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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도 손맛도 변하지 않았구나, 너 | |
이병학 기자 | |
낙안(樂安)은 즐겁고 편안하다는 뜻. 관락민안(官樂民安)에서 나왔다는 이 말은 전남 순천시의 한 마을 이름에도 쓰인다. 낙안면 낙안읍성마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분지로, 땅이 비옥해 선사시대부터 마을을 이뤘던 곳이다. 조선 중기 낙안 군수를 지내며 선정을 펼친 임경업 장군 얘기도 지명에 걸맞아 보인다. 그러나 실은 낙안이라는 지명은 고려 때 붙여진 것이다. 분차(백제)·분령(통일신라) 등으로 불리다 고려 태조 때 낙안으로 고쳤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낙안은 본디 뜻 그대로 ‘즐겁고 편안한’ 마을로 되살아났다. 허물어져 가던 읍성은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복원작업이 이뤄져 옛 모습을 되찾았고, 맛의 본향으로 불리는 전라남도의 대표 음식을 한데 모아 펼치는 ‘남도음식 큰잔치’가 시작돼, 낙안읍성은 전통 음식의 본거지로 떠올랐다. 10월 남도 여행길에 낙안읍성을 찾는다면, 우리 옛 마을의 가을 정취와 전통 맛의 진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초가 지붕들 이어진 푸근한 마을
초가지붕, 그 위 호박·조롱박도 벌써 가을빛이다 둘레 1.4㎞의 성 안에는 63가구 170여명의 주민이 산다. 사적(제302호)으로 포함된 성밖 50m 주변까지 합하면 낙안읍성 민속마을 전체 주민은 80여가구 200여명. 모두 농사를 짓거나, 전통 공예품 만들기, 민박, 음식점 등으로 생계를 꾸린다.
토·일요일에 찾는다면 낙안읍성민속마을 보존회에서 진행하는 임경업 장군 낙안군수 부임 행차, 수문장 교대식, 죄인 압송 행렬, 민정 순시 재현 등 풍성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12월18일까지 오전 11시~오후 5시. 낙안읍성 (061)749-3645. 제12회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
낙안마을이 자랑하는 전통 음식 ‘팔진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수물자 수송로 확보를 위해 잠시 낙안읍성에 군대를 주둔시켰는데, 주민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마을 주변에서 나는 여덟가지 재료로 음식을 마련해 대접했다고 한다. 금전산 석이버섯,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남내리 미나리, 성북리 무, 서내리 녹두, 용추리 천어(민물고기) 등이 그것이다. 읍성 안 전통음식점 4곳에서 맛볼 수 있다. 1만원. 전남도청 관광진흥과 (062)607-3777. 순천/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가을이면 흔들린다, 나도
단풍말고도 볼만한 가을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에 억새와 갈대 무리가 있다. 억새는 9~10월 주로 들판이나 산등성이를 뽀얗게 덮으며 무리지어 피어나고, 갈대는 강가나 바닷가에서 자라올라 11월 무렵부터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간다. 대규모 갈대밭과 억새밭이 각각 순천만과 장흥 천관산에 있다. 천관산 억새밭=전남 장흥군 관산면. 정상 부근에 우뚝우뚝 솟은 바위 무리가 마치 천자의 관을 쓴 듯하다 하여 천관산이다. 바위무리 주변 능선으로 봄엔 진달래가, 가을엔 억새가 무리지어 피어난다. 지금 구룡봉·구정봉·환희봉·연대봉으로 이어지는 4㎞ 가량의 능선 주변이 온통 은빛 억새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억새밭에 들어 해를 안고 바라보면, 햇살을 가득 머금고 몸을 떠는 억새들의 눈부신 춤을 감상할 수 있다. 천관산 억새밭의 장점은 다도해의 무수한 섬들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대 위에 오르면 관산읍내와 제암산·억불산 등 장흥의 이름난 산들은 물론, 소록도·청산도 등이 흩어진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열린다. 맑은 날이면 멀리 한라산의 산봉우리도 눈에 잡힌다고 한다. 억새꽃은 이번 주말까지 절정기가 이어지고, 이달 말까지도 그 여운이 남을 전망이다. 탑산사 쪽 산자락엔 국내 문인 54명의 원고 글씨를 돌에 새겨 전시한 문학공원이 있다. 주민이 쌓은 600여개의 돌탑들도 볼거리.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526.
순천만 갈대밭=갈대는 봄엔 새순을 나물로 먹고, 여름엔 소 여물로 쓰며, 가을엔 빗자루나 울타리·지붕 만드는 데 쓰다가, 겨울이면 땔감으로 쓴다 하여 사철 이로운 식물로 불린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의 순천만에는 대규모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 20여만평 넓이의 갈대밭이다. 그 사이를 ‘에스’자 형태로 굽이치며 물길이 뻗어나가고, 그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살을 가르며 달려나가, 볼만한 풍경화를 그려보인다. 물길 좌우 개펄은 바지락 양식장, 개펄 너머는 무성한 갈대밭과 붉은 칠면초밭이다. 이런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용산 전망대다. 용이 엎드린 모습을 닮아 용산인데, 허리와 꼬리 사이쯤에 시야가 트인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저물녘 노을빛에 젖은 개펄과 물길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대대포 선착장에선 물길을 따라 개펄과 갈대숲을 20~30분 둘러보는 ‘순천만 탐사선’을 탈 수 있다. 수시 운행. 5000원(어린이 3000원). 갈대숲 속으로 걸어들어가, 산책하며 둘러보는 갈대숲 관찰데크도 최근 만들어졌다. 관찰 데크는 갈대숲을 지나, 용산 능선을 따라 용산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해마다 11월 첫주 금·토·일요일에 순천만 갈대축제가 벌어지고, 이 무렵부터 철새 탐조철도 시작된다. 순천시청 문화관광과 (061)749-3328.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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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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