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발원지인 중국과 자동차 부품 생산 집결지인 대구ㆍ경북에서 급속도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며 공급망 위기에 처한데다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며 판매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 베이징모터쇼와 유럽 제네바모터쇼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취소되며 마케팅과 신차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일 현대ㆍ기아ㆍ한국지엠ㆍ쌍용ㆍ르노삼성자동차 등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월 판매대수(완성차 기준ㆍCKD 제외)는 50만5천212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1.0% 감소했다.
중국산 전선 부품인 `와이어링하네스` 수급문제로 2월 국내 완성차 공장이 가동중단 사태를 겪으며 내수 판매가 큰 폭으로 줄었다.
5개 완성차 업체의 내수판매는 21.7% 감소한 8만1천722대, 해외시장 판매는 8.6% 감소한 42만3천490대를 각각 나타냈다. 5개 완성차업체의 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27만5천44대, 기아차는 5.0% 감소한 19만7천656대를 각각 국내외시장에 판매했다.
한국지엠은 14.0% 감소한 2만8천126대, 쌍용차는 24.7% 감소한 7천141대, 르노삼성은 39.8% 감소한 7천57를 각각 2월 국내외시장에 팔았다.
와이어링하네스 부족으로 인한 `셧다운`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현대ㆍ기아차만 12만대로, 현대차가 8만대, 기아차가 4만대 수준이다.
당초 완성차업체들은 중국발 부품대란이 마무리되는대로 야근과 주말근무 등으로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차질에 대처할 계획이었지만 국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지역감염이 발생하며, 국내발 셧다운이 현실화할 상황에 처했다.
GV80과 팰리세이드 등 인기 제품이 생산되는 현대차 울산2공장은 도장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가 확진판정을 받으며 지난 28일 가동 중단 사태를 겪었다. 현대차는 울산2공장을 닫고 방역을 실시했으며, 확진자와 접촉했던 현대차 근로자 20여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라 14일간 자가 격리됐다.
지난달 21일에는 경주 소재 현대차 협력사인 서진산업에서 근무하는 B(41)씨가 신종 코로나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경남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도 지나낟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공장 가동이 2일까지 중단됐다.
업계에 따르면 3월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다 중국 베이징모터쇼와 유럽 제네바모터쇼 등이 잇달아 취소되며 마케팅이 쉽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며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완성차업체들은 언택팅(비대면) 마케팅 강화와 개소세 인하에 더한 강도높은 할인 등으로 이번 위기를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출혈경쟁으로 업계의 위기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개소세 인하에 더해 3월 한 달간 아반떼ㆍ쏘나타ㆍ코나ㆍ싼타페 등 1만 1천대를 2~7% 할인 판매한다.
쌍용차 역시 개소세 감면 혜택에 더해 비대면 고객들에게 차량 가격의 1.5%를 할인해준다. 정부 인하분 3.5%에 1.5%를 더해 개소세 5%를 모두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르노삼성은 SM6 구매자에 대해 무료로 한 단계 상위 트림을 주는 `SM6 프리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에 나섰다.
소비자가 SM6 GDe 모델 LE 트림을 구매한다면 개소세 인하 적용 기준 2738만원이지만 이 가격으로 한 단계 상위 트림인 RE(2968만원)을 구입할 수 있다.
한국지엠은 최대 60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와 `콤보 할부`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부족 상황으로 5개 완성차업계의 국내 공장이 모두 멈춰서고, 자동차 부품 생산지인 대구ㆍ경북이 위기에 처했다"며 "소비심리까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라 위기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 판매, 수출이 모두 위축된 상황이다. 하루 하루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걱정된다"며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는 등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