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개통은 부동산시장에서 대형 호재로 작용한다. 역 주변 집값은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들썩이게 마련이다. 인근 상가도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상권 활성화 기대감에 몸값이 오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용인 죽전지구와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 얘기다.
용인 죽전동 호박공인(031-897-1000) 이영미 실장은 “시장이 정상적 상황이라면 조그마한 호재에도 집값이 들썩이겠지만 지금은 워낙 시장이 침체하다 보니 지하철 개통이라는 대형 재료에도 아파트값이 꿈쩍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분당선 연장구간인 죽전역이 이달 24일 개통된다. 용인 수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마침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지역 아파트값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매수세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하철 역 개통도 침체기를 맞고 있는 용인 지역 아파트 시장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입주 3년을 넘긴 일부 단지에서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채운 아파트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죽전지구 등 주변 아파트 매매시장 찬바람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죽전역 개통으로 죽전·보정동의 가장 큰 문제인 교통환경 개선에 힘이 실리면서 죽전지구 일대 아파트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죽전지구에는 분당선 오리역과 보정역이 있었지만 모두 마을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지하철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죽전역 개통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서 죽전지구까지 45분이면 갈 수 있는 등 교통 여건이 크게 나아지는 데도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는 다소 한산한 편이다.
죽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죽전동 동성아파트 109㎡형은 4억2000만~4억3000만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가량 호가가 내렸다. 올 초에 비해서는 최고 7000만원 정도 빠졌다. 죽전역세권 단지인 죽전동 길훈아파트 79㎡형의 경우 지난해 말에는 3억3000만원 호가했지만 지금은 2억9000만원에 나온 매물도 잘 빠지지 않는다. 죽전동 호박공인 이영미 실장은 “죽전역 개통이라는 대형 호재도 담보대출 규제와 각종 세금 부담 등으로 침체한 시장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죽전지구 내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죽전 꽃메마을 현대홈타운4차 3단지 109㎡형은 4억7000만~4억8000만원 선으로 3개월 전 시세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에 5억7000만원을 호가했다. 새터마을 현대홈타운3차 1단지 165㎡형은 한 달 전보다 호가가 3000만원 빠진 매물이 나왔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죽전동 부동산나라공인(031-897-8888) 손병찬 사장은 “지난 9월 단국대 이전으로 죽전지구 일대 아파트값이 꿈틀거렸으나 지금은 지역 주민들의 염원인 죽전역이 개통되는 데도 가격 움직임은 둔하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매물이 조금씩 나오면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입주 3년을 채운 죽전지구 현대홈타운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은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이달 말이면 입주 3년이 되는 건영캐스빌 135㎡형은 7억5000만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호가가 2000만원 가량 빠졌다. 인근 한 중인중개사는 “입주 3년 된 아파트를 팔고 동탄 신도시 등 주변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도 많아 아파트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분간 아파트값 약세 이어질 듯”
차량으로 5분 정도면 죽전역에 닿는 인근 수지구 동천동과 성복동에서도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찬바람이 여전하다. 동천동 금풍공인 관계자는 “마을버스를 타면 금세 죽전역에 도착해 분당이나 서울로의 출ㆍ퇴근이 한결 편리해지는 데도 매수세도 없고 가격도 약세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대출규제 압박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이 포진한 용인 죽전이나 동천동 등 수지지역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예전 같지 않다”며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까지 더해짐에 따라 당분간 용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죽전지구 상가시장도 썰렁
죽전역 인근 상가시장도 썰렁하기만 하다. 죽전역 개통으로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상권 형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현지 중개업계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죽전지구 중심상업지구내 상가 1층 점포는 가격 움직임이 전혀 없다.
죽전지구내 상가건물 전용 49㎡짜리 1층 점포는 3억~4억원으로 두 달 전 시세 그대로이다. 상가 2,3층 점포 중에는 올해 초보다 호가가 내린 곳도 적지 않다. 중심상업지구 대로변에 있는 2층 점포의 경우 3.3㎡당 매매 호가가 700만~800만원대로 올 초보다 ㎡당 50만원 가량 하락했다.
죽전동 M공인 관계자는 “지난 9월 단국대 개교를 앞두고 반짝 상승 장세를 보였으나 이내 잠잠해졌다”며 “단국대 등 인구 유입효과가 비교적 큰 편의시설이 잇따라 들어서고 죽전역 개통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데도 매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