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 해라
참으로 정감이 가는 말이다.
외국어 같기도 하지만 순수한 우리말이다.
경상도 출신들만 얼른 알아듣는 다정한 말이다.
전라도에 ‘거시기’가 있다면, 경상도에는 ‘단디’가 있다.
‘단디’는 약방의 감초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사과를 깎다가 손을 베어도 ‘단디 안 하고’,
컴퓨터 자격시험을 보러 간다 해도 ‘단디 해라’,
남자친구에게 차였다고 해도 ‘단디 좀 하지’,
주차하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도 ‘단디 해라 캐도’,
‘단디’라는 말 속에는 할 말이 많은 우리말을 간단하게 한 마디로 끝내 버릴수 있는 말이다.
최소한의 단어로 최대한의 효과를 주는 단어 ‘단디’,
상황에 따라 서술어가 달라지기도 하는 말 '단디',
악세사리 처럼 예쁘지만 몸을 지키는 은장도 처럼 요긴하게 쓰이는 그런 말 ‘단디’,
안쪽 호주머니에 비상금 처럼 넣어 두었다가 꼭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싶은 말 ‘단디’.
‘단디’는 단단히도 아니고 똑바로도 아니고 잘도 아니고 그 모든 것이기도 한 말,
외국어 같기도 하고 어떤 말의 약자 같기도 한 ‘단디’,
부싯돌 같아서 내 가슴에 불을 붙이고 싶은 말 '단디',
'단디'란 말은 참 재미난 순수 경상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