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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한 고찰
지난 9일 일본의 민간단체인 인구전략회의는 ‘인구비젼2100’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어, 일본이 저출산 대책을 적극 시행하여 76년 후 일본의 인구 8천만 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략회의는 일본의 미래를 위하여 첫째, 출생율을 끌어올려 ‘8천만명 국가’를 유지해야 하고, 둘째, 지금보다 작지만 다양성이 인정되고 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100년에 8천만명,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 30%을 달성하지 못하면, 사회보장이 완전히 파탄나고, 지역 인프라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앞서 2100년 일본의 인구는 6300만명으로 지금보다 절반가량 줄어든다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 일본의 인구는 1억2424만명이고, 고령화율은 29.1%다. 이날 발표된 제언은 중간보고 성격이며 연말에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지 ‘머니’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이를 언급하며 제목을 “한국은 끝났다“로 선정했다. 얼핏 들으면 ‘주제 넘는 걱정하네‘ 라고 넘길 수 있겠으나, 뜯어보면 인구 위기에 관한 한-일간의 큰 격차를 볼 수 있다. 경제지라 경제의 저성장을 들었으나 국가 소멸의 대재앙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충고로도 들린다.
일본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
본인은 이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언론에 오른 저출산에 관한 일본의 현황을 우리와 비교하여 다음의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합계출산율(15~49세의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을 보면, 한국이 0.7명(2023년)인데 비해 일본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37명(2021년)-1,26명(2022년)이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이 수가 2.1은 돼야 한다.
2,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2018년 기준 주택이나 아파트 7채 중 1채가 비어 있어 국가적 위기로 인식될 정도란다. 당연히 주거비가 낮을 것이다.
3, 일본에서는 경쟁을 지양하고 협동하는 교육으로 개혁한 게 오래되었다. 인간의 재능은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개발하려면 시험성적으로 학생들 줄 세우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석차를 빼버렸고, 학교 운동회에서도 상을 참가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눈단다. 그러니. 사교육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4, 일본의 사회 안전망은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그래도 노인 요양원은 개혁 중이고, 국민연금은 최근에 개혁에 성공했단다.
이런 일본에서 저출산고령화문제를 관에게 맏겨만 두지 않고 시민사회가 나서서 협업하고 있다. 일본의 현 인구가 1억2424만 명으로 2100년 8000만명을 유지한다면 36%가 줄어든 64%를 유지하는 셈이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앞으로 밀어닥칠 인구 위기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 0.78명으로 처음 0.7명대에 진입했고, 2023년 0.72명으로 낮아진 데 이어 이제 0.7명 대 밑으로 떨어졌다. 0.7명이라는 수치도 그렇고 하락 속도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한국의 출산율을 두고 Newyork Times 로스 디우섯 칼럼니스트는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평했다.
우선 합계출산율 0.7명이 가져올 결과를 추론해보자. 가임여성 100명이 있다면 이들이 아이를 70명 낳으리라고 예측된다. 태어난 아이 중 여성은 절반인 35명쯤 될 것이다. 이 35명이 다음 세대에 아이를 낳으면, 그 수는 25명이 채 안 된다(35*0.7=24.5). 그런데 여성이 아이를 낳으려면 남성이 필요하다. 즉 애초에 인구는 100명이 아니라 200명이다. 따라서 합계출산율 0.7명이면 불과 2세대 만에 200명이 25명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24.5/200*100=12.25%)
한국의 인구는 이미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 중이다. 통계 청은 한국 인구가 50년 뒤인 2072년에는 70% 수준인 3622만 명으로 쪼그들거라고 본다. 그나마도 합계출산율이 2030년 0.82명, 2050년에 1.08명으로 반등한다는 가정하에서다. 지금처럼 정부가 헛발질이나 하고 있으면 가능할까? 2022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이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과 과제
한국은행은 2023년 11월에 펴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저출산 원인과 과제를 밝혔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근본적 원인은 ‘경쟁과 불안’이다
1. 일자리 경쟁압력
2. 미래에 대한 불안; 고용불안, 주거불안, 양육불안
* 살아남기 위한 6개의 시나리오
아래 6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달성한다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현재보다 0.85가 올라가 1.6명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1. 도시 집중도를 낮추어야
우리나라 도시 인구 집중도(431.9)가 OECD 평균 수준(95.3)으로 낮아진다면, 출산율은 무려 0.41명 올라갈 수 있다.
2. 결혼 없는 출산도 지원해야
혼외 출산 비중(3.9%)이 OECD 평균 수준(42%)으로 올라간다면, 출산율은 0.159명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3. 좋은 일자리가 더 많아져야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율(58.0%)이 OECD 평균수준(66.6%)까지 올라가면 출산율이 0.12명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창출되는데, 근무 여건이 청년 눈높이에 미치지 않는다; 한 예로,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가 1,9배나 된다.
4. 육아휴직 눈치 안 보고 써야해
한국의 육아휴직 실제 이용 기간(10.3주)이 OECD 평균 수준(61.4주)으로 올라간다면, 출산율은 0.096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 가족 관련 정부지출 더 늘려야 해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도록 정부가 지출규모(GDP 대비 1.4%)를 OECD 평균수준(2.2%)으로 늘린다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수 있다.
