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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과의 결혼 이야기
#03
“제가 선이 아빱니다.”
뭐?! 선이 아빠? 저 아기 아빠가 한강이라고? 뭔 소리야, 지금? 저 아기가 한강이 동생이 아니라 한강이 자식이란 말이야!?
“아아... 아기 아빠 되시는 군요. 젊어 보이시길래 아기 오빠로 생각했는데. 아, 한 삼십분 뒤에 저기 카운터에서 처방전 받아가세요.
약 잘 먹이시고 열 더 오르지 않게 몸 적당히 시원하도록 해주시면 될 거에요. 지금 상태 봐서는 괜찮을 거 같지만 고열이 자주 나다보면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주시구요. 원래 저 때 아기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게 독감이거든요.”
“아, 예. 감사합니다.”
조금 당황한 듯한 의사선생님은 이내 다시 평온한 목소리를 되찾고 한강이에게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한강이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라
엄청난 집중력으로 의사선생님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교실에서 수업시간엔 전혀 볼 수 없던 녀석의 모습이다.
고개를 계속 꾸벅거리며 의사선생님께 감사하단 말을 건넨 녀석은 아기가 누워있는 칸으로 들어가 보조 의자에 앉는다.
나는 괜히 신경 쓰여 어떻게 할 줄 모르다가 고민을 끝내고는 녀석의 옆으로 가 섰다.
“한강아...”
“제 딸이에요. 그 이상은 묻지 말아주세요.”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더 이상 묻지 말라며 말을 자르는 녀석에게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어 나는 그럼 차 안에 있을 테니 천천히 하고 나오라고 하고는
카운터로 가 치료비를 계산했다. 아무래도 응급실 비용은 비싼 편이고 학생인 한강이 녀석에게는 부담일 듯 싶어서 치료비를 대신 내주곤 주차장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앉았다.
“아, 맞다. 태웅이...”
그러고 보니 이따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하고는 녀석과 급하게 전화를 끊은 터라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차에 꽂아둔 핸드폰을 열어보니,
역시나 부재중 통화가 수두룩이다. 전부 ‘최고 우리 신랑♡’으로 찍혀있다.
“걱정했겠네...”
전화를 해서 못 갈 거 같다고 상황설명을 해야 하나 싶어서 1번 단축키를 누르려다 차안에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라디오 시작 했겠네...”
이미 10시가 지난 시간임을 깨닫고는 정말 내가 정신이 없었구나 싶었다. 라디오에 나온다고 했으니 지금쯤 방송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라디오를 켜
주파수를 맞추니 매일 듣는 목소리인데도 이렇게 방송을 통해 들을 때면 늘 쑥스럽고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리긴 하는데 많이 저음인 것이 아마 나 때문인 듯싶어 미안한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드르르르륵-
문자를 보낸 지 1분 만에 핸드폰이 진동하여 라디오에서 나오는 J6 녀석들의 노래를 감상하다가 깜짝 놀라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보니
역시나 ‘최고 우리 신랑♡’이 깜빡깜빡 거린다.
“태웅아.”
- 야! 뭐야!! 무슨 일 생긴 거야?!
“아니, 뭐 큰일은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갑자기 생겨서...”
- 뭐야. 그럼 여태까지 학교에 있는 거야?
“아, 그건 아니고... 지금 나왔어. 너 라디오 하는 거 듣고 있었는데...”
- 그럼 지금 어딘데? 방송국 오고 있어?
“응? 아, 지금... 지금 집에 가고 있어! 방송국 가기엔 너무 늦은 거 같아서...”
- 뭐야... 너 온다고 정현이형한테도 말해놨는데.
“아... 미안해...”
- 너가 안 오고 싶어서 안 온 것도 아니고 못 온 건데 뭐 미안할 거까지 있냐.
“라디오 잘 듣고 있다고 전해드려.”
- 알았어. 조심해서 들어가. 이따 끝나고 얼른 갈게.
“응. 아, 참... 너 몇 시에 끝나?”
