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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적가리골 물구경 – 적가리골,구룡덕봉,주억봉,지당골
1. 적가리골의 하이라이트인 이단폭포, 위쪽이 ‘이 폭포’, 아래쪽이 ‘저 폭포’다
바위 바위 우로
바위를 업고 안고
또는 넓다 좁다
이리저리 도는 골을
시름도 疲勞도 모르고
물을 밟어 오른다
――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 「溪谷」 6연 중 제5연
▶ 산행일시 : 2024년 7월 6일(토), 흐림, 산정에는 바람 불고 안개
▶ 산행코스 : 방태산장(입구),자연휴양림 매표소,이 폭포 저 폭포,매봉령갈림길,매봉령,구룡덕봉,지당골 갈림길,
주억봉 왕복,지당골 갈림길,지당골,매봉령 갈림길,매표소,방태산장(입구)
▶ 산행거리 : 도상 17.7km(폭포를 보려고 자주 계곡을 들락날락하여 산행거리가 늘었다)
▶ 산행시간 : 6시간 28분(10 : 02 ~ 16 : 30)
▶ 교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20 – 복정역 1번 출구
08 : 50 – 홍천휴게소( ~ 09 : 10)
10 : 02 – 방골2교 방태산장(입구), 산행시작
10 : 15 – 자연휴양림 매표소
10 : 30 – 제1주차장
10 : 35 – 마당바위
10 : 45 – 이단폭포(이 폭포, 저 폭포)
10 : 52 – 제2주차장
11 : 05 – 매봉령(2.7km) 갈림길
12 : 10 – 매봉령, 휴식( ~ 12 : 20)
12 : 48 – 구룡덕봉(九龍德峰, 1,389m)
13 : 15 – 지당골 갈림길(1,365m), 주억봉 0.4km, 구룡덕봉 1.9km
13 : 25 – 주억봉(主億峰, △1,446m), 휴식( ~ 13 : 35)
13 : 42 – 지당골 갈림길(1,365m)
14 : 42 – 매봉령 갈림길
15 : 05 – 제2주차장
15 : 55 – 제1주차장
16 : 18 – 매표소
16 : 30 – 방골2교 방태산장(입구), 산행종료, 휴식( ~ 16 : 45)
17 : 55 – 가평휴게소( ~ 18 : 10)
18 : 50 - 복정역
2. 방태산 지도
이번 주말에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며칠 전부터 원행산행을 갈까 말까 전전긍긍했다. 다음매일산악회는 방태산만
으로는 성원이 되지 않아 그 인근 아침가리골 트래킹을 하려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어렵사리 산행을 강행하였다.
남들이 가면 나도 간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도 할 수 있다.”
(If something is possible for any other man, it is possible for you, too.).
미국 영화 「더 리벤지」(Acts of Vengeance, 2018)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인 프랭크 발레라(안토니오 반데라스 분)
가 자기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격투기에 능한 자기가 알고 지내는 경찰관이었다)에게 복수하려고 격투기를 배우
고 익히는 장면을 예고하는 스크린 전체에 띄운 자막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121~180)의
『명상록』에 나오는 명문이다. 1800여 년 전의 철학자이자 로마황제인 그의 말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어떤 좋은 것도 생기지 않는다.”라는 말 또한 산꾼에게는 죽비다.
요즘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보면 갈팡질팡하여 예전의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되찾은 것 같다. 예보행태를 보면, 일단
주중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해놓고, 그날그날 수정하는 데 그 수정조차 맞지 않을뿐더러 하물며 실시간 중계도 못하는
일기예보이기 일쑤다. 오늘 방태산만 해도 그렇다. 수일 전부터 전날까지 오전 오후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였으나
종일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나는 산행시작부터 스패츠 메고, 대자 우산을 스틱으로 삼는 등 준비를 야무지게 했는데
말이다.
