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쇠소깍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 쇠소깍에는 ‘테우’라는 뗏목이 있다. 계절 따라, 날씨 따라 운행 스케줄이 바뀐다. 바로 바다와 맞닿은 곳이기 때문에 하늘 상태에 민감한 것. 쇠소깍은 테우 없이도 충분히 머물 가치가 있다. 물이 어쩜 이리 청량하게 파랗고 맑은 건지….
2. 외돌개 따뜻한 차를 한잔 하고 싶어 발길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외돌개. ‘대장금’ 촬영지이자 서귀포 최고의 일몰로 유명하다.
작은 초록 지붕 집과 성냥으로 뚝딱뚝딱 지은 듯한 자그마한 매점이 있는 ‘솔빌바다’에서 각종 전통차와 군고구마 등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다.
3. 서귀포 민속 5일장 서귀포 5일장은 4일・9일에 열리고, 제주 5일장은 2일・7일에 열린다. 마침 9일. 규모 있는 장소에서 깔끔하고 푸짐하게 장이 서 있었다. 30년째 빙떡과 보리빵을 만들었다는 할머니께 2천원을 내고 빙떡 두 개와 보리빵 세 개를 사먹었다.
4. 중문 삼원정 제주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는 말에 솔깃하여 찾은 곳. 전복이 그득 담겨 있는 전복 돌솥밥에 양념장을 넣고, 버터를 넣어 비비니 고소한 향이 코를 간질인다. 옥돔구이는 바다 향이 좋다. 육질이 탱탱하고 담백하고, 갈치는 잘게 부서지지 않고 촉촉한 속살을 자랑한다. 돌솥밥에 딸려 나오는 오분자기 뚝배기는 이제껏 먹어본 그 어떤 국물보다도 시원하고 개운했다. 문의 064-738-1077
5. 대평포구 & 물고기 카페 장선우 영화감독이 지난겨울 열었다는 ‘물고기 카페’를 찾아 무작정 내비게이션에 ‘대평포구’를 쳤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니 아래로 해안가 마을이 나타났다. 낮은 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푸르른 파밭, 파슬리처럼 성긴 나무 건너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끄트머리에는 마라도와 가파도가 있다. 그나마 발길이 뜸하지만 지금은 올레 8코스가 되면서 하루에 1백 명도 넘게 지나칠 때도 있단다. 마을이 조그마해 금세 골목 사이로 물고기가 그려 있는 간판이 있는 돌집을 발견했다. 하지만 우리를 반긴 건 감독이 아니라 ‘월요일은 쉽니다’라는 문구. 차 한잔 하고 싶어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바닷가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여기 멋진 데 있는데, 거기 가봐야지.” 어딘고 하니, 바로 물고기 카페다. “어제는 같이 소라 캐서 가져가고 그랬어.” 좀 전에 마당에서 본 칠판 가판이 떠올랐다. ‘오늘의 특별식은 소라회입니다.’ 배고프면 바다에서 소라 캐서 먹는, 소박한 삶이 또 마냥 부러워졌다. 문의 070-8147-0804
6. 오설록 뮤지엄 & 서광다원 녹차밭을 빼놓고 가면, 아쉬운 마음에 제주도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오설록 뮤지엄을 향해 부지런히 달렸다. 제주는 토양, 높은 일교차, 강수량 등 차 재배를 위한 기후적 요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차 재배지. 국내 녹차 중 4분의 1이 서광・도순・한남 다원에서 재배되고 있고, 그 품질 또한 세계 3대 녹차에 들 만큼 우수하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녹차 밭에 눈이 깨끗해지고, 마음은 맑은 기운으로 가득 찼다. 헉! 허나 뮤지엄은 리모델링 중. 대신 옆 마당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무실에서 마실 설록 한라 녹차(50입 7천원)를 사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문의 064-794-5312~3
7. 협재 해수욕장 바닷바람이 꽤 찼지만, 걸으면 닿을 듯한 위치에 봉긋 솟아오른 비양도와 협재 바다의 에메랄드 빛깔을 눈에 외워두고 가기 위해 해변에서 꽤 오랜 시간 서성댔다. 그리고 또 하나 찾아 헤맨 것은 바로 ‘성게국수’. 1박 2일에서 내기 음식이던 성게국수를 보고, 입에 군침이 돌아 꼭 서울로 가기 전에 먹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일대를 뒤졌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성게국만 있다’는 대답뿐. 단서 하나는, 제주 시내 ‘한국병원 뒷골목’에 있는 국수집에서 판다는 것.
8. 테지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꽤 유명하다. 중문에 있는 테디 베어 박물관과 다른 점은 동물 인형들이 실제 크기로 제작된 사파리라는 것. ‘사파리’라는 단어에 뭔가 이들이 살아서 움직일 것이라는 환상을 품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지만, 웃음이 터질 정도로 귀여운 인형이 많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문의 064-799-4820
9. 제주공항 비행기를 타기 전 마지막 저녁으로 ‘성게 국수’를 먹기 위해 ‘한국병원 뒷골목’을 헤맸으나 찾을 수 없었다. 공항 2층에 위치한 아리랑 식당에서 아쉬운 대로 성게국과 물회를 주문했다. 두 가지 모두 (맛의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시원하다. 21도 한라산 소주의 알싸함을 마지막으로 제주도, 안녕.
진에어
제주 → 김포 편도 요금
(공항 이용료와 유류 할증료 포함) 6만5천5백원
돌아오는 항공편은 이스타 항공 다음으로 가격이 착한 진에어를 선택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라는 이야기에 신뢰감 플러스. 연두색 바탕과 블루, 바이올렛의 조화가 상큼하고, 청바지에 연두색 캡모자를 쓴 스튜어디스 때문인지 기내는 캐주얼한 분위기다. 티케팅을 할 때 좌석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 A구역, B구역, C구역, 비상구 열로만 배정해 그 구역에 맞는 자리에만 앉으면 되는 시스템이 특이하다. 그 때문인지 5천원을 추가하면 다른 승객보다 먼저 탈 수 있는 우선탑승제도가 있다. 5천원으로 창가 혹은 통로 등 특별히 원하는 좌석을 선점할 수 있는 것. 비상구열은 앞좌석과의 간격이 넓어 여유롭다. 대신 비상구에 앉는다면 언제든지 승객들을 도울 마음의 준비를 해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