- 12시 다 돼서. 집에 한 1시나 돼야 도착하겠다. 아, 그냥 그러지 말고 너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너 피곤하겠다.
“아냐, 나 집에 가서 해야 할 일도 있고. 라디오 들으면서 기다릴 테니까 방송 잘 하고 와.”
- 아, 이 기분은 진짜 결혼 안 한 사람은 모를거다!
“뭘?”
-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하면서 얼른 일 끝내고 집에 돌아가야지... 하고 설레는 기분!
“핏... 오바는. 아까 보니까 목소리도 쳐져서 듣는 사람 괜히 같이 우울해지더라. 이제부턴 좀 밝은 목소리로 기분 좋게 방송해-”
- 누구 때문인데.
“알았어요. 잘못했어- 너 이제 라디오 시작하겠다. 우리 신랑 파이팅! 이따 봐!”
- 응, 사랑해. 여보야.
민망하리만큼 크게 쪽- 소리를 낸 녀석과의 통화를 마친 뒤 정확히 30초 뒤 방송은 다시 시작됐고, 난 방금 전까지 전화로 들었던 녀석의 목소리를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니 또 다시 녀석의 목소리가 쑥스럽게 느껴지고 어색하기만 하다.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라디오에 집중하고 있을 때
병원 입구에서 한강이가 아기를 안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그 앞으로 운전을 하여 녀석의 앞에 차를 댔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여기서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그냥 갈게요.”
“뭣하러 택시비 쓰고 그래. 어차피 선생님도 그 쪽 지나가야해. 얼른 타- 아기한테 밤공기 별로 안 좋잖아.”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안 괜찮아. 얼른 타.”
한강이 이 녀석은 거절하는 게 거의 자동이다. 뭐라고만 말하면 무조건 거절부터 하고 보는 녀석. 한강이의 이러한 성격을 파악한 나는 반복해서
녀석에게 제안을 했고 결국 한강인 내 제안을 더 이상 제안하지 못한 채 아기를 안고 뒷좌석에 탔다.
“한강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더 이상 묻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부탁까지 한다는 표현을 써가며 말하는 녀석에게 궁금하긴 하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을 시작하였다.
- 태웅씨 갑자기 기분이 좋아 지셨나 봐요? 방금 전까지 말도 잘 안 하시던 분이 갑자기 멤버들한테 장난치시고.
- 아마 형수님하고 싸웠다가 화해해서 이럴걸요?
- 에? 무슨 소리에요? 부인이랑 싸우셨었어요?
- 아, 아니에요-
- 태웅이 형의 컨디션은요, 그날 형수님하고 사이가 어떻냐에 따라 맨날 달라져요.
형수님하고 조금만 트러블 있으면 하루 종일 컨디션 다운이구요. 형수님이랑 아침에 기분 좋게 헤어졌으면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구요.
- 아, 태웅씨가 부인한테 꼼짝 못하시는구나.
- 아, 지금 멤버들이 이거 오버하는 거에요. 아, 사실은요. 제 아내가 정현이형 팬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정현이형이랑 만나게 해주려고
방송국 놀러오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되서 걱정했었어요. 뭐... 바쁜 사람이라 자주 전화 안 받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이럴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덜컹거리는지 아세요? 모르시죠? 역시 결혼을 안 한 사람은 아직 뭘 몰라요, 몰라-
- 하하, 태웅씨 그렇게 말하니까 한 사십은 다 된 아저씨 같아요. 하하...
- 맞아요! 태웅이형 완전 아저씨 다 됐어요. 이건 뭐 우리 팀이 아이돌 그룹인지 아저씨 그룹인지 헷갈린다니까요? 하하하-
- 뭐? 아저씨?!
- 하하, 맞잖아요. 태웅씨는 이제 아저씨죠 뭐-
- 저 아직 이십대에요! 아저씨 소리 듣긴 억울하다구요!
- 그러게 형이 일찍 결혼한 거지. 우리가 일찍 결혼하랬나??
