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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파랑의 역사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저자 미셸 파스투로
"파란색이 선호되기 시작한 것은 (색에 대한 선호도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온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2세기에 청색은 신학적으로 중요시되었고 예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상승했으며, 13세기에는 염색업자들이 아름다운 청색 염료를 만들어 냄으로써 청색의 인기 상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14세기 중반부터는 문장학적으로 중요한 색깔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2세기 후인 16세기에는 종교 개혁에 발맞춰 도덕적 차원에서 경건한 색이 되었다. 그러나 청색이 결정적으로 승리한 것은 18세기에 들어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오래전부터 알려졌으나 사용하는 데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던 천연 염료인 인디고를 폭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합성 안료의 제조 방법이 발견되어 염색에서와 마찬가지로 회화분야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색조, 감청색 (프랑스어로는 'Bleu de Prusse 영어로는 'Prussian Blue'라고 하는데, 군청색 중에서 가장 청색기가 강한 것을 말한다. -옮긴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형성된
색의 상징 체계에서 진보의 색, 빛의 색, 꿈과 자유의 색으로 인식되어 선두를 차지하면서 청색의 위치가 확고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까지 낭만주의의 영향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의 혁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197~200쪽
출판사 서평
성모 마리아의 베일에서 리바이스 청바지까지
수천 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펼쳐지는 파랑의 모험
“파랑, 이 단어는 환상적이며 매력적이고,
안정을 가져다주며 우리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
―미셸 파스투로
고대인들에게 파랑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로마인에게는 미개인의 색으로, 즉 불쾌하고 대수롭지 않은 색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오늘날 파랑은 모든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손꼽힌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색의 가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파랑의 역사』는 이러한 반전에 역점을 뒀다. 먼저 고대와 중세 초기 사회에서 나타났던 파랑에 대한 무관심을 살펴보겠다. 그리고 중세 이후부터 푸른 색조가 모든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늘어나더니 마침내 가치 절상을 이루는 과정을, 특히 의복과 일상생활에 중점을 두고 알아보겠다. 또 낭만주의 시대까지 나타난 파랑에 얽힌 다양한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난 파랑의 승리에 주목해 이 색채의 쓰임과 의미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한다.
―본문에서
파랑은 오늘날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색이다. 우리는 이렇듯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는 ‘파랑 선호’ 경향을 두고, 적어도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현상이 싹트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수천 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를 두고 보았을 때,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이 두 가지 질문은 사회, 종교, 예술 및 거의 모든 분야에 속한 다각적인 문제들과 맞닿는다.
중세 문장학과 서양 상징사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다년간의 연구와 다종다양한 참고 자료를 두루 검토한 끝에, 서구에서 색은 역사적으로 ‘세 차례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상정한다.
첫 번째 전환점은 선사 시대부터 유지되어 오던 하양, 빨강, 검정의 3색 체제가 소멸하고 하양,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6색 체제가 성립된 중세 봉건 시대의 개막이다. 고대까지만 해도 파랑은 ‘보이지 않는 색’으로서 달리 각광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특히 로마인에게는 ‘야만인의 색’, ‘죽음의 색’으로까지 여겨지며 금기시되었다. 따라서 로마인은 파란색을 가리키는 적확한 단어조차 만들어 내지 않았으며, 미술과 의상, 일상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파랑을 좀체 사용하지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 후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중세가 시작되면서 파랑은 뜻밖의 운명을 맞이한다. 바야흐로 유럽의 패권을 쥔 게르만족, 켈트족 등 새로운 왕국의 주인들은 고대 로마에서 숭앙받던 붉은색 못지않게 파란색을 애용하였으며, 심지어 성모 마리아와 제왕을 의미하는 색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괄목할 만한 수준의 가치 절상을 이루게 된다.
이어서 두 번째 시기는 인쇄술의 보급과 종교 개혁을 통해서 하양과 검정을 지탱해 오던 절대적 가치관에 균열이 생긴 중세 말기에서 근세 초엽이다. 이때 파랑은 종교 개혁 등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색들이 그러했듯) 다양한 도전을 받는다. 종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격심한 변화가 빚어지던 와중에도 파랑은 경건함과 검소함을 의미하는 검은색과 유사한 색조로 인정받으며 관대한 대우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전환점은 뉴턴이 스펙트럼 방식을 통해 색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획기적인 과학 발전에 힘입어 염색과 안료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산업 혁명 시기다. 더불어 이때 유럽에서는 낭만주의라는 문예 사조가 득세하며 감수성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파랑은 야만인의 색도, 교회나 궁정의 전유물도 아닌 국민 국가와 시민, ‘베르테르’와 ‘푸른 꽃’의 색채로 발돋움한다. 게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파랑은 ‘블루스’와 ‘청바지’, 젊음과 자유를 의미하는 색채가 되었으며, 국제 연합(UN)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색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파랑의 역사』는 고대엔 거의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던, 심지어 (오늘날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물과 천공의 색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던 ‘못난’ 파랑이 어떻게 현대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색으로 거듭났는지를 통사적(通史的)으로 살피면서, 파란색이 표현하는 감성과 의미를 통찰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앞으로 파랑이 인류에게 어떠한 의미로 남고 또 변화할지를 조망하며, 색채의 미래와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일러 준다.