산행대장님은 오늘 방태산 산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수시로 전화하여 강우에
따른 입산통제 여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아울러 자연휴양림 구내에 공사하는 데가 있어 예전과는 다르게 제1주차
장을 이용할 수가 없다고 하여 그 훨씬 전인 방골2교에서부터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방골2교에서 제1주차장까지
거리는 약 2.3km로 왕복 1시간쯤 걸린다. 그래서 예상 산행거리 15.1km로 산행시간을 6시간 45분으로 했다.
나는 방태산 산정에서 조망은 안개구름으로 아무 볼 것이 없을 것이므로 아예 적가리골 물구경을 하려고 작정하고
왔다. 아까 오는 길에 들른 홍천휴게소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공작산이 운해 위로 솟은 준봉이었기에 방태주릉에서
의 조망에 대한 기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부수로 여겼다. 사진은 아무래도 비가 내리기 전에 찍는 게 좋다. 버스
안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버스가 방태산장 표지석 앞에 서자 서둘러 앞서간다.
방태산과 적가리골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 5월 자연휴양림이 개장하고부터라고 한다. 그러니
‘월간 산’이 1993년 7월호에 계곡산행 발굴코스로 적가리골을 첫 공개한다는 “대형폭포 산재한 ’인제의 비경’ 적가
리골과 방태산 초원길을 가다”라는 르포는 대단한 쾌사였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적가리골을
포함하여 방태산을 온 것은 수차례나 된다. 그때는 오지산행 준족들과 속도전을 자랑삼아 간폭간산(看瀑看山)하였
기에 오늘은 부디 미음완보로 관폭관산(觀瀑觀山)하려고 한다.
예로부터 방태산 줄기에는 ’3둔 4가리’로 불리는 은둔의 유토피아가 있었다고 한다. 3둔은 방태산 남쪽의 살둔 ·
월둔 · 달둔을 말하고, 4가리는 방태산 북쪽의 아침가리 · 연가리 · 적가리 · 명지가리를 말한다. 여기서 둔(屯)은
평평한 산기슭, 가리는 사람이 살 만한 계곡을 일컫는다. 이 4가리 중 적가리골을 풍치가 아름답기로 가장 으뜸으로
친다. 왜 ‘적가리골’이라고 했을까? 어디에고 그 지명유래에 대해서 설명한 데가 없다. 내 나름대로 추측해본다.
방태산 적가리골은 가을에 하얀 포말의 폭포가 붉은 단풍과 어울린 절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적(赤)가리골이 아닐까.
3. 서울양양고속도로 홍천휴게소에서 바라본 공작산
4. 적가리골 마당바위 주변
7. 적가리골 하이라이트인 이단폭포, 저 폭포
8. 적가리골 하이라이트인 이단폭포, 이 폭포
9. 비단폭포
10. 등로 벗어나 폭포를 보려고 계곡을 들락날락했다
13. 계곡은 숲이 울창하여 어둡다
17. 계곡 가운데 지능선을 오른다
잰걸음하여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이어 제1주차장을 지나면 건물신축공사장이 나오고 그 오른쪽 계류가 마당바위
다. 예전에는 갈 길이 바빠 마당바위를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 보니 나의 큰 불찰이었다. 난간 넘어 풀숲 헤치고 다가
간다. 과연 여러 지도에 명기될만한 일대 명소다. 여러 너럭바위와 그 위를 사정없이 훑어 내리는 물살이며 곳곳의
우렁찬 폭포와 짙푸르도록 깊은 소는 이만한 비경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마당바위 지나면 대로는 약간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적가리골의 하이라이트인 이단폭포 안내판이 나오고 오른쪽
돌길을 잠깐 내리면 폭포다. 굉음도 세찬 물줄기도 장관이다. 지축을 흔들려는 위세다. 그간 잦은 비로 수량이 한껏
불었다. 위쪽을 ‘이 폭포’, 아래쪽을 ‘저 폭포’라고 한다. 다른 폭포에 무심했던 사람들도 이 폭포만큼은 보러온다.