- 어라? 형 지금 형수님이랑 결혼한 거 후회하신다... 이 말씀이신가요? 허허, 위험한데요-
- 아, 진짜 이런 식으로 몰고 갈 겁니까? 누가 후회한다고 했다고 그러세요. 저 절.대. 후회 안 해요! 후회는커녕 진짜 결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 어? 태웅씨 세차게 강조하시는 게 오히려 더 수상한데요? 태웅씨 부인 이 방송 듣고 계시죠? 태웅씨, 이따 집에 가서 좀 시달리셔야 겠는데요? 하하.
- 형수님! 오늘 태웅이 형 일찍 들여보내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 형수님! 태웅이가 자꾸 총각 행세를 하려고 하네요!! 좀 혼내주십쇼!!
“아... 하하, 방송 시끄럽다. 그치?”
“오늘 저 때문에 남편분이랑 약속 깨셨나보네요.”
한강이와 딱히 할 말이 없기에 켜놓았던 라디오를 끄지 않은 채로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디오 속 대화의 주제가 내가 되어버려 민망해진 내가
라디오를 훽- 하고 꺼버리자 뒷좌석에 앉아있던 한강이가 입을 연다. 무심하게 아기를 안고 창 밖만 보는 줄 알았더니 귀로는 시끄러워
잘 알아듣지도 못할 라디오를 듣고 있었나보다.
“아... 아니야. 뭐 약속까지는 아니고. 신경쓰지 마. 별로 중요한 약속도 아니었는데, 뭘.”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더니 그 이후로 말 한 마디 안 하는 한강이. 차 안에 도는 정적 때문에 다시 라디오를 틀까 고민도 했지만 틀어봤자
이 분위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란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나는 그냥 이 분위기를 운전에 집중하며 이겨내 보리라 생각했다.
-
“아기 너무 아프면 내일 나오지 않아도 돼. 선생님이 알아서 처리할게.”
“내일은 나갈게요.”
“아니야, 아기 아픈데 누가 돌보라고.
아... 물어보지 말라곤 했지만 그럼 평소에 너 학교 가면 누가 아기 봐줘? 그 정돈 대답해줄 수 있잖아. 아기... 엄마?”
“집에 오시는 아주머니가요.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응응, 그래. 선이라고 했지? 아가야, 아프지 말고 아빠 걱정 그만 끼쳐드리고 얼른 나아서 아빠 학교 보내주라. 응?”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할 아기지만 아픈 게 이젠 괜찮아졌는지 아깐 그렇게 죽어 나갈 듯이 울더니 지금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는 아기에게
내가 인사를 건네자 한강이 녀석은 곧 꾸벅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올라갔다.
“딸이 맞긴 맞나보네... 아빠 꼭 닮은 게...”
본인 입으로 딸이라고는 했지만 혹시라도 무슨 사정이 있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운전 내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봤지만
딱히 녀석이 자기 딸도 아닌 아기를 자기 딸이라고 나에게 말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딸인 것을 숨기려 하는 것이면 몰라도...
그리고 아기 얼굴을 보는 순간 한강일 꼭 닮은 모습에 딸이 맞구나 하는 확신을 받았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자신을 꼭 닮은 아기를 안고 있는
한강이의 모습은 영락없는 여느 아빠의 모습과 같았으니... 딸이 있어서 대학을 포기하고 졸업하고 바로 돈 벌기로 한 걸까...
밀려드는 수많은 의문들과 궁금증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터져올 듯 아프다. 우선은 집에 들어가 씻고 깨끗한 정신에 생각해보자고
대충 결론을 짓고는 집으로 향했다.
-
“어? 태웅아- 지금 몇 시야?”
“아줌마, 지금 6시 반이거든요. 얼른 일어나서 준비 안 하면 지각하겠습니다. 이 선생님.”
“뭐? 6시 반?!”
요즘 학교에서 피곤한 일도 없고 보충이 끝나면 바로 집에 와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침대 위에 앉으면 바로 잠이 든다.
