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버섯
엊그제 일요일 창원 근교 작대산을 다녀왔다. 작대산은 북면 감계 신도시 근처 산이다. 기암괴석이 있다거나 낙엽활엽수가 우거진 산도 아니다. 그냥 밋밋한 산등선에 그저 그런 식생으로 숲을 이룬 평범한 야산이다. 천주산에서 상봉을 거쳐 양미재 넘어 길고 긴 산등선이다. 작대산에서 가파른 비탈면 아래 칠원 운곡 골짜기다. 그곳에서 다시 장춘사를 품은 무릉산이 솟구친다.
외감마을 동구 밖에서부터 걸어 양미재로 올랐다. 인적 드문 호젓한 숲길에서 사색하며 걷기 좋았다. 길바닥에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여 발걸음을 뗄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따라왔다. 쉬엄쉬엄 걸었더니 작대산 정상까지는 서너 시간 걸려 걸었다. 가는 길에서 산행객이라곤 나처럼 단독 산행을 나선 한 사내만 만났을 뿐이었다. 나를 앞질러 간 그는 정상에서 되돌아왔다.
나는 산정 정자에서 김밥으로 요기를 때우고 가파른 북사면 산비탈로 내려섰다. 평소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등산로가 묵어 헤쳐가기가 쉽지 않았다. 청미래덩굴과 싸리나무 등이 무성하게 엉켜 자랐다. 암반을 타야하는 지점도 있어 몸을 낮추어 조심조심 비탈을 내려섰다. 작대산 북사면은 낙엽활엽수가 많아 다른 곳보다 단풍이 아름다웠다. 바로 맞은편 산자락은 무릉산이었다.
내가 등산로가 험한 북사면을 택해 내려감은 산기슭 어디쯤 절로 삭은 참나무둥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참나무등걸에서 목질진흙버섯을 채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산비탈 현장에 닿으니 참나무등걸이 너무 많이 삭아 묵질진흙버섯이 자라날 형편이 아니었다. 살았을 적 참나무는 아주 컸었는데 말라 죽은 이후 비바람에 풍화되어 가지들이 삭아 부러져갔다.
내가 기대했던 참나무 목질진흙버섯은 구하지 못하고 다른 버섯은 몇 개 찾아냈다. 목질진흙버섯은 갈색을 띠는 딱딱한 재질로 차를 끓여 먹으면 된다. 참나무에 붙은 상항버섯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의 참나무등걸은 너무 삭아 앞으로는 목질진흙버섯이 더 자라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삭아 부셔져가는 그 참나무등걸에서 영지버섯 세 조각과 말굽버섯 두 조각을 채집했다.
산행을 다녀와 평소처럼 산행 후기를 남겨 문학 동아리 카페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메일로 넘겼다. 멀리 떨어진 친구가 내가 메일로 넘긴 첨부사진을 열어보고는 회신이 왔다. 어쩌면 신령스런 버섯들이 내 눈에는 잘 띄더냐면서 신기해했다. 친구는 그렇게 여겨도 나는 그 버섯을 채집하기까지 결코 불로소득이 아니었다. 발품 팔아 먼 길 걸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산비탈을 내려섰다.
산골 농장에서 표고버섯을 가꾸기도 하는 친구다. 식용인 표고버섯은 재배도 가능하지만 드물게 삭은 참나무등걸에서 자라는 자연산도 만날 수 있다. 친구는 영지버섯의 생태 정도는 알아 여름에 자라 가을이면 삭거나 벌레가 파먹는 줄도 알았다. 내가 답해 주길 영지버섯은 가을이면 대부분 삭아지지만 드물긴 하지만 이듬해 봄까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는 것도 있다고 일러주었다.
엊그제 영지버섯과 함께 딴 말굽버섯도 삭은 참나무등걸에 붙는 버섯이다. 버섯의 외양이 말굽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말굽버섯은 영지버섯과 같은 약용이지만 생장방식이 달라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크게 자란다. 겨울을 넘겨 이듬해 봄부터 여름에 더 굵어진다. 몇 년 묵은 말굽버섯은 어른 주먹만 한 것도 있다. 버섯 재질이 아주 단단해 장작처럼 도끼로 쪼개야할 정도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참나무는 죽어서 버섯을 남긴다. 참나무에 자라는 식용버섯은 표고가 대표적이다. 느타리버섯이나 노루궁뎅이버섯도과 목이버섯도 식용이다. 참나무에 붙은 약용버섯은 영지가 으뜸이다. 말굽버섯이나 개암버섯이나 운지버섯도 삭은 참나무등걸에서 자란다. 참나무 상황버섯이라고 할 수 있는 목질진흙버섯도 있다. 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