6. 집값 안정화도 중요하다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104)이 지난 2015년 수준(100)으로 안정된다면 출산율이 0.002명 올라갈 수 있겠다. 국내 집값은 2019년 이후에 급격히 올랐고 그 이전에는 다른 OECD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구 감소에 따르는 영향
한겨레 신문은 2024년 1월13일(토) <전 지구를 휩쓸 인구 위기---‘성장 패러다임 바꿔야’>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미국의 도시 전문가 앨런 말라흐가 쓴 책 ‘축소되는 세계’(김현정 옮김)의 내용을 양선아 기자가 요약한 것인데, 그 내용의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인구 감소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전 지구 국가 중 1/3인 65개 국가에서 인구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고, 50년 후인 2070년쯤이면 전 세계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5~10년 이내에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확실시 되는 나라로는 타이, 타이완, 이탈리아, 레바논, 쿠바 등이 있고, 독일 역시 이민자들이 없다면 인구가 감소할 위기에 처해 있다.
스웨덴은 노사정 대타협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렸고, 1.67명(2021년)
프랑스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장려하여, 1.80명(2021년)
미국은 이민을 받아 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1.70명(2021년)
인구 감소라는 파도가 사회적-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간단히 살펴보면,
1. 인구가 감소하면 고령인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생산가능 인구와 아동 인구가 줄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소비는 위축되고 생산성과 혁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개발과 경제활동을 위한 자본 조달도 어려워진다.
2. 공공 세수는 주는데, 고령층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3. 주택값은 하락하고 주택 수요가 줄면서 빈집이나 버려진 땅이 더 늘어나면서 도시 또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재편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디트로이트에서는 1990년에서 2010년 사이에 7만 채가 넘는 집이 철거로 사라졌다. 산업이 붕괴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만 덩그러니 남아, 도시 전체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또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2018년 기준, 주택이나 아파트 7채 중 1채가 비어 있어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될 정도다.
성장 패러다음을 바꿔야
4.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 간, 도시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려 분배하자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되고, 전체적인 파이가 줄면서 세계 각지에서 민족주의 정권과 신파시즘 정권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교역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중략 -
5.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인구는 물론이고 경제도 모두 ‘성장’을 기본값으로 여기고 국가 경제 모델이며 기업 전략을 짜왔다. 도시 역시 ‘성장과 번성을 목표로 조성됐다. ’더 많이!’를 외치며 생산과 소비를 해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 외에도 인류 앞에는 ‘기후 위기’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위기의 파도’는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저자는 ”국가적 차원이나 세계적 차원의 성장이 더 이상 인구 감소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6. 그러면서 그는 세계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자원을 투자해 현지의 금융, 자연, 인적 자본을 통해 재화, 서비스, 음식, 에너지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지역화’(또는 현지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역화가 잘 된 도시나 국가가 인구 감소가 미칠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고 말한다.
7. 저자가 말하는 지역화는 완전한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네트워크화된 지역화’를 강조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분산된 에너지 공급과 분산 생산, 재택 근무 같은 경제적 구조의 변화, 고령자 친화적인 도시, 네트워크화된 교육 기회와 의료 시스템처럼 사회적 구조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책은 고령화 사회의 충격 여파를 줄이고 교육을 네트워크한 사례로 요양시설과 유치원을 결합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그레이스 리빙 센터’를 제시한다.
마치는 말
1. 현 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120개 국정과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 가운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독립 항목으로 있는지 모르겠으나, 비슷한 것으로 ‘성장 친화적 복지 전략’이 있다. 그 내용이 ’양육 환경 개선과 저출산 투자를 강화하고, 청년 및 근로 연령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한다‘라고 말했다. 양육환경 개선이나 저출산 투자의 개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제시한 내용들이 현재 어떻게 실현되는지 궁금하다.
정부조직법에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가 있는데 위원장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다 되가는데, 언론에 활동 기사가 보이질 않는다. 그저 부위원장 유승민과 나경원이 해임됐다는 소식뿐이다.
2. 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일들이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반(反)한다는 점이다.
1) 예를 든다면 먼저, ’부자 감세‘가 있다.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는 사업이 얼마나 있는지 윤 대통령은 파악이나 하고 있을까?
2) 다음은 ’주69시간 근로‘ 정책이다. 집에 자녀가 있건 없건 부부가 제시간에 퇴근하여 집에서 같이 있어야 아이를 만들 게 아닌가? 고용노동부는 아직도 이 정책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3) 윤대통령의 3대 공약이 연금-노동-교육개혁인데, 제일 먼저 꺼내 든 것이 노동개혁이었다. 노동자나 시민들이 기대한 것은 노동시장의 ’2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2배나 되는 임금격차)를 혁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노조원들이 몹쓸 카르텔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른다는 가정 아래 운수노조와 건설노조를 때려 잡고 많은 노조원들을 검거-구속했다.
4) ‘서비스산업’ 민영화다. 보건의료 교육, 환경, 공공서비스 등은 공공 영역에서 공공의 책임성이 강화돼야 하는 부분인데 이를 민영화하면 책임성과 서비스료가 어떻게 될까?
이 외에 R&D, 부동산 등 할 얘기가 많지만 이만 줄여야겠다.
3.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를 간단히 짚고 마쳐야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먹고사는 민생문제와 안전이다. 그런데 지난주 연평도에서 남-북이 포사격을 하고, 북한이 주적을 대한민국으로 규정히고 이를 헌법에 넣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나? 남한은 허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남북한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 국가다. 어떤 변명보다 부끄러워야 할 일이다. ”9.19 종전선언은 가짜이고, 힘에 의한 평화가 진짜다“ 이것이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인데, 과연 그럴까? 국내외 평화와 안전을 위해 윤 대통령은 하루빨리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이어 북한과 접촉하여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겠다.
2014. 01. 16, 맹 행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