신랑이란 녀석은 요즘 평소보다 두 배로 바빠져 한가한데도 늘 집에서 혼자 쓸쓸하게 남편을 기다리다 잠든다. 어제도 읽을 책이 있어서 늦게 들어오는
신랑을 기다릴 생각으로 책을 펼친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날 흔드는 손길에 눈을 떠보니 녀석이 내 앞에 서 있다.
“오늘은 특별히 이 신랑께서 태워다 드릴 테니까 얼른 가서 씻고 나와.”
“아, 진짜 지각하겠네... 그나저나 너 지금 들어온 거야?! 너 외박했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가려고 하는데 파자마 차림이 아닌 외출복 상태인 녀석. 외박을 했단 소리가 분명하다. 내가 욕실로 향하던 몸을 돌려
녀석을 째려보자 녀석은 오히려 혀끝을 찬다.
“잠 많은 부인 데려다 주려고 새벽같이 일어났더니만, 뭐 외박? 아, 정태웅을 뭐로 보고.”
“뭐로 보긴 뭘 뭐로 봐. 너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오늘은 꼭두새벽부터 외출복 차림으로 앉아있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노력해도 하나 소용없다니까. 모처럼만에 듬직한 신랑인 척 하려고 했더니.”
“아, 알았어. 아무튼 씻고 나올게. 잠깐만!”
또 뭐라 할 것 같은 녀석을 두고는 얼른 욕실로 들어가 정신없이 씻고 나오니 녀석이 내게 토마토를 간 것으로 보이는 주스를 내게 내민다.
“오늘 너 진짜 왜 그래? 안 하던 짓 하고... 너 무슨 사고 쳤지?!”
“아, 진짜. 오늘 제대로 서비스 한다는데 불만이야?! 싫음 말고!”
“안 하던 짓 하니까 불안해서 그러지.”
도리어 화를 내는 녀석에게 진 나는 알겠다고 꼬리를 내리며 녀석이 내민 컵은 받아 다 들이키고는 급하게 집을 나섰다.
“화장 안 해도 이쁘구만.”
“그건 우리 신랑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구요.”
“하긴... 혁이가 그러는데 너 화장 할 때랑 안 할 때랑 차이가 확! 난다더라-”
“뭐?! 혁이가 그랬단 말이지? 알았어. 앞으로 밥 먹여나주나 봐라.”
장난스런 우리의 대화를 끝으로 거의 학교에 다 도착했을 즈음 나는 태웅이에게 그냥 큰 길에 세워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녀석이 끄는 차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리는 건 동료 선생님들 시선이나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좋으니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였다.
“이따 데리러 올 게-”
“너 오늘 스케줄 있지 않아?”
“오전에 하나라서 일찍 끝나. 요새 좀 무리하면서 스케줄 잡아놨더니 애들도 그렇고 다들 몸 상태가 말이 아니야.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화보촬영 하나 하고 집에서 쉬래.”
“아아... 그럼 너도 집에서 그냥 쉬어. 피곤하게 운전하면서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마누라 없는 집에서 혼자 있는 거 별로 안 반가워. 일하는 아내 마중 나오는 게 훨씬 좋아. 그러니까 끝나고 연락해! 근처에 있을 테니까.”
“알았어. 운전 조심하고. 우리 신랑 일 잘해!”
차에서 내린 후 녀석의 차가 코너를 돌아나갈 때까지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아침부터 나 이렇게 바래다주고 가면 촬영 내내 또 꽤나 피곤할 텐데.
이따 촬영 잘하라고 하트 붙여서 문자나 하나 보내줘야겠다 생각하고는 뒤돌아 가는데,
“다정한 남편이시네요.”
“어? 한강아! 오늘은 지각 안 했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한강이다. 아기는 괜찮아진 건가? 한동안 학교를 못 나오겠다고 말해서 꽤 오랫동안 못 나올 줄 알았는데,
3일 만에 등교하는 녀석을 보니 아기가 금방 낫나보다. 지각도 안 하고 이 시간에 한강이가 등교하는 일이란 흔치 않은데...
