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밑에 선 봉선화의 모습이 차량하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반쪽이지만 당당한 독립국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세게인들이 부러워하는 세계 경제부국으로
우뚝선 잘 사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름꽃이다.

봉선화(鳳仙花). 봉숭아라고도 불리는 꽃.
인도 말레이지아, 러시아가 원산지.
관상용으로 심는 귀화식물.
흰색,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등 여러가지 색깔의 꽃이 핀다.
씨앗은 한방에서 약으로 쓰인다.
옛날부터 여자 아이들이 손톱에 물을 들이는데 많이 쓰였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정겨운 꽃이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갈고 간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들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제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이 예 있나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


"비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 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은
지금은 굼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라"
(김상옥)

올해도 봉숭아가 피었습니다.
아흔의 문턱을 바라보는 누님은
정든 고향집을 떠나 부곡의 어느 요양원에 계십니다.
인정 많던 누님 지금은 막내동생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여름도 막바지에 이른 어느날
활짝 핀 봉숭아꽃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막내동생은 누님을 생각합니다.
지금도 누님은 봉숭아꽃물 들이던
그 고향집을 그리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막내동생도 팔순고개를 넘어 이태나 지냈습니다.
아직도 봉숭아를 보면 고향집을 그리워하고
봉숭아 꽃물들이던 누님이 보고 싶답니다.
새벽마다 누님 위해 기도드리는 동생의 마음을
봉숭아꽃에 담아 누님께로 보냅니다.


역시 봉숭아 꽃물 들이던 추억을 공유한
사랑하는 내 막내여동생, 그도 팔순을 넘겼습니다.
나는 연약하고 그는 숙성하여 십리길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생입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천리길 이나 떨어진 평택에서
큰 아들 가족과 같이 살지요.
봉숭아꽃을 보면 여동생이 보고 싶어집니다.


빨간색 겹봉숭아(주먹봉숭아라고 불렀음)를
바로 앞집 위리집 딤밑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