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경기의 전략 – 펠로톤
펠러톤 peloton 은 프랑스에서 나온 말로 집단, 그룹, 무리라는 뜻으로 사이클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무리를 말한다.
사이클 경기에는 선수들이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달린다.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무지개빛의 아름다운 물결을 이룬다.
선수들이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가는 것은 혼자서 갈 때보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톤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서로 다른 선수들의 바퀴 뒤에 바짝 붙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린다.
경기 중에 펠러톤은 나눠진다. 보통 선두 그룹과 추격그룹으로 나눠진다. TV 중계를 보면 선수들의 그룹이 표시가 되는데 추격그룹도 추격 1그룹, 추격 2그룹 식으로 나뉜다. 선두그룹과 추격 그룹 간의 시차도 표시가 된다.
힘든 산악구간에서는 선수 그룹 사이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30~40분씩 격차가 나는 경우도 있다.
뒤쳐진 선수들 또는 낙오자에 가까운 선수 그릅을 이탈리아어로 그루페토 gruppetto 라고 한다.
프랑스어로는 버스 또는 노선버스라는 뜻의 오토뷔스 autobus라고 한다.
그루페토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그룹이라는 뜻이다. 겨우 시간 제한에 맞춰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다. 메인 그룹이 아닌 선수들로 선두 선수들보다 뒤에 쳐진 선수들의 작은 그룹이다. 이 선수들은 시간 제한에 걸려서 경기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경기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중에 중요한 선수가 자전거가 고장이 나거나 넘어지면 팀동료는 재빨리 그에게 가서 그가 다시 펠로톤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이클 경기 중계를 보면 마치 아나운서나 해설자들이 펠로톤이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펠로톤이 관심이 없다거나 펠로톤이 추격하기로 결정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 펠로톤에는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리더가 있다. 이 선수는 가장 강하고 인정을 받는 선수다. 이런 펠로톤의 리더를 패트롱(patron, 불어 )이라고 한다. 이 말은 프랑스어로 주인, 보스, 보호자라는 뜻이다. 이 패트롱은 선수들이 자신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고 협력을 요구한다. 이 패트롱은 펠로톤이 앞서 가는 선수를 추격할지 아니면 반응하지 않을지 등을 결정한다. 언제 펠로톤이 행동을 개시할 지도 결정한다.
펠로톤에서 일어나는 일들
펠러톤의 선수는 투르 드 프랑스 같은 국제 대회는 200여명에 이른다. 선수들은 서로 다른 선수의 바퀴에 바짝 붙어서 몇 시간씩 엄청난 속도로 달린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과 함께 달리려면 대단한 기술가 용기가 필요하다. 아주 민첩해야 한다.
선수들이 함께 달리면 항상 펠로톤 안에는 사고의 위험이 있다. 실제로 펠로톤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아주 많이 일어난다. 앞뒤와 옆에도 항상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다. 잠깐 방심하면 땅바닥에 뒹글게 된다. 갑자기 방향을 바꿀 때,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미끄러졌을 때 자전거가 고장이 났을 때 한 선수가 넘어지면 뒤따르던 선수들이 한꺼번에 도미노처럼 나뒹군다. 펠로톤에서는 대규모 충돌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선수들은 쇄골이 부러지기도 하고 어깨나 손목 부상을 입기도 한다. 심하면 병원으로 실려가고 경기를 그만둬야 한다. 바닥에 쓸려서 상처를 입는 로드래시나 팔꿈치나 무릎이 까지고 부상은 사이클 선수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경기를 한다. 옆에 누가 있는 지 보고 경험이 없는 선수나 부주의한 선수가 있다면 이런 선수들 곁에서는 달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팀 리더들은 충돌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다른 선수들 앞에서 달린다. 특히 비오는 날은 팀 리더를 앞에 내세운다. 그리고 리더를 돕는 역할을 하는 도메스티크들이 팀 리더를 둘러싸고 간다. 그러나 사고는 예기기 않게 발생하고 우승후보들이나 뛰어난 선수들도 사고를 피할 수는 없다. 경기 중에 사고를 당해 경기를 그만 두는 일은 아주 흔하다.
펠로톤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선수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TV 중계에서 해설자들이 펠로톤이 민감해져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펠로톤에서 선수들은 서로 잡담을 하고 말싸움을 하기도 한다. 서로 비키라고 소리치고 욕을 하기도 한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치는 일은 많다.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 서로 무시하고 냉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이것이 사이클 스포츠의 불문율이다.
펠로톤에서 가장 특별한 상황은 바로 마지막에 선수 그룹이 집단으로 스프린트를 하는 경우다. 스프린트는 짧은 거리를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말한다. 주로 결승선을 앞두고 이런 스프린트를 펼친다. 이때가 펠로톤에서 가장 위험한 때다. 이런 스프린트에 나서는 선수는 주로 스프린터들이다. 스프린터는 짧은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선수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마지막 결승선이 가까워지고 스프린터들이 속력을 내기 시작하면 다른 선수들은 이들에게 길을 내주고 비켜선다. 종종 팀의 리더도 뒤로 물러 나기도 한다.
홍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