“지각하지 말라면서요.”
“아, 아기...”
“그 얘긴 학교에선 꺼내지 말아주시죠.”
라고 말하곤 긴 다리로 쌩- 학교로 이어지는 언덕을 올라 금세 교문을 통과하는 한강이. 누가 무뚝뚝한 놈 아니랄까봐 꼭 이렇게 한 번씩
자신이 얼마나 차가운 놈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녀석. 그래도 학교를 용케 나온 거보면 아기도 많이 괜찮아졌나보다. 한강이 녀석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 컨디션도 좋은 거 같고. 아침에 신랑의 배웅을 받아 출근하고, 매일 지각하거나 학교를 안 나오던 한강이가 제 시간에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내 하루가 기분이 좋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선생님!”
오늘 태웅이가 데리러 온다고 했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일과가 끝난 터라 퇴근을 준비하는 손놀림이 가볍기만 하다. 마음도 편안하고.
뭐 마음이 불편한 거 한 가지 있다면 오늘 아침에 핸드폰을 차에다 놓고 내린 게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방금 전에 태웅이와 통화하며 곧 나가겠다고 했고,
녀석도 거의 다 도착했다고 했으니 이제 녀석을 만나 집에 들어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 생각만 하니 기분이 좋기만 했는데
핸드백을 들며 교무실을 나서려 하는데 갑자기 교무실 문이 열리면서 학생부가 있는 교무실에서 일하는 선생님이 갑자기 급히 나를 찾는다.
“네?”
“얼른 학생부로 가보세요! 선생님 반 학생이 싸움 일으켰나봐요.”
“저희 반 학생이요? 저희 반 학생 누구요?”
“류한강이요. 얼른 가보세요. 상대 아이가 많이 다친 거 같던데.”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왠 싸움을 일으킨 걸까. 예전엔 자주 이런 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담임을 맡게 된 이후엔
잠잠했던 녀석인데. 며칠 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갑자기 뭐 때문에 또다시 싸우기 시작하는 건지 이 녀석...
“실례합니다.”
한강이가 싸워서 학생부에 끌려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부리나케 학생부가 있는 교무실로 들어서니 이상하게 잠잠하다. 나는 의아함을 가지고 문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가니 한강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학생 부장 선생님만 쇼파에 앉아 계신다. 사정을 들어보니 상대 학생은 깨진 유리창에 손이 배어
피가 많이 나 병원으로 바로 갔다고 하고 한강이 녀석도 유리창이 깨질 때 파편이 튀어 긁힌 부분이 있어 양호실로 보냈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까지 기분 좋아보이던 녀석이 왜 갑자기 그렇게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던 나는 학생 부장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담임인 내가 이야기를 하고
이곳으로 보내겠다고 하자 잠시 고민하시더니 동의를 해주셨다. 그리고 교무실을 나와 복도 끝에 있는 양호실에 들어서자 여기 역시 조용하다.
“무슨 일로...”
“아, 제가 류한강 학생 담임선생님이에요. 한강이 좀 만나러...”
“아, 치료는 다 끝났어요.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치료 끝나면 바로 학생부로 데려 오시라고 하시던데...”
“아, 제가 데리고 갈게요. 학생부장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어요.”
“아, 예. 그럼...”
“여긴 뭣 하러 왔어요.”
“싸움이나 일으킨 녀석이 그게 담임선생님한테 할 소리야?”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에 놓인 침대에서 양호 선생님의 치료를 받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는 양호선생님의 말씀에 내가 녀석의 담임임을
밝히며 들어서자 치료가 다 끝났다며 자리를 비켜주시는 선생님. 양호 선생님이 양호실 문을 닫고 나가자 녀석은 내게 뭣 하러 왔냐며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기는. 좀 어때? 괜찮아?”
“안 괜찮은 애 놓고 나왔을 리 없잖아요.”
