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산행을 못한 햇살은 이번주
에는 비도 아랑곶않고 갈 기세다.
제주시 쪽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
고 쉬 그칠것 같지 않은 지푸린 하늘
이 평화로를 타고 새별오름 정도 오자
대지가 바짝 말라 있었다.
비를 맞을 각오까지 한 것이 무색하게
안덕면 쪽에는 우리가 산행을 마칠
때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동광 육거리에 모인 일행 여섯은 곧바
로 서광곶자왈로 향했다.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서광초등학교를
지나 한 800m를 가자 길 오른쪽에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 등이 갖추어진
이름도 거창한 '서광이 비치는 숲길'이
거기 있었다.
공식 이름이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
탐방로'인 이 숲길은 옛부터 남아 있
는 곶자왈에 낸 길로 2012년 9월에
개통했으며 총 길이는 2.3km 정도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대부분 평지로
구불구불 숲길엔 송이를 깔았다.
안내도에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씌
여 있지만 주변을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며 한 두번 쉬다 보면 한 시간은
넉넉히 걸린다.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
으로 이루어진 숲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느낌을 준다.
곧게 자란 큰 나무는 거의 없고 관목
과 덩굴식물 기생식물 등이 한데 엉켜
복잡한 생태를 이룬 모습이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생태를 보는 듯하다.
꼴찌는 덩굴식물에 감싸여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너무 불쌍하
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 곶자왈 생태의 주인공은 큰 나무
가 아니다.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송악이 될 수
도 있고 줄기에 뿌리를 내린 콩짜개
란도,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주는 그
늘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더부살이고
사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곶
자왈의 건강한 생태를 이루고 있는
지 모른다.
우리가 오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
풍에 쓰러져 앙상한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나무들을 이 곶자왈에서 한
그루도 볼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화순 곶자왈을 찾았다.
서광동리 네거리에서 화순 쪽으로
2.5km 정도 내려가다가 처음 만나는
원형교차로에서 산방산 쪽으로 우회
전하면 이 숲길 입구를 바로 만날 수
있다.
조금전에 걸었던 곶자왈 숲길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이 숲길에는 소를 방목
해서 가끔 소를 만나고 소의 배설물이
곳곳에 있어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또 중간중간에 계단과 테크 시설을
해 놓은 것이 서광과는 다르다.
중간에 자연 오솔길과 송이 오솔길이
갈라져 있으나 금방 만나는 즐거움도
선물한다.
직선코스를 따라 가다보면 처음 입구
쪽으로 돌아가는 순환코스 갈림길을
만난다.
직선코스의 거의 끝무렵에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있다.
중간 중간에 나무 밴치와 작은 평상 등
을 배치해서 햇빛이 강한 날에는 앉아
쉬기도 좋게 되어 있다.
숲길을 걷는 내내 은하수의 라디오에
선 구성진 유행가가 뿜어져 나와 우리
의 발길을 가볍게 했다.
전망대에 도착했다.
산방산 형제섬 마라도가 한눈에 보이
는 시원한 곳이다.
그리고 이곳의 위치가 우리가 예상했
던 것과는 달리 탐방로 입구가 아주
가까워 주차된 우리의 차들이 바로 앞
에 보였다.
돌아갈 부담이 없어져 더욱 행복해진
우리는 한껏 고양되어 막걸리 잔을 크
게 부딪치기도 하고 노래도 떳다바라
큰소리로 불렀다.
"이 행복 희수까지 굿짝!!!"
201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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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보고
편안한 힐링의 길, 서광 화순 곶자왈 숲길을 걷다
햇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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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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