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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뜨락새벽산책 시&그리움
 
 
 
카페 게시글
뜨란 청마루 스크랩 Frying Pan Effect
율빈 추천 0 조회 36 05.11.07 15:31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 현상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심리현상으로

조건형성된 자극과 유사한 자극이 나타나도 학습된 조건반사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현상

 

<경상북도 수목원 / 2005. 11. 6>

 

친구야.

 

시골에서 우리는 앞뒷집으로 살았지.

우리집은 앞집, 자네는 뒷집.

 

초등학교 시절,

자네 부모님께서 누런 잡종견을 어디서 데려다 와서 키우기 시작하셨지.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동네어른들도 자네 집에 잘 들어갈 수 없었어.

 

자네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나는 개나 소와 같은 집짐승을 아주 좋아하여 친구처럼 지냈지.

그래서 우리집이 개를 키울 때는 개집에 함께 들어가 누워 있기도 했어.

 

하지만 짐승 주제에 사람에게 대드는 건방진 녀석들을 보면

괜히 보복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버릇이 있었다네.

 

하루는 자네 부모님께서 모두 밭에 일하러 나가신 후 자네만 집을 지키고 있었지.

내가 집으로 들어서자 역시 으르렁거리며 짖어대는 거야.

그래서 미리 준비한 명태 미끼를 들이대자 녀석이 온순해지더군.

 

그런데 저번에도 친해 보려고 내가 단백질 보충하려고 남겨둔

아까운 고깃조각 하나를 던져 주었는데 소화가 되기도 전에

은혜를 잊고 다시 내게 이빨을 드러내며 짖던 배은망덕한 놈이었잖아.

역시 짐승도 주인 품성을 닮더군. ^^;;

 

그 녀석이 명태를 햝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다른 손을 녀석의 코에다가 문질렀어.

그 손에는 미리 안티푸라민 연고가 발려져 있었지.

 

켁켁거리며 녀석이 날뛰기 시작했어.

저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더럭 겁이 났지.

자네도 놀라서 방에서 뛰어나와 나더러 화를 내며 어쩔줄 몰라했던 거 기억나지?

 

의외로 개가 너무 고통스러워 해서 나도 당황했어.

그 후로 친구들에게 화가 나면 사타구니에 안티푸라민 발라주겠다고 공갈치곤 했었지.

 

당황한 자네를 꼬득여서 함께 개를 잡아 끌어 안고 옷으로 코를 열심히 닦아주었더니

녀석은 끙끙거리며 꼬리를 내리고 어두운 마루밑으로 자취를 감추었어.

 

이후로 녀석은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내 오른 손을 주시하며 도망가기 바빴어.

잘 대해줄 때에 은혜를 망각하고 철 없이 설치는 녀석은 완력이 필요하더라.

즉, 수평적 관계가 불가능한 만남은 수직적 관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런데 말야...

이렇게 어릴적부터 터득한 심리현상을 나는 결혼하고 나서 그대로 당하고 말았어.

결혼 후 10여년을 묵묵히 큰 불평 없이 지내오던 아내가 돌변하기 시작한 거야.

아내의 어록에 이런 글이 있지.

 

 '- Frying Pan Effect -

잘 대해주면 머리 위에 올라가려는 남편은 평등한 관계를 포기하고

무력으로 종속적 관계로 만들어야 정신을 차린다는 심리효과'

 

후라이판 하나면 남편을 상대로 불가능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가봐.

 

주말에 지인들과 모임을 끝낼 무렵,

아내가 제과점에 들러서 케이크를 사서 집집마다 선물로 드리길래

그동안 남편이 불철주야 노력한 덕분에 마음 씀씀이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여자가 되었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케이크 산 돈을 다 물어내라고 협박하더군.

 

폼은 혼자 다 잡고 뒤로는 나한테 덮어 씌우는게 억울해서 도망 다니다가

더 이상 도망 갈 데가 없는 어두운 거실 구석에 포위되어 결국 강탈 당하고 말았지.

난 멍하니 홀쭉해진 지갑만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항의를 체념했고... 

 

자네 부인은 안 그러시지?

 

목사님이 되신 자네 동생한테 안부 좀 전해주시게나.

잘 지내라, 친구야.

 

2005. 11. 7. 고향 앞집 행님이...

 

 


 

 

 

추신>

 

어제 내연산에 있는 경상북도 수목원을 출발해서 15km 홀로산행을 다녀왔어.

수목원~삿갓봉~천령산 우척봉~삼거리~꽃밭등~향로봉(정상)~꽃밭등~매봉~수목원...

 

그런데 수목원에는 개나리가 만발해 있더라.

수생식물을 관찰하다 보니 물 속에 우렁이가 기어다니더군.

예전에 시골에서는 인기 있는 영양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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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5.11.07 16:07

    첫댓글 ㅎㅎㅎㅎㅎ 업이군요~ ㅎㅎㅎ 때아닌 계절에 핀 개나리가 어찌보면 가을 단풍 빛깔과 닮았네요. 수목원 물빛에 비친 하늘이 참 좋습니다. 어제 때아닌 가을 황사까지 있었는데 그곳의 하늘은 그리 푸르렀나 봅니다.^^

  • 작성자 05.11.07 17:22

    남쪽지방인데다가 동쪽 끝이다보니 황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지역이죠. 이제는 산허리부터는 잎이 다 져서 겨울 분위기더군요.

  • 05.11.07 17:02

    율빈님.. 어린시절의 모습이..ㅎㅎㅎ ^^* 때아닌 개나리의 노란빛이 단풍이 낙엽되는즈음에 좀 그렇습니다.초록님, 빈님 늘 그렇게 밝고 건강하시길....

  • 작성자 05.11.07 17:24

    사실 겉보기에는 범생인데 소리없이 사고치는 편이었어요. 뭐든지 호기심때문에...ㅎㅎㅎ

  • 05.11.07 17:48

    후라잉 팬 효과인데,,왜 갑자기 율빈님의 제목에서 날으는 철모가 뜨오르나요,,,ㅎㅎㅎ,,,군시절,,내무반원들 싸움말리다..휘두르는 철모에 맞고는 기절한 후유증 효과 인가 봅니다..ㅎㅎㅎ,,,,율빈님 안녕하시지요,,늘 재밌는..얘기 감사합니다..^^,,송화님 초록님두,,안녕하시지요,,^^,,우리님들..오늘도 좋은 밤...^^

  • 작성자 05.11.08 08:57

    아이구... 얼마나 철모의 충격이 컸으면 기절까지... 제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드렸네요.ㅎㅎㅎ

  • 05.11.07 23:22

    개코에 안티프라민이라 ㅎㅎㅎ 하여튼 율빈님의 재치에 또 한번 더 놀라고 갑니다. 건강하시지요?

  • 작성자 05.11.08 08:58

    롬형님~. 퐝을 자주 비우는 관계로 연락도 못드리고 삽니다. 잘 지내시죠?

  • 05.11.08 09:35

    어린시절 개구쟁이 율빈님 안녕하시지요 *^^...개코에 물파스 발라놔도 개가 반은 뻣어버리는데..ㅎㅎㅎㅎ..초록님, 송화님, 바람솔님, 로미오님...그외 모든님들 건강하세요

  • 작성자 05.11.08 14:54

    보라매님~ 그렇지 않아도 사타구니에 물파스 발랐다가 혼난 적이 있습니....읍!!!! 천기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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