“말이라도 참... 그냥 괜찮다고 하면 되지- 툴툴거리기는. 어디 얼굴 좀 봐봐.”
유리 파편에 얼굴도 몇 군데 긁힌 듯 대일밴드가 어제 붙였던 곳 말고도 서너 군데 더 붙었다. 창 밖을 보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내가 붙잡아 돌리며 말하자
한강이 녀석은 그냥 훽- 다시 얼굴을 돌려버린다. 인상이나 쓰면서.
“괜히 창피하니까 인상 쓰기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 학생 부장이 오랬어요.”
“부장 선생님께는 내가 말씀드렸어. 너랑 먼저 얘기해보겠다고. 왜 싸운 거야? 너 아침에 지각도 안하고 기분도 좋았잖아.”
내가 왜 싸웠냐고 묻자 아무 말도 안 하는 한강이 녀석. 아마 내가 지금 여기서 몇 번을 더 물어도 대답은 안 할 거란 생각이 들어 싸운 이유를 묻는 것은 포기했다.
“한강아, 뭐... 네 나이 때에 남자애들 가끔 싸울 수도 있고 학교도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근데 말이지. 그건 가끔일 때에 용서가 되는 거야. 이렇게 맨날일 때가 아니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매일 같이 싸우는 건 곤란해. 너 아기 아빠잖아.
그 예쁜 아기도 생각해줘야지. 어느 자식이 자기 아빠 싸우는 거 좋아하겠어. 안 그래?”
“선이 걸고 넘어가지 말아요.”
“선이를 걸고 넘어가잔 얘기가 아니야. 난 한강이 너가 좀 더 의젓하고 든든한 아빠가 되길 바래.
그 이전에 의젓하고 든든한 우리 반 학생이 되길 바라고.”
“......”
“선생님이 지금 무슨 말을 하던 네 귀에는 다 잔소리 같고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선생님 너 싸우고 지각하고 학교 안 오고하는 거 이해 못할 만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다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한강이 너가 좀 더 학생답게 행동하고 가끔, 아주 가끔! 일탈을 즐기라는 거지.”
“......”
“알았지? 한강아? 그리고 고민 있음 언제든 선생님하고 상담해.
뭐 우리 반 학생으로도 좋고, 선이 아빠로도 좋고, 남자로도 좋고.
아, 맞다. 선생님 연락처 알고 있나? 한강아 핸드폰 줘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을 앞에 두고 혼자 얘기한다는 거 참으로 민망한 일이지만, 이러한 일은 선생님을 시작하면서 자주 겪어왔기 때문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는다.
오히려 반응을 기대안했는데 반응을 보일 때 더 민망하다. 내가 녀석에게 핸드폰 달라고 말하자 역시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녀석.
내가 녀석의 교복바지 주머니에 손을 대며 찾으려고 하자 녀석이 인상을 팍 쓰며 내 손을 치워낸다.
“어딜 더듬어요.”
“내, 내가 뭘 더듬었다고 그래! 너가 핸드폰 안 주니까 그렇지... 얼른 핸드폰 줘 봐!”
무감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하는 녀석의 말투에 민망해진 내가 괜히 큰소리를 내자 녀석은 그런 내가 웃긴 것인지 살짝 웃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민다.
“이렇게 핸드폰 번호 막 뿌리고 다녀도 되요?”
“응?”
녀석이 내게 내민 핸드폰은 요새 TV에서 광고하는 최신형 터치폰이다. 만지면 반응한다는... 실제로는 처음 보는 지라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만지는지 몰라
내가 머뭇거리자 녀석은 핸드폰 번호를 찍을 수 있도록 자판을 만들어 다시 내게 내밀었다. 신기한 내가 핸드폰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내 번호를
하나씩 누르고 있는데 녀석이 내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 남편 아직은 잘 나가는 아이돌인데 그렇게 핸드폰 번호 막 알리고 다니면 피곤하지 않냐구요.”
“응? 아... 막 안 알려! 사랑스런 우리 제자들한테만 알려주는 거지! 자, 다 됐다!”
