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에 조국을 대표해 단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킨 나라는 네 나라 뿐이라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벨리즈와 리히텐슈타인, 나우루, 소말리아다.
외롭다고 느낄까? 자부심이 남다르지 않을까? 당연히 기수로 올림픽 개회식 스포트라이트를 혼자 차지해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만큼 부담이 어깨 위에 앉을 수도 있겠다.
스프린터 숀 길(31)은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벨리즈 대표다. 인구 50만명이 되지 않는다. 센 강을 오가는 보트 위에서 퍼붓는 비를 비웃듯 열심히 국기를 휘저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돼 그는 선수촌에서 서명을 받으려고 다른 나라 선수들이 줄을 섰다. "보안 상세 규정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한 친구와 농을 주고받았다.”
조국의 희망을 곧추세워야 한다는 부담을 그는 인정했다. 육상 남자 100m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시차 적응이 안돼 바라는 만큼 빨리 뛰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성적이 신통찮으면 난 ‘이봐, 여러분 모두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소말리아 육상 대표 알리 이도우 하산(26)은 길이 해보지 못한 일을 해내고만 싶었다. 스타드 드 프랑스의 메달 시상대에 올라보겠다는 것이었다. 7일 남자 800m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준결선에 진출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으면, 동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올림픽 메달의 꿈은 10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런데 약소국 가운데 몇몇은 국가 다양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보편성 규칙으로부터 이득을 본다.
하산은 "아주 행복하지만” 반면에 "혼자일 때 아주 슬픈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선수들과 친해졌다. 선수촌에 머무르는 경험은 예상했던 것보다 한결 덜 외롭게 느끼게 만든다고 선수들은 동의했다.
리히텐슈타인을 혼자서 대표하는 마운틴 바이크 선수 로마노 푼트너(20)는 영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가 핀으로 고정시키는 뱃지를 교환하자고 찾아다녀 유명해졌다. 유럽에서는 리히텐슈타인 같은 작은 나라의 뱃지가 희소하다는 점 때문에 국제 대회를 순회하는 선수들이 수집해 덤을 붙여 거래하곤 한다. 푼트너도 잘 알고 있었는데 머리 같은 대스타가 뱃지를 교환하자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
리히텐슈타인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낀 작은 공국이다. 인구는 3만 8000명정도다. 수준급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온나라가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보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푼트너는 "내겐 도움이 됐다"면서 “내 주변에는 골라 쓸 수 있는 팀이 늘어서 있었다. 난 함께 할 사람, 그렇지 않을 사람을 고르기만 하면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주 올림픽 데뷔전에서 그는 2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즐길 수 있었다. 자신을 응원하려고 달려온 총리를 비롯한 20~30명의 동포들 성원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지나친 응원 열기는 선수들이 조국에 안기고 싶어하는 것에 집중하는 일을 방해할 수가 있다. 푼트너는 “리히텐슈타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놓아다. 길 역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고, 인스타그램이 먹통이 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편안치 않다고 느낀 순간 전화 전원을 꺼버려야 했다. 감사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 아주 빨리 배워야 했다고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이 받은 전폭적인 응원에도 외로운 경쟁자들은 여러 측면에서 운이 자기 편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윈자 카키우에아는 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 대표로 남자 100m 레이스에 참여했다. 세계 최소국 가운데 하나이며 해외 원조에 심하게 의지하는 나라다.
그는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나라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인구 1만 1000명 뿐이며, 온전한 트랙이 있을 리 없는 나라다. 파리올림픽이 오는 11일 막을 내리면 관심은 다른 것으로 옮겨지고, 이들 선수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영위하는 삶과 아주 다른 삶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길은 선수로서 은퇴를 택해 엔지니어로서 미래 경력을 가꾸는 한편 벨리즈의 젊은 세대 달림이 육성에 매달릴 작정이다. 푼트너는 크로스컨트리 사이클에 이상적인 리히텐슈타인 산악지대 샨(Schaan) 자택에 돌아갈 계획이다. “내겐 큰 마을로 느껴진다”고 했다. 하산은 언젠가 고향 모가디슈에 돌아가 살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에티오피아 훈련지로 돌아갈 것이다.
남자 800m 경기 전날, 하산은 소말리아의 안보 상황이 나아져 다음 올림픽에는 더 많은 선수단을 파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구 1700만명이었는데 수십년 내전 때문에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젠가는 더 많은 선수가 있을 것이다. 10명이든 100명이든 여기(올림픽에)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