그리고 벌린 입을 얼른 다물지 못한다. 이 폭포 위도 저 폭포에 뒤지지 않는데 이따 내려올 때 들러볼 생각이다.
야영 텐트를 칠 수 있도록 군데군데 너른 데크바닥을 만들어 놓은 야영장을 지난다. 계류와 가까운 평탄한 숲속이라
아마 명당이라고 했음직하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실은 낙지(樂地) 아닌 악지(惡地)다. 밤을 지새운다면 몰라도 물
소리가 잠시 동안은 자연의 교향악으로 들리겠지만,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둥우레로 들리니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오늘은 야영객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휴양관 개축 중이라고 오는 8월말까지 휴장한다.
그다지 넓지 않은 제2주차장을 지나면 비로소 산길이 시작된다. 폭포의 향연은 계속된다. 특히 물소리가 우렁차면
잡목 헤치고 너덜 지나 계류에 다가간다. 너덜에 미끄러지기 여러 차례다. 아예 폭포가 이어지면 계류를 거슬러
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찍고 난 다음에 한 걸음을 옮기더라도 카메라를 꼭 가방에 넣고 간다. 지난 봄날 청태산 매봉
골로 모데미풀을 찍으러갔다가 바위너덜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카메라 렌즈를 망가뜨린 경험이 있어서다.
폭포 사진 찍는 것 또한 이른 봄날 풀꽃 찍을 때처럼 내 마음을 붙잡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나도 폭포라며 아우성을
치니 모른 체 하기가 어렵다. Y자 매봉령 갈림길을 지나서도 계류 탐폭(探瀑)을 계속한다. 산행대장님은 오후 3시경
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비를 덜 맞으려면 매봉령 갈림길에서 가까운 오른쪽 지당골로 주억봉을 올랐다가 그 길
로 하산하기를 권유했다. 그렇지만 나는 매봉령을 올라 방태주릉을 걷다가 지당골로 내리려고 한다.
이 수많은 비폭들을 보지 않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번 계류를 들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참 내 뒤에
오던 사람이 어느 새 멀리 앞서 가곤 한다. 차츰 계류가 멀어지고 지능선을 붙들어 오를 때야 내 걸음으로 간다.
매봉령까지 가파른 오르막 0.8km. 멀다. 공제선이 신기루다. 갈지자 연속해서 그리며 오른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이
라 조망할 데는 없다. 둘러보는 등로 주변 풀숲은 은꿩의다리 일색이다.
매봉령. 펑퍼짐한 안부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안개는 몰려왔다 몰려가곤 한다. 흔히 방태주릉 초원은 곰배령
못지않은 천상의 화원이라고 한다. 등로 주변 풀숲을 자세히 살피면 간다. 은꿩의다리, 노루오줌, 숙은노루오줌,
터리풀, 둥근이질풀. 산오이풀. 큰까치수염. 염천을 즐기는 용사들이다. 완만하게 지나다 긴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임
도다. 임도는 능선과 이웃하며 간다. 능선의 도드라진 데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구룡덕봉(△1,389.0m)이
라고 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18. 고사목 이끼 위에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
19. 숙은노루오줌
20. 큰까치수염
21. 가운데 왼쪽은 가칠봉, 그 너머는 사삼봉
22. 왼쪽은 가칠봉, 멀라 가운데는 오대산 호령봉(?)
23. 뒤는 백두대간 갈전곡봉
24. 멀리 뒤는 오대산 연봉
25. 주억봉
26. 방태주릉의 남쪽 능선들
27. 오른쪽이 주억봉
28. 주억봉 정상 표지석
29. 둥근이질풀
30. 지당골 갈림길 1,365m봉
31. 은꿩의다리
32. 적가리골
좀 더 간 예전 군부대 통신중계시설이 있는 1,395m봉을 구룡덕봉으로 안다. 남쪽 서쪽 북쪽 세 곳에 전망대를 만들
어 놓았다. 다 들르지만 조망이 흐릿하다. 지난날 이곳에서 장쾌했던 백두대간 조망을 추억할 뿐이다. 주억봉을
향한다. 산의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억봉이라고 한다. 혼자 가는 산행이다. 어쩌다 등산객과 마주치면
반갑다. 먼저 수인사 하고 우리 일행인지 묻는다. 험로는 없다. 어둑한 숲속을 간다. 안개 속이다.
