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만의 도시라니. 부모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문화에서 아이들이 먹거리부터 시작해서 광장의 청소까지 심지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돌게 하며 전차까지 스스로 운행하는 도시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결코 상상만으로는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학교에서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목표라고 초중등교육법에 제시되어 있다. 민주 시민이란 자발적 책임아래 스스로 권리를 찾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이다. 학생 자치회를 조직하고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여기에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꾸려 학교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기획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에게도 『아이들만의 도시』처럼 어른들이 모두 일시에 사라져 보는 것은 어떤지 발칙한 상상을 해 본다.
교사들이 사라져 버린 학생들만의 학교에서 학교를 꾸려 나갈 모습을 그려본다. 누군가는 회장의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고 당장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취사와 배식, 정리까지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그뿐인가. 정상적으로 학교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을 학생들이 각자 분담하여 운영해야 한다. 스스로 해 봄으로써 그동안 누려만 왔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만의 학교'를 통해 선생님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알게 되지 않을까.
『아이들만의 도시』를 통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잔소리했던 부모들이 스스로 자녀들을 대하는 양육 태도도 다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함을 느낄 때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결핍이 곧 성장의 동력이 된다. 해달라는 대로 모두 해 준다고 해서 고마워하지 않는다. 나도 세 자녀를 키워보니 정말 그렇더라. 부모가 마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 자녀를 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부모의 개입을 줄인다는 말이다. 걱정이 되더라도 멀찍이서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작은 도시 팀페틸의 부모들처럼 말이다. 우리 부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