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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삽교리 산채마을 눈과 입이 즐겁다
연초록 5월의 숲은 보고 즐기기에 딱 좋지만, 더 좋기로는 그 향기와 맛이다. 숲 그늘마다 돋아난 연한 새 잎 새 줄기들. 쌉싸름하고 상큼하고 고소한 맛과 향을 지녔다. 두릅·다래순·곰취·미역취·고사리·잔대·곤드레…. 조상 대대로 뜯어먹고, 솎아먹어 온 제철 산나물들이다. 아무리 뜯어먹어도, 봄부터 초여름까지 이 땅엔 산의 높고 낮음과 숲의 깊고 얕음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숱한 산나물들이 새로 돋아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보약 밥상을 이룬다. 산나물은 지천인데, 요즘은 마구잡이 채취꾼들도 지천이다. 함부로 산에 들어 나물·약초를 싹쓸이해가는 도시민들이 늘어나 산골 주민들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다. 산마다 몰려가 마구 헤집어놓는다면 그 산의 초목이 남아날 리 없다. 싱싱한 우리 산나물들을 마음껏 냄새맡고 맛보면서 배우고 익힌 뒤, 한보따리 싸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 산골 마을로 간다. 강원 횡성군 태기산 남쪽, 청태산 서쪽 자락의 둔내면 삽교1리는 흔히 산채마을로 불린다. 산자락은 자연산 나물밭이요, 들판은 농약·비료 안주고 가꾸는 무공해 나물밭이다. 해발 650m의 고지대 청정 마을이다. 삽다리라는 지명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옛적 섶다리가 있던 곳으로 여겨지는데, 200여년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살았다는 삽교 안석경의 호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이기 다 우리 할머이가, 산꼴째기에 드가 뜯어온 산나물이래요.” 지난 13일 삽교1리 산나물 위생처리장. 노루목에 사는 정순봉(45)·박소연(47)씨 부부가 큼직한 보따리 두개를 지고 오더니 저울 앞에 부려놓는다. 싱그러운 산나물 내음이 확 끼치는데, 아무거나 한 잎 떼어 씹어보자 입안 가득 강렬한 초록 향기가 퍼진다. 곤드레·다래순·삼잎국화·엄나무순·고사리…. 이름까지 향기로운 나물들이 고루 섞였다. 무게를 재니 9㎏이나 된다. 정씨의 노모 김삼녕(82)씨가 굽은 허리로 지팡이 짚고 산을 누비며 뜯은 나물들이다. “산나물이 들어오면 그대로 저장하기도 하고, 처리시설을 이용해 씻고 삶고 말려 보관하기도 하지요.” 삽교1리 전임 이장이자 산채마을 운영자인 김학석(44)씨가 올해 새로 들여놓은 산나물 위생처리시설을 보여주며 흐뭇해 한다. 김씨는 산채마을을 일군 사람이다.
2003년엔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지정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도시민 대상 산나물 채취체험 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올해부턴 근사한 숙박시설(펜션)과 산나물 위행처리시설까지 갖춰놓고 본격적인 도시민 맞이에 나섰다. “전체 37집 중 농사짓는 집이 22집인데, 18집이 산나물 채취와 도시민 체험행사에 참가하죠.” 김씨는 “주민들이 개인 농삿일 틈틈이 산나물을 뜯어오는 한편, 조를 짜 4교대로 방문객 체험행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엔 52종의 산나물·약초를 심은 아담한 산나물 동산을 꾸며놓아 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산채마을 체험행사(1박2일)에 참가하면 콘도식 펜션에 묵으며 산나물 구별하기와 채취 체험, 소달구지 타기, 고기잡이 등을 하며 지낼 수 있다. 요즘 뜯을 수 있는 나물로는 다래순·망초대·삼잎국화·곰취·누리대(누룩취) 따위가 있다. 주민들이 마련한, 산나물 위주로 차린 산나물정식·곤드레정식·보리쌈밥(이상 6천원)을 사먹을 수 있다.
삽교1리의 산나물 채취체험(1박2일)은 6월 중순까지 계속되는데, 농삿일과 행사준비 일손이 달려 당일 체험은 되도록 사양한다. 산채마을 (033)343-7031. 횡성/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목각 깎으며 58년째 한곳 사는 김응삼·노길려씨 부부 “나무나팔 뿌아앙! 멧돼지도 줄행랑치지”
“내가 이 골째기서만 58년을 살았어. 요 밑에 성황당 옆 칠성바우도, 장군바우도 내가 다 파낸 게야.” 김씨는 방안 벽 가득 한지에 글씨를 써서 매달고 산신령께 치성을 드리는 일종의 무속인이다. 옛날엔 이웃이 아프면 ‘곁에서 경 읽어주며 신통력으로 병을 물리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가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나무 깎기다. 피나무와 소나무 들을 이용해 나무주걱과 함지, 베틀 따위를 만들어낸다. 그가 보여주는 목각품들 중에 이상한 원통형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길이 60~70㎝쯤 되는데, 소나무를 깎아 한쪽엔 작은 구멍을, 다른 쪽엔 커다란 구멍을 팠다. “뭐긴, 나무나팔이지. 내가 연구해서 만든 건데, 아는 사람도 어. 한번 불어 볼까?” 그가 작은 구멍에 입을 대고 볼을 잔뜩 부풀리며 공기를 뿜어내자, 놀랍게도 “뿌아앙!” 하는 굉음이 터져나온다. “멧돼지 쫓는 나팔이여. 마당에서 이걸 냅다 불면, 저 밭에서 뒹굴던 멧돼지구 노루새끼구 기냥 올려뛰기 바쁘지.” 김씨의 나무나팔은 산간지방에 전해지던 여러 형태의 동물 쫓는 도구 중 하나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 생활용품이다. 짚이나 피나무 껍질을 꼬아 만든 띠를 부딪쳐 큰 소리를 내는 ‘태’도 이런 종류다. 이 마을에선 옛날 동물을 쫓을 때 태질과 나무나팔 불기를 함께 썼다고 하나, 지금 태는 사라지고 없다. 사라질 만하기도 한 것이, 요즘 들끓으며 산골 밭을 망치는 멧돼지·노루·고라니들은 이른바 ‘대포’라 불리는 폭음장치에도 놀라지 않고 버젓이 옥수수밭·과수원을 헤집으며 몰려다닐 정도기 때문이다. 삽교1리 이규철(54)씨는 “울타리를 쳐도, 개를 매어 놔도, 자동차 라이트를 켜놔도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김씨는 가래나무를 구해 나무나팔을 또하나 깎을 작정이다. 가래나무나 오동나무로 만들면 나팔 소리가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주변펜션 : http://www.ubcastle.co.kr/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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