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백곰아!!!!
우리집엔 백곰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당식구가 있습니다.
마당을 들어서면 누구나 이녀석과 눈을 맞추게 되는......
이녀석 밥그릇을 싹싹 비우지 않는탓에 우리집 마당엔 또 다른 여러식구가 함께 삽니다.
그 식구들은 분명 반갑지 않은 녀석들 입니다.
큰딸은 이 작은등치의 식구들만 보이면 기암을 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자그마한 몸집의 회색빛 이녀석들....좋아하는분 계신가요?
그들을 이름하며 쥐!!!
수십명의 쥐들이 마당에다 구멍을 뿡뿡 뚫어놓고 완전히 빌라맨션을 짓고 살기에 어느날은 세스코의 도움을 받기로 했었죠.
쎄스코에선 정말정말 큰소리 빵빵 칠 약을 개발하고 이들을 구제하고 있으니까요.
지난가을 조심스레 약을 담아뒀더니.
마당의 구멍구멍에서 새까맣고 반짝거리는 쥐눈이콩보다 더 눈에띄는 눈알들이 이구멍 저구멍에서 이 약먹 좀 더 빨리먹겠다고 머리를 내밀었다 넣었다를 반복하더니 어느날부터 이들은 우리집 마당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또 이녀석들이 모여들길래.
백곰이녀석 근접하지 못하는 위치에다 아주 소량을 보시했는데...
이번엔 영 입맛이 당기지 않는지 보름을 지났지만 그대로 있었습니다.
여행떠나던 날 아침.
백곰이녀석 묶여있을때라 꽃받 한켠으로 내려놓고 나중에 곰이녀석 자유로와지기 전엔 올려놓으려 했는데..
아하!!!
약 내려놓은걸 공항에 도착해서야 생각해 냈습니다.
하지만 걱정 안했습니다.
늙어버린 곰이녀석...어지간히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릴적부터 먹지않았던 것에는 영~~~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곰아~~ 난 널 믿는다.
절대로 절대로 넌 안먹는다. 돼지뼈도, 족발도 안먹는 녀석이 그걸 먹겠니?
전혀 걱정안하고 제주여행을 즐기던 중.
밥주러 와 주셨던 아주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아주머니
-곰이가 좀 이상허데?
내가가면 졸랑거리고 따라다니곤 하던녀석이 꼼짝도 않고 앉았데?
꼬리도 안치고?
으잉????
그렇게 믿었는데...쥐약을 먹은거야?
가슴이 뛰고...콩당거리고...
누가와서 이어써요~ㅋㅋㅋㅋ
아줌마한테 전화를 합니다.
거의 넋이 나간상태로...
-아줌마...생각해보니 쥐약을 마당에다 놨는데요....한번 가봐주세요. 곰이어떤지???
아줌마 택시타고 헐레벌떡....
우리집 도착해서 전화~~~
백만년만에 한번 거는 쎄곰. 쎄콤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쎄콤풀고 난리법석이 이었죠.
-곰이 괜찮은데요? 지금은 막 꼬리치고 아무렇지도 않네?
마당한구석에 놓인 쥐약 봐 달라고 했더니..아줌마 파란약 그대로 있다구...
심학산 반달곰한테 전화해서 쥐약먹은것 같다며 입원시켜달라 부탁도 해놓고...
계속해서 넋나간 상태로 밥을 먹는건지 마는건지....
가족들한테 이실직고하면 제주도 여행은 우울모드로 전환될게 뻔하고.....
해서 말한마디 못한채 그냥 안절부절 하다가....
아줌마 전화받고 또 바빠졌다는거 아닙니까.
심학산 반달곰한테 전화를 돌립니다.
-음..곰이가 쥐약 안먹었대. 괜찮대. 가족이 아무도 없어서 우울했덜가봐. 고마워. 부탁할 반달곰이 있어서..정말정말 고마워.
이렇게 넋은 돌아오고....
즐거운 제주도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는거 아닙니까.
그제야 가족들한테 우울했던이유, 그러니까 넔이나갔던 이유를 이실직고 했죠.
2002년생인 우리곰이.
가족들이 말하길...
-엄마, 이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해요.
나이가 들었쟈나...
늙은티가 나고 귀도 잘 안들려서 행동도 굼뜨고 그렇잖아요.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해 가고 있어요.
곰아~~~ 이녀석아.
난 널 믿었다.
난 널 아니까.
하지만 위험한걸 그대로 두고나간 내 실수를 분명히 인정하고 댓가를 치룬거야 그치?
사실 그 약을 두면서 동네 새들이 와서 먹으면 어쩌나....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거 맞다.
첫댓글 저두 지금 가슴이 쿵쾅거려요......어찌된 일이래요? 설마.....
손님이 오는바람에 글을 중단했다가 마무리 졌어요.ㅋㅋㅋㅋㅋ 곰이는 믿을만 했심더.
자기집에 들어가 꼼짝않고있는 지금 이시각의 곰이입니다.
천만다행입니다......동년배인 깜순이가 옆에서 발다박 핣고 있네요!
즐거운 여행 마무리하고 오셔서 곰이도 특식주세요~~~^^
그리고 불청객이와도 그 파란약은 좀.....거시기해요!......^^
그 불청객은 마당에 이리저리 보이는 것 만으로 엄청 그래요..ㅋㅋ
저런 다행입니다. 옛날에 문 앞에 너무 큰 개가 있기에 덤벼들까봐 한참 망설였던 적이 있습니다.
개가 되게 귀족스럽다고나 할까 ㅋㅋㅋ
설 잘보내고 세뱃돈 많이받으세요
네 선생님 설날 잘 보내시고 건강하십쇼
다행이네요
새해엔 행복몇배가 되세요.
ㅎㅎㅎㅎ 곰이가 참 영리해요 아무거나 안먹고 얼마나 놀라셨을까...
아침에 잠이 안깨서 정신없던 모습보고 마음이 안좋던데 ....
오후에 나올땐 꼬랑지 졸랑졸랑 흔들며 힘차보이더라고요
ㅎㅎ 마음의 준비는 해야할 나이가 됐어. 서글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