도종환 시인의 ‘산을 오르며’처럼 산을 오른다.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어
(…)
지당골 갈림길인 1,365m봉이다. 주억봉이 오르막 0.4km다. 자욱한 안개 속이라 아무 볼 것이 없을 텐데 오를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오른다. 좁은 등로는 자갈길이다. 흙은 빗물에 씻겨나갔다. 한바탕 비지땀 걸게 쏟아 주억봉이
다. 공터 가장자리 삼각점은 ‘현리 434, 2005 재설’이다. 안개 자욱한 중에 바람이 세게 불어댄다. 선선하다. 간이의
자 꺼내 휴식한다. 절편 몇 조각이 점심 대용이다. 오늘 메아리 대장님은 서리산과 축령산을 간다고 했다. 비가 내리
면 더욱 좋은 오성급 호텔일 비닐쉘터를 준비하여 간다고 했다. 어묵, 라면에 떡국을 끓여 먹을 거라고 했다. 이은상
의 ‘가고파’이던가.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 (…)”를 읊조린다.
하산! 이제 줄곧 내리막이다. 우르르 내닫는다. 지당골 갈림길이 금방이다. 지당골 가는 길은 급전직하 내리막이다.
안개 속 풍경을 감상하며 내린다. 급박한 내리막은 32분 걸려 끝나고 지당골 계곡 길이 시작된다. 대골이나 그 북릉
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없다. 얌전히 지당골 잘난 등로 따랐다. 지당골은 적가리골 지계곡이라 계류는 시시하다.
덕분에 발품 던다. 목교로 계류를 건너고 건넌다.
매봉령 갈림길이다. 산행마감시간 16시 45분을 수시로 확인한다. 다시 폭포를 찾아 나선다. 오늘 내겐 적가리골
폭포가 고은 시인의 ‘그 꽃’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특히 이단폭포 위쪽 폭포를 보려고 내려가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배낭 벗어놓고 난간 넘어 수직으로 가파른 민둥
한 사면을 달달거리며 내렸다. 그래서인지 무명이지만 그 폭포가 장하다. 이 다음은 마당바위 주변의 탐폭(探瀑)였
다. 망치 들면 다 못대가리로 보이듯이 카메라 들면 다 찍을 거리로 보인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게 도로 비켜
있는 보호수라는 노거수인 소나무를 잊고 지나친 일이다. 서울 가는 길. 엷은 졸음 귓전에 폭포소리가 아련하다.
33. 적가리골
36. 이단폭포 바로 위쪽 폭포, 가파른 사면을 내려가서 보았다
37. 이단폭포의 ‘이 폭포’
38. 적가리골
39. 마당바위와 그 주변
45. 적가리골
첫댓글 가을이면 가끔 찾았던 방태산.
장마철 비로 인한 물줄기가 대단하네요. 폭포의 장노출 사진이 시원시원합니다.
방태주릉의 전후좌우 조망이 압권인데 날이 궂어 아위웠습니다.
우중에도 잘 피해 다니시네요
이폭포 저폭포 본지 20년은 된 듯함다
산꾼이 비가 온다한들 상관하겠습니까.
비가 온다 하니 모처럼 적가리골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온갖폭포가 가경입니다. 조망도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것인데 말입이다^^
조망까지는 너무 지나친 욕심인가 봅니다.^^
노상 지나치기만 했던 적가리골 폭포들이 대단합니다...
저 역시 그간 번번이 건성으로 보았던 적거리골이었습니다.
이날에야 묵은 숙제를 해결하였습니다.^^