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부진
‘창천이사 황천당립’ 소설 삼국지의 서장은 푸른 하늘은 죽고 누런 하늘이 들어선다는 이 구절과 함께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한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상황은 삼국지의 배경이었던 한나라 말기와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오랜 시간 모바일게임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게 매출 1위 자리를 내어주었으며 8월 26일 출시한 신작인 블레이드앤소울2 또한 초반 흥행 성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유저들의 떠난 민심 때문으로 판단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 상황이 한나라 말기와 유사하다고 한 이유는 황건적의 난과 엔씨소프트의 부진이 모두 민심을 잃으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순위 1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의 과금정책 혹은 운영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었으며 특히 최근에는 엔씨소프트 본사로 유저들이 불만을 담은 트럭을 보내는 등 민심이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 자주 확인되었다. 특히 현재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딘과 엔씨소프트의 게임 사이에 과금모델 차이가 크지 않으며 블소2의 사전예약자가 700만명을 넘었음에도 블소2의 다운로드 수가 크지 않다는 것 또한 최근 엔씨소프트의 부진은 유저들의 떠나간 민심 때문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블소2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엔씨소프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많이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이것만으로 블소2가 이 정도의 부진을 기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게임으로서의 블소2 문제 또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PC 블소는 정교한 컨트롤을 통한 플레이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 블소2는 모바일이다 보니 자동사냥이 주를 이루어 기존 블소 IP의 장점이 부각되지 못했다.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게임의 시스템이 모두 리니지M의 그것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 또한 이용자들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리니지M과 동일하다 보니 블소2만의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리니지M에 무협을 입혀놓은 게임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엔씨소프트의 성공 공식’과 관련된 아이러니
2017년 리니지M의 성공 이후 리니지2M까지 엔씨소프트식 성공 공식으로 엔씨소프트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았으며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 전반에 엔씨소프트식 게임 디자인 및 과금 모델을 유사하게 활용한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디자인을 처음 만들어낸 엔씨소프트에 대한 유저들의 민심이 악화되며 이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유저들에게 환영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블소2를 통해 극명하게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음 작품 또한 기존의 공식을 답습한다면 유저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 시점에서 엔씨소프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떠나간 유저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의 성공 공식이었던 과금 모델 및 인터페이스 등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유저들의 이러한 요구가 모바일게임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며 ‘착한 과금’으로의 과금모델 변환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투자의견 중립으로 하향
블소2를 포함, 향후 출시될 신작들에 대한 실적 추정치를 하향하며 이를 반영해엔씨소프트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한다. 블레이드앤소울2의 초기 6개월 평균 일매출액은 22억원에서 4.4억원으로 하향, 리니지W 또한 기존 25억원에서 12.5억원으로 하향하며 아이온2에 대한 실적 추정치 역시 기존 2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한다. 최종적으로 2022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6조원에서 1.0조원으로 38.9% 하향한다.
한투 정호윤, 안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