겨우 11자리를 다 누르고 ‘우리 담임쌤♡’이라고 다정하게 저장하고는 녀석에게 핸드폰을 내밀자 녀석은 확인도 안하고 도로 교복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핸드폰 좋다! 아, 나도 그거 쓰고 싶다-”
“남편이 안 사줘요?”
“사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더라, 그거.”
“남편 돈 잘 벌잖아요. 짠돌이에요?”
“돈 잘 벌어도 쓸데없는데 쓰는 건 아까워.”
“짠돌이네. 이제 학생부 가야해요. 늦게가면 잔소리 더 들어요.”
혼자 중얼거리더니 일어나는 한강이. 그러고 보니 꽤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학생 부장 선생님도 얼른 퇴근하셔야 할 텐데.
일어나 양호실을 나서는 한강이를 뒤따라 천천히 걸었다.
“저기 남편분이 데리러 오셨나본데요. 저 중간에 안 튀니까 그만 따라오시고 퇴근하시죠.”
“아... 아, 응. 처벌 어떤 거 내려져도 불만 갖지 말고 잘 받고 내일도 오늘처럼 지각하지 말고 집에 가서 아기도 잘 보고.”
“아, 진짜 말 많네. 신경은 밖에 더 쓰이시는 거 같은데 그만 가보시죠.”
그러고 보니 정신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 녀석이 데리러 오기로 했었다. 학교 끝나고 오늘 아침에 내려준 데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한참동안 내가 나오지 않자 결국 학교까지 올라왔나보다. 운동장에 차를 세워두고 차마 학교로는 못 들어오고 건물 밖에서 두리번두리번하는 녀석을
한강이가 먼저 발견하고 한강이의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려보니 더운 날씨에 밖에서 서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꽤 오랜 시간 기다렸을 녀석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얼른 가야할 거 같은데 한강이 녀석을 학생부까지 데려다줘야 하기도 하고 또 내일 학교 지각하지 말라고 말도 해야 하고,
아기도 잘 보라고 얘기해 줘야하고 할 얘기는 너무 많지만 온갖 신경이 밖에서 기다리는 태웅이에게 가있는 터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날 보고
얼른 가라고 내 등을 미는 녀석.
“아아, 응응. 그럼 내일보자, 한강아!”
녀석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건물 문을 열고 밖에 나오자마자 태웅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자 그새에 건물 끝까지 간 녀석이 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인상을 팍 쓰며 내 쪽을 향해 걸어온다.
“야! 이은호! 너 진짜!”
“헤헤, 미안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지 뭐야-”
“그럼 전화라고 했었어야지! 걱정했잖아! 핸드폰은 아침에 차에다 놓고 내리고!”
“걱정 많이 했어? 미안해- 응?”
인상을 팍 쓰며 말하는 녀석에게서 날 정말 많이 걱정한 그 마음이 느껴져 평소에 잘 부리지 않던 애교를 부리며 녀석에게 팔짱을 끼고 얼굴을 가까이 대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빤히 날 쳐다보기만 한다.
“화 많이 났어? 응?! 신랑아, 미안하다니까.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어-
미안하단 의미에서 내가 오늘 저녁 쏠께! 우리 오랜만에 외식하자!”
“정말 이은호...”
“응? 응? 왜? 아직도 화 안 풀렸어? 미안하다니까-”
내가 계속 말을 하는데도 마땅히 대답은 해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날 보기만 하는 녀석. 진짜 많이 걱정했었나...
“이은호 너 진짜 이렇게 갑자기 대책 없이 사랑스럽게 굴면 어뜩하냐?
여기서 확- 키스 해버릴 수도 없고. 사람 애간장 태울래?!”
“야!!”
“그러니까 아무데서나 그렇게 애교 떨지 마. 니 신랑 심장 떨려서 주체 못 하겠다!”
결혼 이후에 오히려 더 닭살스런 멘트를 느끼하게 날려주는 녀석 되시겠다. 혼자서 닭살스럽게 할 말 다 하고는 내 허리에 손을 얹히는 녀석.