파랑의 놀라운 변천을 통해 들여다보는 색채의 은밀하고도 위대한 역사,
“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일반적 경향이나 분석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복잡한 문화 구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색은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제기한다. 아마도 이 때문에 색에 관한 연구서가 드물고, 또 역사적 관점에서 신중하고 타당성 있는 연구를 하려는 이들은 더욱 드문 듯싶다. 오히려 대다수 작가들은 소위 색에 관한 보편적이거나 근원적인 진실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역사가로서 볼 때 그러한 진실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색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현상이다. 문화를 초월한 색의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들은 제대로 숙고하지 않은 신경생리학적 지식이나 더 심한 경우에는 값싸고 난해한 심리학까지 내세워 가며 이러한 논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불행히도 이런 책들이 색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문헌 목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본문에서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색의 역사’가 미술뿐 아니라 의복, 일상생활, 행정 법규와 과학자의 연구, 종교인의 교리 해석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빈틈없이 얽혀 있음을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간파했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색채 연구는 개인적이거나 특정한 시대적 감성에 고착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는 (모든 현대인이 사랑하는) ‘파랑의 변천’을 연구하기에 앞서 ‘색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만 했는데, 『파랑의 역사』는 바로 그 결실이다. 이 책은 기존 연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하나의 색이 ‘인간 의식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통시적으로 꼼꼼하게 추적했다.
지난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파랑은 몇 차례의 극적 반전을 이루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가장 비천한 색이었던 파랑이 만인의 사랑을 받기까지 일부 역사적 사건, 이를테면 로마 제국의 멸망, 중세의 개막, 종교 개혁이나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결정적 요인이 단지 기계적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색의 역사’는 그러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동시에 넘어선다. 파랑, 즉 색채는 당대의 가치관, 종교적 견해, 대중의 기호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과학 기술의 진보, 사회 경제적 구조의 변혁, 새로운 문예 사조의 출현 등과도 밀접히 관계된다. 그래서 신대륙 발견 혹은 역사상 중요한 전쟁, 개혁, 혁명을 살필 때에도 색의 존재와 역할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한마디야말로 ‘색’과 ‘인류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가장 구체적이면서 결정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색은 사회 현상이자 무엇보다도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파랑의 역사』는 파란색을 통해 고대로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인류의 문명사를 훑어본 책이며, 아울러 현대의 문화적 경험 속에서 마주치는 색채의 의미와 가치 체계 중 무엇이 반복되고 변천되었는지를 살펴본 책이기도 하다.
목차
들어가는 말: 색과 역사가
1 보이지 않는 색
2 새로운 색
3 경건한 색
4 가장 사랑받는 색
맺음말: 오늘날의 파랑, 중립적인 색?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https://naver.me/G3tDRYo6
인디고
1. 식물
콩과의 식물로 학명은 인디고페라 틴토리아(Indigofera tinctoria). 주로 인도에서 생산되었지만, 아프리카나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되어 원산지인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한자식 명칭은 낭아초로, 꽃이 피어날 때의 꽃차례가 마치 늑대 송곳니를 연상시키는 모양이어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꽃말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꽃'.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경작을 시작하면서 본서식지가 어디인지 불분명해졌다. 오늘날 많은 염료들이 합성 염료이지만, 자연 염료 (즉 틴토리아)는 아직도 시장에서 자연 색깔로 팔린다.
2. 남색, 남색 물감
청바지의 색깔인 남색. 흔히 쪽빛이라고 하는 색깔. 색깔 자체의 이름이자 염료의 이름이고 또한 염료 원료가 되는 식물의 이름. 인도에서 자라는 인디고 식물에서 추출하며 가장 일찍부터 천을 염색하는 데 쓴 오래된 물감이다.
고대로부터 인도의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근대에는 독일의 바스프에서 인공으로 인디고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최초의 합성물감으로 독일의 유기 화학공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발명자 바이어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합성 인디고의 발명과 상용화로 인해 값비싼 색에 속했던 청색은 흔한 색의 염료들처럼 싼 값에 여기저기서 쓸 수 있는 색깔이 되었다.[1] 이 여파로 영국령 인도 제국의 인디고 사업이 망하면서 영국의 식민지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주었다.
인디고 분자에서 수소 2개가 브로민으로 치환되면 고대 로마에서 황제의 전유물이었던 보라색 염료인 티리언 퍼플이 된다.
디자인 입시미술에서 많이 쓰이는 3인방인 오페라색, 인디고, 세피아 중 하나다. 이름만 인디고지 인디고 성분이 안 들어간 제품도 있으니 주의. 신한 인디고는 성분표에 PB66 즉 합성 인디고가 들어가 있으나 알파 인디고나 일본의 홀베인 인디고에는 안 들어가 있다.[2]
영어에서 Indigo라고 하면 인디고 염료의 색상인 진한 파란색 외에도 '인디고 플라워'라고 불리는 밥티시아 꽃의 보라색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