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오르락내리락, 헌 집 15년
어린 화초가 어른이 되었네!
열정이 넘쳤던 집
축복을 받았던 집
이사는 거사
안방, 건넌방, 주방, 화장실
단숨에 해치우자
이사는 경건
희끗희끗한 머리와
가늘어진 종아리의 결단이다
이사는 역사
겁 많은 새댁의 혼수 용달차
남편 따라 객지 생활 잦은 꾸러미
강남에 정착한 살벌한 이삿짐
불안한 미지의 이민 가방
이사는 마침표
좋은 추억 갖고 가자
받은 은혜 싣고 가자
새록새록 기억하자
주님 주신 새집에서
사랑의 통로가 되자
사랑의 통로
디아스포라 음악
현실의 바닥에서 멀리 떠나자
도시의 뒷골목에서 시골로
폴란드에서 프랑스 외곽으로
어떤 날은 장조로 살고
어떤 날은 단조로 살았을
신토불이를 외면한 채
양식과 화음을 이루었을
건반과 자판에 승부를 걸고 사는
가난하고 우아한 자들의 엔터테인먼트
땀투성이에서 나오는
무너지지 않는 자존심
쇼팽의 방황은
서른아홉에 촛대를 세웠다
고난을 낭만으로 바꾼 지
이백 년이 지났다
여전히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백건우도 조수미도 조성진도
베토벤도 슈베르트도
그들의 기질이
음반 한 장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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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시 두 편/[헌 집 줄 게, 새집 다오] [디아스포라 음악]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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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3 02:4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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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첫 시집 '레이크 루이스의 비밀'에
담은 시. 문협 회원님들께 전할 시집은 딸에게 맡겨 둔 상태입니다.
언젠가 전할 날이 있겠죠.^^
레이크 루이스의 에머랄드 빛 수면을 떠올리게 하시네요.
이은세샘,
'레이크 루이스'가 있는 알버타 주.
경쟁력이 있는 곳이에요.
은퇴 후에 오시면
축복 받으실 거에요. 하하
쉽지않는 이사를
참으로 재밌는 표현으로
힘든상황 조차 아름답게
묘사해주시는 솜씨에
인생길을 긍정적으로 전달 받네요
아주 재밌게 감상했어요
여름 막바지 캠프장에 와서 오늘은 '레이크 루이스'옆 '모레인 레이크'를 산책하고
다시 밴프로 갑니다. 9월 중순 이후 밴쿠버에 갑니다. 지난번 전화번호를 옮겨 적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