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경주를 자주 찾는다
이틀 전 건강검진을 하면서 대장내시경을 하였는데 발견된 용종을 제거하면서 출혈이 있었고
지혈은 되었지만 등산같은 무리한 운동은 무려 2주간이나 절대 하지말라는 의사의 엄명이 있었다
부득불 예약된 문경/괴산의 청화산과 조항산 산행은 부랴부랴 취소를 했지만
등산하기 좋은 5월 토요일을 그냥 보낼수는 없어 만류하는 집사람에게는 경주 유적지 답사를 한다고 하고서는
동네 뒷산 정도의 산행지인 경주 아기봉산을 찾는다
아기봉산은 높이는 낮지만 정상에는 아암(兒巖)이라는 집채만 한 바위가 서로 엉켜있는 것이
설악산의 한 부분을 보는듯 그 규모가 대단하다는 산이다
의사의 당부도 있은지라 완만한 산길을 숨가쁘지 않게 천천히 걸으면서
이곳저곳 바위 절경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였지만
3km 거리에 1시간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경주터미널에서 산행 초입지인 외동읍 입실로 가는 버스는 600번대의 버스 여러 대가 있지만
막 출발하는 605번 좌석버스를 타고 가니 45분이 걸려 입실리 삼아아파트 정류장에 닿는다
입실교를 건너 왼쪽으로 수곡사를 찾아간다
육교를 건너고
육교위에 서니 바로 코앞에 아기봉산이 유순한 자세로 엎드려 기다리고 있고
정상의 아암(兒巖)도 자태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갈림길에서는 왼쪽 수곡사로 먼저 갔다가 건국사 쪽으로 하산을 할 것이다
수곡사(水谷寺)는 1945년 해방후 귀국선을 타고 오다가 태풍으로 바다에 배가 침몰하며 사망한
징용자 168명의 위패를 일본의 절에서 1987년 이곳 수곡사로 모셔와
지금까지 격년제로 위령제를 지내고 있어
지금은 대한민국 조난자를 위한 기도처로 이름이 나 있다고 한다
부산 영도 태종대에 가면 구명사(求命寺)라는 조그만 절이 있는데
그 구명사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명복을 비는 절로 유명하다
수곡사(水谷寺)
넓지도 좁지도 않은 아담한 규모에 있을만한 전각은 두루 갖추고 있는 알찬 절집이다
범종루(梵鐘樓)
보타실(寶陀室)
본전인 극락보전 옆에는 약사전(藥師殿)이 있고
뒷쪽에는 삼성각(三聖閣)과 용왕각(龍王閣)이 자리하고 있다
관음보살상(觀音菩薩像)과 구층석탑(九層石塔)
극락보전(極樂寶殿)
절 입구 왼쪽에 등산안내도와 함께 산길이 시작된다
아기봉산은 흙산이지만 등산로 주변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들이 눈을 심심하지않게 하고 있다
능선삼거리
운동기구가 있는 삼거리
바위가 아래 위로 둘로 쪼개진듯 얹혀 있다
석종형 사리탑을 닮은 바위
건국사 갈림길
건국사 갈림길에서 왼쪽 좁은 산길로 2~3분여 가면 나오는 바위군(群)
달마대사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의 바위
아기봉산(兒奇峰山) 정상
아기봉산의 전설을 보면
임신한 선녀가 천상에서 쫓겨나 아기봉의 석굴에서 몸을 풀었는데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삼칠일(21일)이 되면서 말을 하고 바위를 메고 산봉우리를 뛰어올랐으며
아기장수의 소문은 서라벌에 금방 퍼져 궁궐의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임금님은 아이가 커서 자신의 자리를 탐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군사를 보내 아이를 죽여 포대기에 싸서 밧줄로 꽁꽁 묶었다고 한다
현재 아암(兒巖)에는 그 전설을 입증이라도 하듯한 바위 형상들이 남아있다
아기봉산은 풍수가들의 영지로도 추앙을 받는 곳인 모양이다
정상의 이정표 뒷 바위를 로프를 잡고 오른다
거대한 성벽을 쌓아놓은 것처럼 이리저리 엉켜있는 바위들 사이로 .....
너른 석굴이 나온다
이 석굴들은 선녀가 살았던 곳일까
하지만, 비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바람과 추위는 어림이 없는데.....
길이 1m, 폭 50cm의 바위에는 한쪽에 2줄의 홈이 파여 있는데
전설속의 아기장수가 두 개의 밧줄을 이용하여 바위를 직접 멘 자국이라고 한다
전망바위 위에 서면 외동읍 들판 뒤로 길다란 산맥이 늘어져 있는데
삼태지맥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에서 시계방향으로
봉서산, 삼태봉, 무룡산, 묵장산, 마석산, 동대봉산, 토함산 등이 펼쳐져 보인다고 하지만
(그러고 보니 저 산들 중 묵장산만 올라보지 못했는데
묵장산도 2015년 2월에 같은 능선인 치술령과 국수봉만 오르고 내려왔었으니
다음 경주 산행지는 묵장산으로 정해졌다~)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구분하기는 힘들다
돌대야바위
선녀가 아기를 낳아 이 바위 위에서 아기를 씻겼다는 곳인데 윗쪽에 움푹 패인 흔적이 있다
아암(兒巖)
아기바위
아기장수가 죽임을 당한 뒤 포대기에 쌓인 채 꽁꽁 묶였다는 흔적이다
다른 방향에서 보이는 아암(兒巖)
뒷쪽의 커다란 바위 아래에는, 의자와 평상이 보이는 것이 사람이 기거한 흔적이 내려다 보인다
밧줄을 타고서야 오르내릴 수 있는 장소인데 여기가 선녀가 아기와 함께 살았던 곳이 아닐까
앞쪽에 전망대 트이고 비바람과 추위도 온전히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온전한 모습의 아암(兒巖)
산 아래로 보이는 냉천터널과 주변의 산업단지 공장들
하산은 건국사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하산 도중에 농막같은 건물이 보였는데 그곳이 석봉암 절집이었나보다
'승가종'은 대중불교와 생활불교, 출가자들이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승려노후복지시스템을 기치로 내걸고 창단된 종단이라고 한다
건국사 경내로 내려선다
건국사 / 조그만 규모의 절집이다
건국사 극락보전
건국사에서 내려가는 길은 요사채 앞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 밖에 없었는데
조금 내려가니 이런 멋지고 규모가 꽤 큰 돌계단이 나온다
절에서 막아둔 것을 보니 돌계단이 오래되고 낡아서 통행을 금지하고 있는 모양인데
절의 규모에 비해 돌계단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래쪽에 있는 주차장의 규모나 이 돌계단을 보면
처음에는 큰 규모의 불사(佛事)를 계획하였지만
절 터 자체가 좁아 절의 규모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지 넓다란 규모의 건국사 주차장
동해선 철로 옆을 따라 내려간다
철로변에 무리지어 핀 금계국
조금 내려가면 오른쪽에 산행 시작지인 수곡사가 보이고
동천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버스에서 내렸던 입실 삼아아파트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오후 일정은 인근의 영지와 괘릉(원성왕릉) 답사다
첫댓글 그참, 어찌 몰랐었꼬?
나는 그 시간 쯤, 첨성대 시찰을 나온 선덕여왕을 알현하고 있었는데...
마침 행사하는 날이라서 운이 좋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