아무래도 학교인지라 놀란 내가 떨어지려고 하자 녀석은 부부 사이에 자연스러운 걸 왜 이렇게 어색해하냐며 운동장 저 끝에 세워둔 녀석의 차에 갈 때까지
그 손을 풀지 않았다. 진짜 나이 먹을수록 더 대담해지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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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랜만이지요^^;;??? 그동안 제가 너무 정신없이 바빴어요ㅠ 요즘 뭣 좀 배우러 다니는데 하루종일 그러고 있다보면 집에 와선 잠 자기에 바빠서-
그동안 좀 소홀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오랜만에 글 쓰려고 하니까 어색하게만 느껴져서 1편부터 저도 쭉 다시 읽으며 흐름을 타서 썼는데... 안 어색하죠^^;;??
원래 아,연,그 시즌 2 목표가 올 여름 내에 완결내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힘들 듯 합니다. 그래도 시원한 가을 내에는 끝내도록 노력할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시간 나는 틈틈히 ! 족족 !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졸린 눈 비비며 쓰고 있답니다. 얼른 올리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자기 위해 밀려오는 잠을 참아내고 있어요!!
정말정말 죄송하지만 이번편도 땡스투는 생략할게요. 대신 다음에 한 번에 몰아서 제대로 쓰겠습니다~!!!
그래도 꼬박꼬박 댓글 확인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단 거 아시죠???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4편은 늦지 않게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4편에서 만나요^^
첫댓글 와우일빠야^^재밌어요
와우일빠야^^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웅이기여워
태웅이멋잇져염
꺆태웅이>.<진짜좋아요 ㅠㅠㅠㅠ!!!!!!!!!!!!!!!!!!!!!!!
태웅이가 점점 사랑스러워지네여..ㅋㅋ
꺅ㄱㄱㄱㄱㄱ 태웅이 좋아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태웅아 난니가너무좋아 아저씨같아도좋아
ㅋㅋㅋ 이제 막 트러블같은건 안생기는거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웅이 점점더 사랑스러워져요..ㅋㅋㅋㅋㅋ
으아아아 태웅이 너무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웅아 넌 진짜 가면 갈수록 사랑스럽구나ㅋㅋㅋㅋ
아우태웅아 왜케기여워지니!!!!!!!!!!!!아완전좋아요!!!!!!!!!!!
정말 오래기다렸어요~!!!!! 담편 기대할께요~!ㅋㅋ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ㅌㅌㅌㅌㅋㅋㅋㅋㅋ
재미있어요~~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ㅌㅌㅌㅌㅋㅋㅋㅋㅋ
태웅이 너무 사랑스러워요ㅠ-ㅠ 이거보면 점점 더 외로워진달까요ㅠ
기다리고 있었어요!!! 헤헤~~ 그래도 끝까지 기다린 보람이ㅋㅋ 태웅이 진짜 킹왕짱!!! 음...한강이? 한강이두 괜찮고만요^^ㅋㅋ
와와 짱재미잇어요 ^^
짱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하하 태웅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흐재미써요
재미잇어요!! 역시태웅인!>.< 다음편기대할께요!~ 왠지 한강이에 대해 궁금증이 증촉되는걸요!!>.< 뭐 그래도 태웅이가 짱이지만!!! 헤헤
작가님~ 엄청 기다려써요 > <
아 태웅이 너무 좋아요! 귀여워죽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은호랑 너무 사랑스러워요 ^^
제가 많이 늦었죠..?
♡
태웅이랑 은호랑 정말 잘 어울려요!
진짜 엄청 재미있어요~
태웅이너무 귀여워요!!!!^ㅇ^
태웅이너무귀엽네도 ㅋㅋㅋㅋㅋ 아 나도 저런신랑..
재밌어요, 흐흐...늦게 읽어서 죄송할뿐..다음편도 기다릴께요~
왜이리 안오세요 ㅠㅠ?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