개 해수욕장에
관광객을 불러 모으던 천국의 계단 촬영 현장였던
별장이 한눈이 환하게 들어 와 그곳에 가보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들었다.
빈나무 가지들이 빼곡히 들어 차 터널을
이루었던 마법의 성을 빠져나와
환상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닷물이 저멀리 빠져 나간 진흑 갯뻘에는
바람의 자욱이 선명하게 그려져있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산악 회원님들 모두가
진흙 갯벌로 나가 새하얀 굴껍질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위자락도 톡톡 건드려보고 미쳐
빠져 나가지 못해 바닷물 자작하게 고여있는
웅덩이에 망둥이 어린치어가 긴꼬리 살랑거리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환상적인 갯벌 체험을 했다.
하나개 해수욕장
열정적인 사랑이 지나간 흔적 일께야.
철지난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아직도 흔적 선명하게 남아
있는 발자욱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파아란 바닷물이 그리움으로
일렁거리는 마음 다독여 주며
행복으로 출렁거린다.
행복의 파도에 사랑에 배 띄어
그대에게 보내 보리니.....
05.11.20
NaMu
첫댓글 무위도의 뜻을 덕분에 알았습니다. 매번 글 보는 사람 입장에서 자세히 올려 주심 감사 드립니다.
그 섬들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것을 글을 읽으며 알았습니다.사랑에 대한 정의(?)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