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네마테크 부산 사무국입니다.
본관에서는 11월 8일 LARNET(Labor Reporters’Network)에서 제작 발표한 <밥,꽃,양>의 대관상영회를 실시합니다. <밥, 꽃, 양>은 울산인권영화제 사전검열 문제로 영화의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식당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영상보고서입니다. 작품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밥꽃양> 홈페이지(http://lanret.jinbo.net)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일 시: 11월 8일(금), 19:00(1회 상영)
○장 소: 시네마테크 부산
○문 의: 051-731-2908
○예매처: 동보서적, 영광도서(서면), 부산도서(부산대앞), 면학도서(경성대앞)
인터넷 예매 (링크주소 http://larnet.jinbo.net/reserve.html)
○관람료: 예매-7,500원, 현매-1만원
○film report 『밥.꽃.양』(135분/컬러/dvcam/전체관람가)
차 만드는 공장이라는 거대한 폐쇄회로 속의 세기말 3년이 기록되어 있는
『밥·꽃·양』은 22개로 압축된 film report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film report들은 98년 여름부터 2000년 겨울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식당 여성 노동자 144명에게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파고든다.
"밥”을 짓던 그녀들이 어느 순간 투쟁의 "꽃"이었다 희생"양"이 되어,
"밥"먹는 것을 거부하기까지, 3년. 그 잔인한 3년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그녀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하여 집요하게 추적한다.
결국 이 film report들은, 98년 훨씬 이전의 기억들을 불러내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현재진행형의 어떤 사건들에 대하여 불현듯 의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끝내 저마다의 상처와 만나야 하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당신의 기억은 진짜가 맞느냐고 묻는다.
지금까지의 판단 방식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밥.꽃.양』을 보고 와서 잠못이루는 밤
- 이것은 말하게 해 줄 의무에 관한 영화다
노혜경(시인)
.(원문의 앞부분을 줄임)이 영상보고서를 보는 동안 내내, 나는 북받쳐오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아줌마들의 비통한 심정이 내 살과 영혼을 파고들어 놓아주지 않았거니와, 그 비통함의 바닥에는 이 땅에서 여자로, 그것도 가난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일의 잔혹하고 비참한 진실이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아줌마들은 밥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밥은, 가족들을 위해 포플린 앞치마를 어여쁘게 두르고 지어내는 앙증맞은 밥이 아니다. 지름이 일미터가 넘는 압력솥에 삽으로 온몸을 던져 저어가며 국을 끓이고 밥과 반찬을 하고, 전쟁치르듯 배식을 하고,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설겆이를 하며, 틈틈이 교대교대로 식당 뒤켠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들의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엄청난 노동이다.
새벽 한시에도 아줌마들의 노동은 계속된다. 야식 시간, 공장 전역에서 흡사 달리기 경주라도 하듯 있는 힘껏 뛰어 노동자들이 식당으로 몰려드는 광경은 기이하고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한 여성은, 그러한 고통스런 노동 끝에 집으로 돌아가 다시 남편의 성적 요구에 시달리는 현실을 털어놓으며 울먹인다. 여자이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그녀의 아픈 눈물 사이로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세상의 잔혹한 남자들을 향한 날선 분노가 심장을 휘젓고 사라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견딘다.
이 보고서의 전편에 녹아흐르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감지되는 끝없는 여성에 대한 멸시와 조소, 차별들. 말하고 있는 여성의 마이크를 뺏아서 자기 말을 늘어놓는 노조 간부, 식당아줌마 대표가 발언한 동안 비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노조위원장과 노조집행부들, 그녀가 연설하는 동안 끊임없이 일어나던 소란스런 잡음들, 아무도 진실로 귀기울이지 않았고, 아무도 진실로 그녀들을 염려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낮고 낮은 여성들이었기에.
영화의 시작부분을 오래 점유하는 그녀가 남편이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이혼감이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할 때 나는 그녀와 함게 울었고 그러한 그녀가 그래도 내 직장이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겠노라 다짐할 때,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가만히 안았다 형님요,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요!!!
또 하나의 아픈 장면이 그 위에 오버랩된다. 소위 가족동반 투쟁이라는 새로운 투쟁의 한복판, 시장통에 나가 벗겨버리는 채소들까지 얻어다가 삼시세때 밥을 해댄 아줌마들의 모습. 남자노동자들의 아내와 자식들이 지치지 말고 투쟁에 동참하라고, 몸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만들어 먹이던 그녀들의 모성은 투쟁의 놀라운 성공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일등공신이지만, 그녀들이 한 일은 겨우 밥하는 일이었기에 단지 거름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영상보고서의 제목은 <밥.꽃.양>이다. 밥하는 아줌마들이기에 천대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공신들, 투쟁이 낳은 꽃들, 그러나 마침내 희생의 제물로 바쳐진 무죄한 양이 된 그녀들.
이영화는 반드시 상영되어야만 하며, 우리는 모두 이 영화를 보아야만 한다.
우리가 모르고 저지르는 수많은 죄악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그러니, 저 갈라지고 쉬어 터진 목소리들을 듣는 것은
그들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인간됨을 위한 가장 시급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